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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망하는데 걸리는 시간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9.06.17 08:30 수정 2019.06.18 05:52

<김우석의 이인삼각> 문재인정부, 솔로몬처럼 ‘평화’ 강조 ‘가치’ 훼손

문재인정부, 시장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정책 고집스럽게 지속적으로 펼쳐

<김우석의 이인삼각> 문재인정부, 솔로몬처럼 ‘평화’ 강조 ‘가치’ 훼손
문재인정부, 시장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정책 고집스럽게 지속적으로 펼쳐


ⓒ데일리안 ⓒ데일리안

(필자) “현 정부의 행태를 보니 정치도 정치지만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닌지 걱정입니다.”
(언론인 선배)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마. 우리나라가 망할 리는 없으니까. 수많은 나라가 그렇게 굴곡을 지으며 발전했잖아.”

얼마 전 언론사에 근무하는 선배와의 식사자리에서 나눈 대화다. 나를 안심시켰던 선배는 외국 특파원을 통해 선진국의 정치상황에 정통하고, 현재 우리 정치상황도 잘 아는 언론사 간부다. 그런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위안이 되긴 했다. 하지만 왠지 찜찜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라가 망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우리나라 번영의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1997년 ‘IMF 외환위기’였다. 대부분의 국민은 영문도 모르고 국가위기를 온 몸으로 맞아야 했다. 당시 YS정부는 ‘민주화’와 ‘경제화’의 결정체였다. 최초의 ‘문민정부’로 자부심이 강했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군부독재로부터 물려받아 물리적인 힘도 강했다. 권력 내부도 역대최강이었다. ‘3당합당’을 통해 ‘민주화’와 ‘경제화’의 두 가치를 대표하는 세력들이 하나로 뭉쳤다. 요즘으로 치면 ‘어벤저스’였다. 그러니 거침이 없을 수 밖에 없었다. YS 개인의 캐릭터도 그랬다. ‘금융실명제’나 ‘하나회척결’ 등 개혁은 전광석화(電光石火)같았다. 이러한 그의 개혁정책은 현재의 안정적인 민주주의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역사바로세우기’도 추진했다. 지금의 ‘적폐청산’, ‘반일정책’의 중시조 격이다. 전직대통령 두 명을 감옥에 보낸 것도 지금과 같다. 국가원수의 외교적 언사로서 너무도 거칠었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발언은 지금의 대일 강경정책과 판박이였다.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대단했다. 이전 노태우정권에서 ‘3저호황’이 있었고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다. 자신감을 얻은 YS정부는 세계굴기(世界崛起)를 도모했다. ‘국제화’를 넘어 ‘세계화’를 선언한 것이다. 그 구체적인 정책이 ‘OECD가입’이었다. 이후 국제적 자금흐름은 자유로워진다. 많은 사람이 쉽게 외국에 나갔고, 많은 기업들의 자금이 문턱없이 오갔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 이른 축배’가 됐다. 외환을 열어놓았는데, 관리의 노하우는 없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우리경제는 튼실하다’는 말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IMF외환위기가 공식적으로 선포됐다. IMF는 차기 대선후보들(김대중, 이회창 등)에게 ‘성실히 약속을 지키겠다’는 보증각서를 받고서야 자금을 지원했다. 많은 사람들이 병자호란 때 ‘삼전도의 굴욕’을 떠올렸다.

결국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일어났고, DJ가 빚을 떠안고 대통령에 취임했다. DJ는 기존의 ‘진보적’ 생각을 뒤로하고 극단적 자본주의에 충성을 했다. 일본에게도 ‘비굴하다’ 할 정도로 저자세였다. 일단 살아야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대통령의 이런 조치에 많은 국민은 ‘금’과 함께 국난극복의 ‘의지’를 모아줬다. 그 결과 국제사회가 놀랄 정도로 단시간에 IMF위기를 극복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음은 물론이다. YS는 호기롭게 질주했으나 전임정부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모두 까먹고 차기정부에 빚과 부담만 넘겨준 것이다.

IMF외환위기는 ‘국가파산’을 의미한다. 나라가 망한 것이다.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IMF와 일본의 지원이 없었다면 그야말로 파산에 내 몰렸을 가능성이 크다. 국부는 더 헐값에 팔려갔을 것이고, 국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온 세계를 떠돌았을 것이다. 지금의 베네수엘라나 중동의 난민들처럼 말이다. 그러기 전에 북한의 침공을 받아 공산화됐을지도 모른다. 공산주의자로 몰려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DJ가 역설적으로 공산화를 막은 자본주의의 구원자가 된 것이다. 경제가 망했으나 국가의 헌법적 가치(자유·시장경제)를 지켜 국난을 극복한 사례다.

경제가 아니라 국가 공동의 가치가 훼손돼 결국 망한 나라도 있다. 고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는 솔로몬왕조 시대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유래가 없던 극성기였다. 솔로몬은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아버지 다윗(다윗은 이스라엘민족에게 가장 사랑받은 왕이다)도 하지 못했던 제국을 완성했다. 그러나 솔로몬시대가 지나자마자 나라는 둘로 쪼개졌고 결국 하나씩 망해갔다. 이후 이스라엘 민족은 2000년이 넘는 동안 전세계를 떠도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솔로몬의 영광’이 한 세대를 넘기지 못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스라엘 멸망의 씨앗이 극성기인 솔로몬왕정에서 배태됐다는 것이다. 솔로몬은 나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주변 이민족과 다양한 혼맥을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이교도가 이스라엘왕실 안방까지 차지하며 국가의 핵심가치를 뒤흔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듯이 고대국가에서 종교는 국가형성을 위한 핵심적 요건이었다. 우리 고대국가도 다양한 혼맥을 형성한 것은 동일했으나 종교(불교)로 국가통합을 이루었다.

‘솔로몬의 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문재인정부는 솔로몬과 같이 ‘평화’를 강조하며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는 우리의 핵심적 헌법가치다. 이를 토대로 대한민국의 유래없는 번영을 이루어 왔다. 그런데 현 정부는 헌법에서 ‘자유’를 빼려 했다. ‘자유민주주의’가 아니고 ‘인민민주주의’라도 ‘민주주의’면 된다는 생각인 것 같다. 현실에서 ‘인민민주주의’는 독재의 다른 표현인데도 괘념치 않는다. ‘시장경제’도 마찬가지다. ‘시장’은 인간이 만든 것 중 최고의 경제시스템이다. 스스로 교정하고 발전·진화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은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의 본질적 가치를 무력화시켜서는 안된다. 문재인정부는 그 시장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정책을 고집스럽게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근본을 알 수 없는 ‘소득주도성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허세는 ‘경제적 자신감’에서 나온다. YS정부가 그랬고, 솔로몬 왕정이 그랬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과거정권이 ‘인색하다’ 싶을 정도로 아끼며 비축해 놓은 재정으로 근근히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집권 2년 만에 곡간은 바닥을 드러냈고 적자는 늘어나고 있다. IMF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국민이 하나가 된 의지도 있었지만, 국가재정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수출이 급격히 줄어 경제에 적신호가 온지 오래다. 한국은 ‘투자하기 나쁜 나라’가 되고 있다. 실지로 나가는 돈은 크게 늘고 들어오는 돈은 급격히 줄고 있다. 당연히 외화도 곧 바닥을 드러낼지 모른다. 만약 지금 다시 외환위기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 재정은 바닥나 버틸 수 없게 될 것이다. 게다가 도움을 받을 국가도 없다. 현 정부가 스스로 ‘왕따외교’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일본과 ‘통화스와프’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외교악화로 경신이 안 된지 꽤 됐다. 그런데 대책은 없다.

우리나라가 곧 망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아니 생각하기도 싫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역사 속에 극성기에 망하는 나라는 부지기수였다. 로마, 중국 당나라 같은 거대제국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인 무리수’는 물론이고 ‘국가공동의 가치’를 훼손해 국론을 분열시켰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제발 그 길 만은 피하길 바란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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