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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 롯데, 방향성 잃은 리빌딩

케이비리포트
입력 2019.05.23 09:28 수정 2019.05.24 10:22

롯데, 선발 마운드 붕괴로 최하위 추락

리빌딩과 요행수 바라는 신인 기용 구분해야

21일 선발로 1군 데뷔전 치른 롯데 이승헌. ⓒ 롯데 자이언츠 21일 선발로 1군 데뷔전 치른 롯데 이승헌. ⓒ 롯데 자이언츠

리빌딩이라는 명분이 초라한 팀 성적을 가려주는 것은 아니다.

22일 ‘2019 KBO리그’ 광주 KIA전 패배로 6연패를 당하며 꼴찌로 추락한 롯데 자이언츠의 현실이 그렇다.

롯데는 지난 21일 선발투수로 2년차 신인 이승헌을 내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승헌은 KIA 타선을 상대로 2이닝 7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이후 타선이 뒷심을 발휘했지만 초반 이승헌이 내준 7실점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경기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승헌의 부진이 결정적 패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패배의 책임을 이승헌에게 물을 수는 없다. 21일 등판이 1군 데뷔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일 이승헌의 투구 내용은 아직 1군에서 던질 수준은 아니었다. 190cm 중반대의 큰 신장에서 내리꽂는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커브와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섞는 구종의 레퍼토리 자체는 1군 선발투수로 손색이 없었다.

최고 스피드가 141km에 그쳤을 만큼 패스트볼 자체에 힘이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갖췄다고 해도 1군 타자들을 제압할 수 없는 구속과 제구로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

입단 2년차 이승헌은 올 시즌이 프로 첫 시즌이나 다름없다. 2018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지명을 받고 입단해 주목을 받았지만 스프링캠프 도중 갈비뼈 부상으로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때문에 여름 이후에야 퓨처스리그에서 첫 실전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해 이승헌이 등판한 퓨처스리그 경기는 7경기가 고작이었다.

18일 프로 첫 선발 등판에서 고배를 마신 최하늘. ⓒ 롯데 자이언츠 18일 프로 첫 선발 등판에서 고배를 마신 최하늘. ⓒ 롯데 자이언츠

롯데의 연패 기간 중 신인급 선수의 등판은 21일 경기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8일 키움전에서는 2년차 최하늘이 선발로 등판했다. 경기 내용은 이승헌과 유사했다. 최하늘은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키움 타자들을 상대했지만 설익은 투구로 키움의 강타선을 막아내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서는 양상문 감독이 과거 롯데 시절 장원준, 강민호 등을 성장시킨 사례처럼 이승헌, 최하늘 등의 신인급 기용이 리빌딩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신인급 선수들에게 무턱대고 1군 출장 기회를 준다고 게임처럼 경험치가 쌓이고 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롯데의 선발 투수들처럼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선수를 1군에 기용하는 것은 신인 선수들의 자신감만 잃게 만들 위험이 크다.

물론 현재 롯데의 선발진의 상태가 그만큼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기복은 있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던 장시환이 허리 통증을 느끼며 전열에서 이탈했고, 박시영은 선발보다는 불펜이 적합하다는 판단 하에 보직을 변경했다. 임시로라도 구멍이 난 선발진을 채워줄 새 얼굴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준비가 덜된 신인급 투수를 요행을 바라듯 앞세우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 차라리 롯데 양상문 감독이 시즌 전 선발진 플랜 중 하나로 제시했던 오프너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선발투수로 활용은 어렵더라도 정성종이나 퓨처스리그에 있는 홍성민 같은 투수들은 1군 무대에서 긴 이닝을 투구해본 경험이 있는 자원이다. 시즌 전 말했던 오프너나 1+1 선발 체제를 시도하는 것이 지금처럼 요행을 바라며 경험 없는 신인급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 보다는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부임 첫해 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롯데 양상문 감독. ⓒ 롯데 자이언츠 부임 첫해 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롯데 양상문 감독. ⓒ 롯데 자이언츠

롯데 마운드의 현재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발-불펜 구분할 것 없이 확실한 믿음을 주는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투수진의 반등 없이 6연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추락한 팀 성적의 반등도 기대할 수 없다.

국가대표 투수코치 출신인 양상문 감독은 스스로를 '투수 조련사'로 소개할 만큼 투수 육성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가 그를 감독으로 선임한 데는 투수 유망주들의 기량 향상을 바랐던 이유도 컸다.

올 시즌 현재까지는 기대했던 투수조련사의 면모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처럼 준비가 안 된 신인들을 내세우는 것은 정상적인 리빌딩이라 볼 수 없다. 시즌 개막 후 두달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은 롯데가 달라진 방향성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이정민, 김정학

김정보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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