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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위기론 - 진단과 해법(하)] 美 견제와 中 추격 넘어야 하는 가전

이홍석 기자
입력 2019.06.21 06:00 수정 2019.06.21 05:59

관세 등 무역분쟁 직접 영향...낮은 기술 장벽으로 위협 파고 커

프리미엄·스마트 시장 주도...협력 강화-다양한 시도로 위기 극복

관세 등 무역분쟁 직접 영향...낮은 기술 장벽으로 위협 파고 커
프리미엄·스마트 시장 주도...협력 강화-다양한 시도로 위기 극복


삼성전자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가전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관세부과로 압박하는 미국의 견제를 넘어 기술·제품에서 한층 거세진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샌드위치 상황이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올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9'서 선보인 QLED 8K TV.ⓒ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가전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관세부과로 압박하는 미국의 견제를 넘어 기술·제품에서 한층 거세진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샌드위치 상황이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올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9'서 선보인 QLED 8K TV.ⓒ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대표 사업 중 하나인 가전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에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 있는 분야다. 관세부과로 압박하는 미국의 견제를 넘어 기술·제품에서 한층 거세진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샌드위치 상황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했다. 그 해 2월 수입산 세탁기에 20%의 관세를 부과했고 수입산 관세할당물량(TRQ) 120만 대를 넘어선 연말경 관세를 50%로 올렸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공장을 완공하면서 관세 부담에서 자유로워졌고 트럼프의 관세부과가 오히려 제품 가격 전체적으로 인상이 돼 자국 기업(월풀)의 이익을 위해서 소비자들의 부담만 늘렸다는 비판만 제기되는 등 사실상 완승으로 귀결됐다.

세탁기에서 한숨을 돌리자 불똥이 TV와 냉장고 등 다른 가전으로 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멕시코 정부가 불법이민자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것을 빌미로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멕시코 정부와의 협상이 잘 이뤄지면서 관세 부과 계획은 철회됐지만 언제라도 다시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멕시코 정부와의 합의 소식을 알리면서 관세 부과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표현을 사용해 향후 여지는 남겨뒀다.

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접경 도시인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대부분의 미국 수출 물량을 제조하는 TV나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냉장고 등은 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계속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관세로 견제하는 미국…자본력으로 추격하는 중국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도 위기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빠르게 기술력을 향상시키며 과거 미국·유럽·일본·한국 등 가전 선진국 업체들의 복제품 수준으로 치부됐던 제품 수준을 뛰어넘은지는 오래고 이제 세계 가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 나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 기업들이 우위에 있기는 하지만 이제 격차가 거의 좁혀져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우리가 과거 1980~1990년대 크게만 느꼈졌던 일본과의 격차를 극복하고 이제는 오히려 앞서가고 있는 모습이 중국에 의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부품과 달리 완제품은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가전 업체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TCL·하이얼·하이센스 등 중국 대표 업체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한 축으로 성장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나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등에서는 가장 메인 업체로 중심부에 자리잡으며 중국 굴기를 과시하고 있다.

TCL은 올 1분기 북미 시장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지르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TCL은 1분기 북미 시장에서 수량 기준 점유율 26.2%(243만2800대)로 삼성전자(22%)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이 매출이 아닌 수량 기준인데다 미국과의 무역분쟁 심화로 인한 관세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전략적으로 유통업체에 물량을 밀어넣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성장을 볼 수 있는 한 단면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풍부한 자금력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어려운 기술 확보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다. 하이얼은 지난 2016년 미국 GE의 가전사업부문을 인수해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더니 올해 초에는 이탈리아 가전 그룹 ‘캔디’를 인수해 유럽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개최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다양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가전' 시대의 본격화를 알리는 '프로젝트 프리즘'의 첫 신제품인 '비스포크 냉장고'를 소개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이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개최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다양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가전' 시대의 본격화를 알리는 '프로젝트 프리즘'의 첫 신제품인 '비스포크 냉장고'를 소개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업계 1위에도 초격차 위한 새로운 도전

이러한 가전 사업의 상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급한 위기론과 일치한다. 이 부회장은 최근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가전에 투영하면 그동안 꾸준히 성과를 내온 회사의 대표 사업이지만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수성이 아닌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시장을 타깃으로 한 8K 등 고화질 TV 제품과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한 냉장고·세탁기 등 스마트 가전 전략을 한층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글로벌 업체들과 협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빅스비라는 자체 인공지능(AI) 비서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구글 어시스턴트에 이어 올해 초에는 아마존과 협력하기로 하고 아마존 알렉사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 제품에 아마존의 AI 알렉사 플랫폼을 탑재하는 것으로 아마존과 협력해 AI 생태계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 AI 시장도 주도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와함께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TV 화면을 세로로 길게 만든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신개념 TV '더 세로‘와 이달 초 선보인 사용자 맞춤형 냉장고 '비스포크'(BESPOKE)는 가전 1위 업체임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겠다는 자세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전 제품과 같은 완제품은 기술적 장벽이 높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에서의 초격차 전략을 구현하기가 쉽지 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트렌드를 전환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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