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한국산 반덤핑·세이프가드 조치…수출 타격 우려 한국은 "고로 멈춰라"…車·조선·가전 등 전방위 산업 후폭풍 <@IMG1> 해외 주요국들이 반덤핑·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등의 조치로 철강산업 보호에 힘쓰고 있는 반면 한국은 오히려 용광로(고로) 가동을 중지시키는 등 자국 산업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들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면서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가장 선두에 있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파이프라인 및 송유관 건설 시 미국산 강재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했으며 지난해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각각 25%, 10% 부과했다. 232조는 수입재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관세 칼날에 한국도 휘청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냉연강판 관세율을 3.23%, 36.59% 부과했다. 한 때 미국 철강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유정용 강관은 두 자릿수 고율 관세로 넥스틸이 생산라인 5곳 중 1곳을 중단하는 등 후폭풍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불리한 가용정보(AFA)와 특별시장상황(PMS) 조항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AFA는 피소 수출기업의 부실 답변 또는 비협조 등을 이유로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며 PMS는 조사 대상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정상가격이라고 보기 어려워 상무부가 재량으로 정상가격을 결정하는 것으로, 모두 수출기업에 부담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의 신청 및 제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수출 물량을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2015~2017년 평균 수입물량의 105%를 초과하는 열연, 냉연, 후판, 철근 등 수입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세이프가드는 2021년 6월까지 시행된다.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는 자국 기업의 내수 점유율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 연속 순손실을 내던 US스틸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 10.8%를 달성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6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보였다. 미국 최대 철강사인 뉴코(Nucor) 역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아연도금라인을 신설하는 등 신규·합리화 투자로 내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IMG2> 반면 국내 시장에선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철강사들은 최근 브리더(안전밸브)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무단 배출 행위를 이유로 1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2고로 가동을 10일간 중단하라는 충남도의 통보에 지난 7일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 신청 및 행정심판 청구를 냈다. 포스코의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24일 전남도는 광양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이라는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한 데 이어 오는 18일 행정처분 관련 전남도청에서 청문회를 연다. 고로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로 용광로라고 불린다. 고로를 멈추면 쇳물이 굳기 시작해 재가동까지 3~6개월이 소요된다. 고로 1기당 생산량은 400만톤으로 3개월이면 피해액은 8000억원, 6개월이면 1조6000억원이 날아간다. 복구가 안되면 고로 철거 후 재건설을 해야 하는 데 2년 이상이 소요된다. 조업정지를 피하려면 철강사가 지자체에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고로 1기당 과징금은 6000만원으로 포스코 9기, 현대제철 3기를 합산하면 7억2000만원이다. 철강사들이 연간 6~8회 보수 작업을 실시하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만 최대 약 60억원이 필요하다. 10년이면 600억원, 20년이면 1200억원에 달한다. 브리더 개방은 세계적으로도 동일한 프로세스인 만큼 철강업계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때까지 행정처분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더군다나 배출되는 잔류가스는 2000cc 승용차가 하루 8시간 운행 시 10여 일간 배출되는 양으로 대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브리더 개방이 대기환경법 위반이라고 밝힌 환경부는 철강업계 후폭풍이 거세자 부랴부랴 '민·관 거버넌스'를 운영해 대안을 찾겠다고 나섰다. 광양, 포항 등 각 지자체에도 거버넌스가 대안을 마련하는 동안 행정처분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처분권이 지자체에 있는 만큼 중앙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이에 포스코는 청문 결과에 따라 행정심판을 건너 뛰고 바로 사법부에 집행 가처분 신청 및 조업정지 취소 소송을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심판의 경우 뒤집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실효성을 위해서는 직접소송을 전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 관세·세이프가드 조치를 강화하는 판국에 한국은 오히려 철강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면서 "철강 산업 훼손은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유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한 번 경쟁력을 잃으면 되돌리기도 힘들다. 정부는 탁상행정을 그치고 철강업에 맞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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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국가가 철강산업 보호하는데…한국 시계는 거꾸로

조인영 기자 | 2019-06-16 06:00
美·EU 한국산 반덤핑·세이프가드 조치…수출 타격 우려
한국은 "고로 멈춰라"…車·조선·가전 등 전방위 산업 후폭풍


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제조공정 장면.ⓒ포스코포스코 광양제철소 열연제조공정 장면.ⓒ포스코

해외 주요국들이 반덤핑·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등의 조치로 철강산업 보호에 힘쓰고 있는 반면 한국은 오히려 용광로(고로) 가동을 중지시키는 등 자국 산업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들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면서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가장 선두에 있는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파이프라인 및 송유관 건설 시 미국산 강재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했으며 지난해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각각 25%, 10% 부과했다. 232조는 수입재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관세 칼날에 한국도 휘청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냉연강판 관세율을 3.23%, 36.59% 부과했다. 한 때 미국 철강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유정용 강관은 두 자릿수 고율 관세로 넥스틸이 생산라인 5곳 중 1곳을 중단하는 등 후폭풍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불리한 가용정보(AFA)와 특별시장상황(PMS) 조항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AFA는 피소 수출기업의 부실 답변 또는 비협조 등을 이유로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며 PMS는 조사 대상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정상가격이라고 보기 어려워 상무부가 재량으로 정상가격을 결정하는 것으로, 모두 수출기업에 부담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의 신청 및 제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수출 물량을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2015~2017년 평균 수입물량의 105%를 초과하는 열연, 냉연, 후판, 철근 등 수입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 세이프가드는 2021년 6월까지 시행된다.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는 자국 기업의 내수 점유율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 연속 순손실을 내던 US스틸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 10.8%를 달성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6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보였다.

미국 최대 철강사인 뉴코(Nucor) 역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아연도금라인을 신설하는 등 신규·합리화 투자로 내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포스코-타이녹스 공장에 냉연롤이 적재돼 있다.ⓒ포스코 포스코-타이녹스 공장에 냉연롤이 적재돼 있다.ⓒ포스코

반면 국내 시장에선 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철강사들은 최근 브리더(안전밸브)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무단 배출 행위를 이유로 1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2고로 가동을 10일간 중단하라는 충남도의 통보에 지난 7일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집행정지 신청 및 행정심판 청구를 냈다.

포스코의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24일 전남도는 광양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이라는 행정처분을 사전 통지한 데 이어 오는 18일 행정처분 관련 전남도청에서 청문회를 연다.

고로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로 용광로라고 불린다. 고로를 멈추면 쇳물이 굳기 시작해 재가동까지 3~6개월이 소요된다. 고로 1기당 생산량은 400만톤으로 3개월이면 피해액은 8000억원, 6개월이면 1조6000억원이 날아간다. 복구가 안되면 고로 철거 후 재건설을 해야 하는 데 2년 이상이 소요된다.

조업정지를 피하려면 철강사가 지자체에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고로 1기당 과징금은 6000만원으로 포스코 9기, 현대제철 3기를 합산하면 7억2000만원이다. 철강사들이 연간 6~8회 보수 작업을 실시하는 것을 감안하면 1년에만 최대 약 60억원이 필요하다. 10년이면 600억원, 20년이면 1200억원에 달한다.

브리더 개방은 세계적으로도 동일한 프로세스인 만큼 철강업계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때까지 행정처분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더군다나 배출되는 잔류가스는 2000cc 승용차가 하루 8시간 운행 시 10여 일간 배출되는 양으로 대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브리더 개방이 대기환경법 위반이라고 밝힌 환경부는 철강업계 후폭풍이 거세자 부랴부랴 '민·관 거버넌스'를 운영해 대안을 찾겠다고 나섰다. 광양, 포항 등 각 지자체에도 거버넌스가 대안을 마련하는 동안 행정처분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처분권이 지자체에 있는 만큼 중앙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일 지는 미지수다. 이에 포스코는 청문 결과에 따라 행정심판을 건너 뛰고 바로 사법부에 집행 가처분 신청 및 조업정지 취소 소송을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심판의 경우 뒤집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실효성을 위해서는 직접소송을 전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 관세·세이프가드 조치를 강화하는 판국에 한국은 오히려 철강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면서 "철강 산업 훼손은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유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한 번 경쟁력을 잃으면 되돌리기도 힘들다. 정부는 탁상행정을 그치고 철강업에 맞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데일리안 = 조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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