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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미래 모습은?…국내외 스타트업에 달렸다

박영국 기자
입력 2019.06.15 06:00 수정 2019.06.15 07:03

정의선 부회장 취임 이후 매달 미래차 기술 스타트업 투자 및 협업 발표

전세계 5대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 통해 유망 스타트업 지속 발굴

정의선 부회장 취임 이후 매달 미래차 기술 스타트업 투자 및 협업 발표
전세계 5대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 통해 유망 스타트업 지속 발굴


현대자동차그룹이 투자한 각종 스타트업 기술 관련 이미지.ⓒ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투자한 각종 스타트업 기술 관련 이미지.ⓒ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가 주인의 음성을 인식해 미리 시동과 공조장치를 가동해 놓고 주인이 탑승하면 목적지를 향해 스스로 출발한다.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탑승자의 시야에는 주위 환경이 홀로그램으로 펼쳐진다. 예기치 못한 사고시 자동차는 탑승자의 부상 정도를 파악해 병원 및 구급차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머지않은 미래의 자동차 활용 사례를 그려본 것이다. 근거 없는 상상은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준비 중인 기술들을 접목해 구성했다. 완성차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현대차는 이같은 기술들을 구현하기 위해 국내외 다양한 스타트업의 역량과 아이디어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상반기 전략기술본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지난해 9월 정의선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부임 이후 더욱 가속화돼 거의 매달 한 건씩 신기술 보유업체에 대한 투자 및 협업이 발표되고 있다.

웨이레이의 홀로그램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제네시스 G80.ⓒ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웨이레이의 홀로그램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제네시스 G80.ⓒ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정 부회장 취임 직후 이뤄진 스위스 홀로그램 전문 기업인 웨이레이(Wayray)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대표적이다.

홀로그램 증강현실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웨이레이와의 협업을 통해 현대차는 홀로그램을 활용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을 자사 차량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는 웨이레이의 홀로그램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제네시스 G80 차량이 공개되기도 했다.

차량용 홀로그램은 영상용 레이저를 스탠드형 HUD(헤드업디스플레이) 또는 전면 유리에 직접 투영하기 때문에 기존 HUD 대비 보다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고, 관련 부품 크기도 최소화 할 수 있다. 전면 유리창 전체에 영상을 표시할 수 있을 정도로 화면 크기에 대한 제약도 거의 없다.

현대차는 2020년 이후 웨이레이와 협업해 개발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을 양산차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퍼셉티브 오토마타의 인간 행동 예측 인공지능 이미지.ⓒ현대자동차그룹 
퍼셉티브 오토마타의 인간 행동 예측 인공지능 이미지.ⓒ현대자동차그룹

정 부회장 취임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의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에 전략 투자가 이뤄졌다. 이 회사가 가진 기술은 ‘인간 행동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인공지능 기술과 차별화된다.

비전 센서와 정신물리학(Psychophysics)을 기반으로 인간 행동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실제 인간의 관점에서 주관적 판단을 가미해 학습하는 방식이다.

퍼셉티브 오토마타는 단순히 외부 사물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기술을 넘어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미리 예측하고 판단하는 기술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을 한 단계 더 고도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술을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과 융합할 경우 보행자나 자전거 탑승자가 자동차 주변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고 판단함으로써 자율주행차가 위험한 상황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게 된다. 또 인간의 직관력에 근접한 사고 판단력을 통해 다양한 돌발 상황에도 신속하게 대처가 가능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스라엘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알레그로.ai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 회사는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며, 인공지능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관리까지 종합적으로 서비스하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솔루션 제공 기업이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하게 될 분야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현대차의 인공지능 분야 공략에 협력할 우군은 한층 두터워졌다.

톱 플라이트의 하이브리드형 드론 ⓒ톱 플라이트 톱 플라이트의 하이브리드형 드론 ⓒ톱 플라이트

같은 달 현대차는 미국 드론 분야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톱 플라이트 테크놀러지스(Top Flight Technologies)’에 대한 투자도 발표했다. 개인용 이동수단이 네 바퀴 자동차를 벗어나 드론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는 미래 시장에 대비한 투자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톱 플라이트와 고성능 드론을 활용한 차세대 이동수단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고성능 무인항공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도서산간 지역 등 교통이 불편한 지역으로의 정비 부품 운송이나 공장 내 부품 운송 등에서 드론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거나 모빌리티 서비스, 3D 정밀지도 제작, 차량 및 부품 검수, 현장 안전관리, 스마트시티 시설통합운영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성능 무인항공 드론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송창현 코드42 대표가 서울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나 의견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송창현 코드42 대표가 서울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만나 의견을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올해 들어서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과 손잡았다. 지난 4월 네이버 CTO 출신 송창현 대표가 네이버 및 카카오 출신 핵심 기술 인력들과 함께 창업한 ‘코드42’에 전략 투자한 것이다.

이 회사의 구성원들은 이미 음성인식, AI, 모빌리티, 자율주행, 네이버 지도, 정밀 지도, 로보틱스, 컴퓨터 비전, 빅데이터 등 혁신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함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만들어온 만큼 현대차에 다양한 미래차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현대차는 코드42에 대한 투자를 계기로 고도화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을 위해 적극 협업할 계획이다.

엠디고가 차량 사고 후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탑승객 외상 리포트 ⓒ현대자동차 엠디고가 차량 사고 후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탑승객 외상 리포트 ⓒ현대자동차

지난 10일에는 이스라엘의 차량 탑승객 외상 분석 전문 스타트업 엠디고(MDGo)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엠디고를 통해 현대차가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은 차량 사고 발생 시 탑승자의 부상 상황을 예측해 정확한 초기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엠디고가 보유한 AI 알고리즘은 충돌 사고 발생 시 차량의 각종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 실시간으로 탑승객의 부상 위치 및 외상 심각도를 나타내주는 리포트를 생성한다. 이 리포트는 즉각 인근 병원과 환자를 이송할 구급차에 전달돼 사고 현장에서 최적의 응급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대차는 이번 엠디고와의 협업을 통해 자사 차량에 최적화된 탑승객 외상 분석 기술 개발, 고객 안전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지난 4월부터 현대차의 주요 차량 충돌 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탑승객의 상해 수준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검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향후 탑승자의 건강상태 정보까지 확보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발전하게 되면, 고객에게 차량에서부터 병원까지 헬스케어와 관련한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전세계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 미국, 중국, 독일, 이스라엘 등 세계 5개 지역에 설립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통해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한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세계 스타트업 생태계가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지역에 오픈 이노베이션 네트워크를 갖추고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강력한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한 차원”이라며 “혁신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미래 그룹 성장을 이끌 신규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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