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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평화팔이’가 전쟁을 부른다

박휘락·김태우·송대성·신원식 | 2019-05-24 07:30
<전문가 4인 공동칼럼> 맹목적 평화 주장이 오히려 전쟁 유발
북한은 철저한 기회주의 국가…미군 개입의지 약화 추세
평화팔이 인사들을 보면서 김정은 무슨 생각을 할까


지난 2018년 10월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예정된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시민들이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지난 2018년 10월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예정된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시민들이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어느 집에서 금덩이를 마당에 쌓아 놓은 채 대문을 활짝 열어 두고, 지키는 사람도 없다고 하자. 지나가던 사람이 훔치고 싶지 않겠는가?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한일합방, 6.25 전 쟁을 반성 차원에서 회고해 볼 때 우리 선조들의 안일한 안보의식 및 불실한 전쟁대비가 침략을 유발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중국고사에 정(鄭)나라 이야기가 있다. 이 나라는 이웃 국가를 공격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공주를 시집보내어 관계를 개선하고 공격하자는 의견을 낸 신하를 처형하면서까지 상대의 경계심을 낮춘 후 상대의 방심을 확인하자 곧 바로 공격하여 멸망시켰다. 여러분이 적화통일의 선대유훈을 물려받은 상태에서 핵무기까지 보유한 채 경계심은 전혀 갖고 있지 않는 남한을 바라보면 공격하여 탈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맹목적 평화 주장이 오히려 전쟁 유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정치학 교수 스타인(Arthur Stein)은 침략을 호시탐탐 노리는 국가를 ‘기회주의 국가(opportunist)’로 명명하면서 이 국가는 다른 국가가 협력적이라고 판단될 때, 즉 상대가 전쟁보다는 협상을 선호한다고 생각할 때 공격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독일의 경우 1938년 뮌헨조약을 통하여 영국이 평화에 집착한다는 것을 파악하자 이듬해에 제2차 세계대전을 도발했다. 그는 1950년 한국전쟁도 기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남한의 태세와 대응 의지가 미흡한 것을 알고 도발한 것이고,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던 사태도 케네디 행정부가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개인의 경우에도 나의 유순함이 못된 친구를 오판하게 만들어 싸움을 초래하듯 평화 애호국일수록 단호하지 못하여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히틀러의 침략 의도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철저하게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독일이 전쟁을 시작했을까? 남한이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어서 엄청난 피해를 각오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면 북한이 6.25 전쟁을 자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현재 한국에는 막연한 평화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핵에 철저히 대비하자고 하면 그들은 “전쟁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나쁜 평화가 전쟁보다 낫다”면서 남북관계 개선, 군비의 축소, 평화구호만을 강조한다. 스타인 교수의 분석처럼 북한은 공격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할 것이고, 어느 순간 나쁜 결정을 할지도 모른다. 남한 지도자들의 안일과 남한군의 불비가 오히려 전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 로마시대의 격언이 지금까지 전해져오는 것은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철저한 기회주의 국가

일부 좌파인사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자신들의 체제보전을 위한 수세적인 목적이라고 대변하고, 북한도 남북한의 평화를 바라기에 대화를 통해 평화공존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남한이 선의로 대하면 북한도 결국은 선의로 보답할 것이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념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려는 공산주의의 속성이나 지금까지 북한이 남한에 대하여 끊임없이 가해온 도발의 역사를 고려할 때 북한은 철저한 기회주의 국가로서, 1950년에 6.25 전쟁을 통해 남한을 군사력으로 점령하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도 기회를 탐색하고있는 중이라고 보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좌파 인사들이 모르는지 알고도 모르는 체 하는지는 모르지만, 북은 적화통일 야욕을 버린 적이 없다. 이것은 상식이다. 김정은은 2018년 8월 25일 서해에서 훈련을 참관한 후 “인민군대는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김정은은 한국에 정말로 핵을 쓸 수 있다...2013년 채택한 핵·경제 병진노선은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어 한국이라는 실체 자체를 불바다로 만들어 한국군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역임했던 맥매스터(H.R. McMaster) 중장은 2019년 5월 5일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목적은 한미동맹을 파괴해 무력으로 남북을 통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2010년 개정된 노동당 규약 서문을 통하여 “조선노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며,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김일성이 1965년을 남침 시점으로 잡고 1962년부터 준비했으며, 1975년 4월 중국을 방문하여 남침문제를 협의했다는 주장도 있다. 6.25 전쟁 때도 김일성이 소련의 스탈린이나 중국의 모택동과 깊게 상의했던 핵심내용은 미군의 개입 가능성과 남한의 저항 수준이었다. 지금도 이 두 요소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전쟁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북한이 아니겠는가?

미군 개입의지 약화 추세

미국은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포함하여 유사시 한국을 확실하게 방어해 주겠다고 말로는 약속하고 있지만, 말과 실천은 다를 수밖에 없고, 자신이 위협받으면서까지 한국을 방어해줄 것인지를 불확실하다. 북한은 2016년과 2017년 동안에 ‘화성-12형’ ‘화성-14’형의 미사일을 수차례 시험 발사하여 괌, 알래스카(평양으로부터 6,000km), 하와이(7,300km)에 대한 공격능력을 과시하였고,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을 발사함으로써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했다. 북한이 자신의 초토화를 각오하면서까지 미국의 1-2개 도시를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한다면 미국의 핵우산을 이행되지 않을 것이고, 김정은이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간의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을 포기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 김정은은 2018년 신년사에서는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위에 항상 놓여있다”며 미국을 위협함으로써 그의 핵무기 개발 의도가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임을 분명히 노출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 미국은 선제타격을 포함하는 공세적 수단을 적극 거론했지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이후에는 경제제재와 압박만 거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최악의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위협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 최근 이란에 대해서는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피력하는 이유 중에는 이란이 아직 핵보유국이 아니라는 사실도 포함될 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베트남 철수를 주도했던 키신저(Henry Kissinger) 전 국무장관이 주한미군 철수를 북한 비핵화를 위한 카드로 사용할 것을 주문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탄이나 잠수함발사 탄도탄 등으로 미 본토에 대한 더욱 확실한 핵공격 능력을 구비할 경우 북한은 미국의 개입이 불가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미국의 불개입을 담보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한국의 대응태세는 침략을 유도하는 수준

북한의 입장에서 한국을 보면 공격하면 바로 승리할 것으로 판단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답답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상황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북핵 포기를 끌어낼 수 있다면서 핵사용에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 이전 정부는 핵대비 차원에서 선제타격, 미사일방어, 재래식 응징보복 등으로 구성되는 “3축 체계”를 구축해왔지만, 문재인 정부는 평화주의 정책을 앞세우고 기존 안보역량들을 파괴 또는 불능화시키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도 이미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믿고 있고, “백두칭송위원회” “위인맞이 환영단” 등이 결성되는 것에서 보듯 김정은을 적의 수장으로 보지 않고 있다. 기회주의로 호시탐탐 호기를 노리고 있는 북한의 시각에서 보면 지금이 침략의 호기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2018년 9월 19일 체결한 남북군사분야합의로 북한은 기습공격의 성공에 필요한 요건을 구비했다. 남한의 감시초소는 줄었고, 군사분계선 10-40km에서 항공기, 헬기, 무인기의 운항이 금지됨으로써 남한의 감시·정찰은 크게 제약을 받게 되었으며, 해상에서의 즉각대응 태세도 약화되었다. 철원 근처의 비무장지대의 지뢰가 제거되었고 폭 12m의 도로도 연결되었다. 북한은 김포반도에서도 도하(渡河)에 필요한 정보도 확보했다. 북한의 주된 공격로가 모두 개방되어 있는 셈이다. 대문을 활짝 열고 있는 남한에게 기습전격전을 결행하고 싶은 유혹이 들지 않겠는가?

한국에는 아직 주한미군이 있고 한미동맹도 유지되고 있다. 한국은 우세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에서도 상당한 질적 우세를 유지하고 있고, 특히 해·공군력이 북한을 압도하기에 6.25 전쟁과 같은 전면전은 쉽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기습 전격전으로 서울을 점령한 협상을 통해 점령을 기정사실화하는 정도의 방안은 충분히 성공할 것으로 오판할 수 있다. 서울은 가깝고 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으며, 일단 북한군이 돌파에 성공하여 도심으로 잠입하여 한국 국민과 뒤섞이면 한국 공군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진다. 김정은은 집권 후 ‘7일 전쟁 계획,’ ‘3일 전쟁 계획,’ 등을 만들었다.

평화팔이 인사들을 보면서 김정은 무슨 생각을 할까

헌법 제66조 2항은 대통령과 정부에게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않는 데는 신경을 쓰면서, 국가안보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야말로 북한의 침략을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그러한 임무를 명시한 것을 그것이 대통령이 담당해야할 가장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한국군에게 촉구하고자 한다. 군대는 언제나 최악 상황을 상정하여 대비하는 집단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평화’를 말하더라도 군대는 ‘전쟁대비’에 전념해야 한다. 북핵이 실제로 사라지기 전까지 군대는 북핵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쟁방지를 연구해야 하는 기관이서 ‘평화체제 구축’을 토의하고 전 국방장관이 북핵 대비의 필요성을 부정하면서 군사합의서 이행만을 강조하는 어처구니가 없는 현상들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군 간부들은 진급에만 치중하여 국방의 엄중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군 민주화나 장병 병영생활의 자율화에만 몰두하는 현상도 없어져야 한다.

군대가 전쟁대비를 등한시하는 만큼 김정은이 남침을 결심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 순간 김정은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핵폐기의 대가를 많이 챙겨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을까? 그랬다면 벌써 핵합의에 이르렀을 것이다. 맥매스터 장군이 말했듯이 핵능력을 더욱 발전시켜 미군을 철수시킨 후 무력통일을 이루겠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이미 방커에서 남침 작전계획을 갖고, 군 수뇌부와 토론하고 있지 않을까? 한국으로서는 일단 후자를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안보의 정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없다.” “북한은 동일민족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에게 잘해주면 결국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그 말이 틀려서 우리가 북한의 공격을 받고 북한에게 정복당하는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원상회복을 할 수 있는 신통력이 있는가? 미안하다고 말할 것인가?
더욱 참담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김정은은 한국에서 평화팔이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한편으로는 고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경멸하고 있지 않을까?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정복한 이후 남베트남에서 협력했던 인사들을 가장 먼저 처형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박휘락 국민대 교수·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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