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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권주자' 황교안, '계륵' 종로를 어찌할까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6.07 01:00 수정 2019.06.07 05:36

종로 출마, 당선시 정치 체급 부쩍 높여주지만

황교안은 이미 대권주자 위상 확고…실익 없어

남 내보내고 비례대표 물러앉기에는 '께름칙'

종로 출마, 당선시 정치 체급 부쩍 높여주지만
황교안은 이미 대권주자 위상 확고…실익 없어
남 내보내고 비례대표 물러앉기에는 '께름칙'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아직 한국당 대표로 선출되기 전인 올해 1월,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시장을 둘러보고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강정 등도 구입하고 있다. ⓒ데일리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아직 한국당 대표로 선출되기 전인 올해 1월,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시장을 둘러보고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강정 등도 구입하고 있다. ⓒ데일리안

당대표 취임 100일을 토크콘서트로 자축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서울 종로 출마 문제가 '계륵(鷄肋)'으로 다가오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로 출마설'과 관련한 질문에 "결정된 게 아무 것도 없다"며 "내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당 입장에서 결정해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종로 출마설'은 이날 오전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의 발언으로 구체화됐다. 김 원장은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황 대표가) 종로로 출마하는 게 정공법"이라며 "(총선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의 '종로 출마설' 언급은 황 대표와의 교감 아래 나온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게 한국당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황 대표가 "(종로에) 내가?"라고 반문하며 "의원들은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한 게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라디오 인터뷰 당시 김 원장도 "대표의 총선 출마 지역구 문제는 내가 언급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고 하다가, 거듭된 질문에 "내 생각에는…"이라고 사견(私見)을 전제로 말했다는 정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당 한 중진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김세연 의원이 여의도연구원장 취임 직후에도 조대원 (고양정 당협위원장)을 부원장으로 낙점했다가 임명 보류 사태를 빚었듯이, 소장파라 아직 속내를 잘 숨기지를 못한다"며 "계속해서 '내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어야 했는데, 질문에 말려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황 대표가 거듭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히면서 당장은 사그라졌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종로 출마' 문제 결정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황 대표에게 종로는 일종의 '계륵'이라는 점에서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한국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는 당선됐을 때 정치적 체급을 부쩍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비례대표 초선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종로에서 재선에 도전해 당선되면서 이후 서울시장 출마로 이르는 길을 놓았다. 부산에서 낙선을 거듭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로 지역구를 옮기면서 승부처로 택한 곳도 종로였다.

문제는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이 이미 확고한 황 대표는 종로에 출마해 당선된다고 해도 추가로 얻을 이득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2000년 총선에서의 이종찬 전 의원, 2008년 총선에서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2016년 총선에서의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의 사례와 같은 리스크가 존재한다.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할 게 아니라, 비례대표로 나선 뒤 전국을 돌며 선거 지원유세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당내에 만만치 않다.

핵심 당직 의원은 "당의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면 당대표가 자기 지역구 선거만 매몰돼서 치르고 있는 게 전국 선거에 도움이 더 되겠느냐"며 "모양새가 문제라면 비례대표 12~14번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내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당 입장에서"를 강조하는 것도 비례대표에 무게중심을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렇게 당대표가 비례대표로 물러앉으면, '공천 물갈이'를 단행하거나 '험지 출마'를 압박할 정치적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긴다. 김 원장의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는 (황 대표 본인도) 그 정도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은 이런 의미라는 분석이다.

또 하나의 문제로는 적절한 정치적 체급과 지명도·잠재력을 지닌 인물을 결국 누군가는 종로에 내보내야 하는데,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나 홍정욱 전 의원을 내보냈다가 당선되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강력한 당내 경쟁자를 만들어주는 결과가 된다는 점이 지적된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황 대표의 입장에서 볼 때 '종로 출마'는 직접 나가기에는 이렇다할 살덩이(이득)도 없이 발라먹어야 할 뼈(리스크)만 많고, 비례대표로 물러앉자니 남 주기에는 아까운 계륵"이라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황 대표와 주변의 고심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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