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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K바이오’ 기술수출 결과에 일희일비 말아야

이은정 기자
입력 2019.07.15 07:35 수정 2019.07.15 08:03

‘기술 반환=신약개발 실패’로 인식

기술수출에 대한 이해 부족…결과에 크게 ‘동요’

비생산적인 비난 보다는 지속적 지원과 응원 필요

‘기술 반환=신약개발 실패’로 인식
기술수출에 대한 이해 부족…결과에 크게 ‘동요’
비생산적인 비난 보다는 지속적 지원과 응원 필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지금 비난보다는 격려가 절실한 때다. 글로벌 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지금 비난보다는 격려가 절실한 때다. 글로벌 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한미약품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따갑다. 이달 초 한미약품이 얀센에 기술 수출했던 비만·당뇨병 치료용 신약 후보물질 개발권을 반환받은 이후부터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글로벌 제약사에 굵직한 기술수출 여러건을 성사시키며 기술수출의 선구자 혹은 개척자로 불려왔다. 그러나 9건의 기술수출계약 가운데 5건이 해지되면서 한미약품에 대한 찬사가 비난으로 바뀌고 있다. 60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반토막 났고, 실체 없는 거품이라는 비아냥과 실패자 낙인만 남은 것이다.

그동안 기술수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조원 규모의 계약 성과만 도드라지다 보니 기대감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던 탓이다. 막상 그 결과가 기대치에 못 미치자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신약개발 R&D 지원책을 내놨지만, 업계에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를 자세히 들어다보면 보건의료분야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정부의 재원 중 대부분은 대학에 집중됐고, 산업현장에 대한 지원은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평균 1조원이 필요하고, 최초 임상1상에만 37억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정부의 연평균 지원액은 기업별로 4~5억원대에 불과하다. 지난 2016년 연평균 지원 금액도 최대 5억9000만원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기술수출 계약해지로 인해 한미약품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계약해지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시험 1상에 들어간 신약후보물질이 판매허가까지 받는 평균 성공률은 9.6%에 그쳤다. 임상시험 2상에서도 상용화 성공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술수출 역시 해지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기술수출했던 물질의 개발권을 반환받는다고 해서 신약후보물질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이 대표적인 사례다. 레이저티닙은 2016년 중국 제약사에 기술수출됐다가 해지됐는데 지난해 다시 얀센에 1조원에 팔렸다. 최근 얀센은 향후 10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블록버스터 약물 10개 중 하나로 레이저티닙을 꼽았다.

레이저티닙은 국내에서 올해 4분기에, 해외에서는 2020년 1분기에 임상3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저티닙은 지난 6월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효능이 확인됐다.

한미약품은 “신약개발에서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일은 빈번한 일이다. 이번 일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연구·개발(R&D)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신약 개발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지금 일희일비 들끓는 판단과 비난보다 격려와 우직한 믿음이 절실하다. 글로벌 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도 마찬가지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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