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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의혹·고성' 난무한 바른미래…빈 종잇장 된 '화합결의문'

이동우 기자
입력 2019.05.20 15:00 수정 2019.05.20 15:23

당권파 vs 사퇴파 진흙탕 싸움

孫, 당직자 임명 ‘협의’ 논란

유승민, 5·18 기념식 불참 비난

손학규·박지원 모의 의혹 반격

당권파 vs 사퇴파 진흙탕 싸움
孫, 당직자 임명 ‘협의’ 논란
유승민, 5·18 기념식 불참 비난
손학규·박지원 모의 의혹 반격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퇴진을 둘러싼 당내 계파갈등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당권파와 퇴진파는 서로를 향한 노골적인 비난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불과 보름 전 채택한 ‘화합결의문’을 스스로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당직자 임명 ‘협의’ 논란

손 대표는 2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에 채이배 의원, 사무총장에 임재훈 의원, 수석대변인에 최도자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측근들을 전면 배치해 자신을 향한 사퇴 압박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바른정당계는 즉각 반발했다. 최고위원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날치기 통과’라는 주장이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 국정 현안을 대응하는 자리다. 임명권을 떠나서라도 원내대표와 의견 조율을 거치는 게 상식”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주요 당직자 임명 전 최고위원들과 사전 협의를 관례로 하고 있는데 손 대표가 세 의원에 대한 임명 안건을 이날 오전 긴급 상정하고, 최고위원들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바른정당계의 주장이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일요일에 채이배 비서실장이 전화가 왔다. 제가 이것은 통보지 협의가 아니라고 했다”며 “협의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부터 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당헌에 없는 안건 상정은 안 한다”고 일축하면서도 “지난주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에서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유승민, 5·18 기념식 불참 비난

바른정당계가 손 대표의 당직자 임명 강행을 비판하자 당권파인 문병호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대표의 ‘5.18 기념식 불참’을 문제삼았다. 손 대표를 향한 집중 포화를 유 전 대표로 프레임을 전환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문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대표가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아 유감”이라며 “우리 당이 개혁에 미온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 전 대표가 당 대표는 아니지만 창당 주역으로서 기념식에 참석해야 했다는 주장이다.

문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내년 총선 때 보수 대통합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갖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계는 문 최고위원의 발언에 즉각 항의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말이 안 된다. 무슨 정당의 최고위원회라는 곳에서 당내 인사에 대해 인신공격하는 발언으로 최고위 발언을 대신하느냐”고 따졌다.

그는 “어떤 근거로 유 전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다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발언하는지 유감”이라며 “공개발언에서 왜 이런 내용이 나오는지 알 수 없다”고 강변했다.

앞서 유 전 대표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땅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오신 분들께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바른정당계, 손학규·박지원 모의 의혹 반격

바른정당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손 대표가 유승민 의원을 몰아내자고 했다”는 발언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계는 표면적으로는 박 의원을 비판하며 손 대표를 감싸는 모습이지만 발언의 진위 여부를 따져 손 대표 퇴진의 결정적 증거를 잡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4.3보궐선거 당시 바른미래당 싱크탱크인 바른미래연구원이 실시한 이른바 ‘유령 여론조사’도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보궐선거 당시 두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세 차례의 연구비용 2200만원이 집행됐다는 의혹이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박지원 의원의 막말에 대한 진상조사 그리고 여론조사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등에 대한 안건을 묶어 최고위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서 당권파 당직자는 이 최고위원을 향해 “그만하라. 술 드시고 (보궐선거) 지원 유세하니 지지율이 나오겠나”면서 “지금 똥 묻은 뭐가 재 묻은 뭐 나무라는 것이냐”고 고성을 질렀다.

또 다른 당직자는 이 최고위원에게 “약주 드시고 분명히 연설했다”면서 “그것에 대해 최고위원을 걸고 약속하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바른정당계는 이날 당헌 제32조에 의거해 이와 관련한 긴급 최고위원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긴급 최고위원회의는 21일 오전 10시 원내대책회의 직후 열릴 예정이다.

이동우 기자 (dwlee9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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