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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장관을 ‘정중하게’ 내쳐야 하는 이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9.07.15 08:30 수정 2019.07.15 08:24

<김우석의 이인삼각> 장관이 아니다…부적절한 행태·개인적 자질

공백상태가 계속 이어지면 최고권력자도 무사하기 힘들 것

<김우석의 이인삼각> 장관이 아니다…부적절한 행태·개인적 자질
공백상태가 계속 이어지면 최고권력자도 무사하기 힘들 것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제1차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제1차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강경화 장관은 지금 ‘말년휴가’중이다. 에티오피아, 남아공, 가나 등 아프리카로 7일 동안이나 피신을 가 있다. 나라가 온통 전쟁통인데, 진두지휘해야 할 사령관이 전쟁터와 가장 먼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강 장관의 출장을 두고 어떤 이는 ‘아프리카가 외교적으로 우리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해도 국제적 신뢰는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국제적 신뢰’는 지켜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국가와의 관계에서 더 큰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양해를 구할 수 있는 일정을 그렇게 까지 지키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을까? 그러니 ‘휴가’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말년휴가를 다녀온 후, 강 장관을 이제는 바꿔 줘야 한다.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세 가지 측면만 들어보겠다.

첫째, 장관직 수행에서 부적절한 행태다. 사실 이번 ‘최악의 한일관계’는 강 장관의 책임을 빼놓고 말하기 힘들다. 외교수장으로서의 최종 책임도 있지만, 그가 그동안 뿌린 말의 씨앗이 독버섯 포자처럼 퍼져 한일관계를 덮고 있다. 강 장관은 일본의 경제보복직전인 지난달 25일 국회에 나와 일본이 경제보복을 하면 “우리정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맞대응을 시사했다. 당랑거철(螳螂拒轍 수레바퀴를 막고있는 사마귀)같은 당당함이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일본정부는 며칠 후 경제보복을 단행했다. 다양한 정부부처 중 외교부는 마지막까지 외국과 협상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는 부서다. 설혹 전쟁때라도 말이다. 외교부는 국제관계에서 ‘나쁜 형사’가 아닌 ‘착한 형사’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일본의 경제보복설이 나오려 할 때도, 설혹 나온 후라도 ‘상황과 진의를 알아보고 신중히 대응하겠다’ 정도의 대응을 했어야 했다. 외교협상 책임자가 ‘맞대응’을 이야기해 후퇴할 여지를 스스로 봉쇄해 버렸으니 ‘직무유기’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일회성 실수’가 아니다. 2년 전 이맘때, 일본이 국내의 자국 공관 앞 ‘소녀상 이전 요구’를 했을 때, 강 장관은 “그런 요구를 할수록 소녀상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외교적 도발’에 가까웠다. 일본당국자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일본은 ‘비엔나 협약’을 들어 정당하게 우리정부에 요구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국제관계에서 신사협정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요구였다. 일본은 ‘한일위안부합의’라는 양국 간 약속 뿐 아니라, ‘비엔나 협약’이라는 다국적 협약까지 위반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양국 간 ‘위안부합의 파기’는 국제적으로 주장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군대 위안부’라는 휘발성있는 국제인권 문제는 일방적인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든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엔나 협약’은 다른 문제다. 외교의 기본적 프로토콜과 관련된 문제니 국제사회에 충분히 호소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명분’과 ‘절차’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명분을 인정받으려면 절차를 잘 관리해야 한다. 다른 부처면 모르겠지만, 외교부라면 ‘국민정서’를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실체적 진실은 그 후에 따져도 늦지 않은 일이었다.

둘째 교체이유는 장관의 개인적 자질이다. 강 장관의 ‘외교실패’는 그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그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힌 인사권자의 책임이 크다. 강 장관은 영어방송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김대중 대통령의 통역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유엔에서는 의전과 이벤트에 최적화된 삶을 살았다. 화려하긴 했지만, 공직자로서 꼭 갖춰야 하는 ‘의사결정과 책임’이란 책무와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다. 그러니 매사에 좌충우돌(左衝右突)할 수 밖에 없었다. 외교부는 정부부처 중 가장 폐쇄적인 조직이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전문외교관들이 조직의 중추를 이룬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 최고결정권자로 낙하산을 타고 떨어진 것이다. 기강이 잡힐 리 없다. 과거에 없던 사고와 실수들이 계속됐다. 급기야 가장 가까운 이웃과 경제전쟁이 벌어질 때까지 무사안일(無事安逸)로 손을 놓고 있었다. 이미 지난 해 말부터 국내외서 많은 사람들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국가를 위해서는 뿐 아니라, 이제 개인을 위해서도 맞지 않은 옷을 벗겨주는 것이 도리다. 잘 찾아보면 그에게 어울리는 우아하고 화려한 옷도 적지 않을 것이다.

셋째, 대대적인 ‘외교라인 개편’을 국가적 위기극복의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7, 8월 개각설이 있다. 그동안 청와대는 ‘밀리면 안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대단한 고집이다. 그래서 전체적 개각까지 버틸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개각시점이 얼마 안남았으니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뭔가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위기상황이다. 국민이 외교장관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외교실책의 책임을 묻자는 것이 아니다. 국익을 위한 외교적 분위기 전환의 계기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미·북간 ‘대화의 중재자’로서 우리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던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자는 것이다. 장관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래서 한 국가가 표할 수 있는 최고의 메시지가 된다. 외교장관 교체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대화요구이고 압박이 될 수 있다.

우리정부는 큰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대책이 없다. 내놓는 것은 ‘WTO제소’와 ‘여론전’ 뿐이다. 그러나, 전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후자도 실효성이 없긴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떠들썩하겠지만 자기만족일 뿐이다. 당장 미국부터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제사회에서 분쟁에 끼어드는 것은 그 만큼 부담을 지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를 빼고) 소득없이 부담을 지는 일을 좋아할 정부는 없다. 잇속에 밝은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다. 트럼프는 오히려 속으로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의 규제는 비메모리 반도체와 관련된 부품에 집중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그 분야는 미국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 영역에 한국기업이 뛰어들겠다니 미국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미국에겐 호재 또는 위안이 될 수 있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라”다. 굳이 나서 중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나눈 강경화 장관의 전화 한통이 효과 내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강 장관을 대신해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차장이 미국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직급이 차관급이니 만나는 사람도 한계가 있다. 그가 아무리 미국과의 통상교섭협상과정에서 많은 인맥을 쌓았다 해도 프로토콜이 중시되는 외교현장에서 그 장벽을 넘기는 힘들 것이다. 이럴 바에는 청와대가 차라리 김 차장을 외교장관으로 지명하고, 청문절차를 밝는 과정에서 대통령특사를 주어 미국, 일본과 협상토록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다. 그러면 ‘인사청문회 통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전장에 나선 장수를 야당이 무작정 흔드는 일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 전쟁 중이다. 그런데, 장군이 없다. 기업에겐 ‘각자도생(各自圖生)’하란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다시 돌고 있다. 이러한 공백상태가 계속 이어지면 최고권력자도 무사하기 힘들 것이다. 이제라도 뭔가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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