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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 언제까지 연예인으로 등록금 태울까?

하재근 문화평론가
입력 2019.05.23 07:00 수정 2019.05.23 05:23

<하재근의 이슈분석> 사회적 명분 담보한 대안적 청년문화 이루어야

<하재근의 이슈분석> 사회적 명분 담보한 대안적 청년문화 이루어야

ⓒ데일리안 ⓒ데일리안

바야흐로 대학축제 계절이다. 대학축제는 가요계 대목으로 자리 잡았다. 각 대학에서 막대한 출연료를 제시하며 가수 섭외에 나서기 때문이다. 올해도 대학축제 출연료가 화제가 됐다.

최근 한 매체는 대학축제 출연료로 S급 가수는 3000만 원 이상, A급 아이돌 그룹은 2500만 원 안팎이며 지방대는 여기서 500만 원씩 추가된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지난 2010년에 빅뱅이 대학축제 출연료로 4천500만 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2012년엔 걸그룹 출연료가 1000만 원 ~ 5000만 원이라고 보도됐다. 이렇게 보면 요즘 톱스타 출연료는 3000만 원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스타 출연료는 5000만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등록금이다. 연예인을 부르는 비용 말이다. 학생들이 교육받기 위해 낸 돈이 가수 출연료로 쓰인다. 장동민이 과거에 대학축제 사회를 보다가 폭죽이 터지자 ‘여러분들 등록금이 터지고 있습니다’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말 요즘 대학에서 학생들 등록금을 일순간의 유흥에 태우고 있는 셈이다.

등록금은 학생교육, 연구활동, 학생복지, 장학금, 학생활동지원 등에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연예인 부르는 데 쓰면서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렇게 대학들이 연예인 섭외에 나서는 이유가 황당하다. 얼마나 유명한 스타를 데려오는가가 학생회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유명 스타를 자기 학교 무대에 세웠을 때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있다. 학교 사이의 경쟁, 과시 심리도 있다고 한다. 어느 것 하나 이상하지 않은 것이 없다. 연예인 섭외가 어떻게 학생회의 주 업무가 되고 대학교의 명예가 된단 말인가?

과거엔 대학축제에 주류 연예인을 초청한다는 걸 생각도 못했다. 김광석 같은 포크 계열 가수를 세워도, ‘어떻게 학교에서 사랑타령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상업적인 대중문화 자체에 대학생들이 거부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과거 대학생들에겐 상업문화, 주류문화와는 다른 자신들만의 청년문화를 세워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다. 대학축제도 대동제라고 해서 학생들 스스로가 참여해 일궈가는 학교 공동체 행사로 운영했다.

그랬던 대학생들의 자의식이 사라지고 이젠 상업문화, 주류문화의 소비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등학생, 대학생 사이의 구분도 없고, 대학생과 사회인의 구분도 없다. 모두가 아이돌, 핫스타에게 열광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기성사회가 자신들을 무시한다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만의 독자적인 존재감이 없는 게 문제다. 과거 대학생들이 독자적인 청년문화를 일궜을 때 사회는 대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지금처럼 주류 상업문화의 소비자 노릇만 한다면 대학생의 사회적 위상이 제고되기 어려울 것이다. 순응적인 소비자는 기업 마케팅 대상이 될 뿐, 공론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는 되기 어렵다. 연예인 부르는 데 자기 돈 쓰고, 그걸로 사회적 위상이 더 하락하는 모양새인 것이다.

주류 상업문화와 선을 긋고 젊은 지성인들만의 청년문화를 모색해야 한다. 공론장에서 담론을 형성하고, 축제에서 다양한 실천과 실험이 어우러지며 결과물들이 나타났을 때, 그리하여 기성문화와 확연히 다른 사회적 명분을 담보한 대안적 청년문화를 마침내 이루었을 때 청년들의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커질 것이다. 동시에, 주류문화와 다른 청년문화의 등장은 우리 대중문화의 발달로도 이어질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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