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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 길 막힌 금융공공기관 베테랑들 ‘별도 노조’ 만든다

배근미 기자
입력 2019.05.16 06:00 수정 2019.05.16 06:04

신보 임피노조, '근로조건 개선' 협상 본격화…기은도 50대 직원 중심 조합 설립

멈춰선 금융공공기관 희망퇴직 가이드라인…인사적체 속 세대갈등 확산 우려도

신보 임피노조, '근로조건 개선' 협상 본격화…기은도 50대 직원 중심 조합 설립
멈춰선 금융공공기관 희망퇴직 가이드라인…인사적체 속 세대갈등 확산 우려도


최근 금융공공기관들이 인사적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관리자 직급에 해당하는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를 통해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한 다양한 목소리가 본격화되는 반면 자칫 3040으로 대변되는 일선 실무자급과 주요 업무에서 배제된 시니어급 직원 간 세대갈등으로 격화될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데일리안 최근 금융공공기관들이 인사적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관리자 직급에 해당하는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를 통해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한 다양한 목소리가 본격화되는 반면 자칫 3040으로 대변되는 일선 실무자급과 주요 업무에서 배제된 시니어급 직원 간 세대갈등으로 격화될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데일리안

최근 금융공공기관들이 인사적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관리자 직급에 해당하는 55세 이상 임금피크제(임피제) 대상자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희망퇴직'을 주창해왔던 금융공공기관들은 이를 계기로 임피제도 개선 및 인력 구조조정 필요성을 수면 위로 올릴 수 있게 됐지만 자칫 3040으로 대변되는 일선 실무자급과 주요 업무에서 배제된 시니어급 직원 간 세대갈등으로 격화될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신보 임피노조, '근로조건 개선' 협상 본격화…기은도 50대 직원 중심 조합 설립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은 지난해 말 시니어 직급에 해당하는 50대 임피제 직원들이 별도의 노동조합을 설립한 데 이어 최근 사측과 노사협의회를 통해 본격적인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임피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보 관계자는 “현재 노사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면서 “기존 노조와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보니 요구하는 부분 역시 (임피과정에서의) 근로조건 개선 등으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임피제를 도입한 신보는 금융공공기관 가운데서도 임피제 대상 직원 비중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임피제 운영 현황’에 따르면 신보는 지난해 말 기준 전 직원의 10%(238명) 가량이 임피제 적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IBK기업은행 역시 이달 초쯤 임피제 대상자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복수노조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 140여명이 임피대상인 기업은행은 오는 2020년까지 약 1000여명(누적) 이상의 직원이 임피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정규직 직원(8807명)기준으로 보면 11%가 넘는 수준이다. 기은 또한 지난 2015년 말 188명을 내보낸 것을 마지막으로 명퇴제도가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기은 관계자는 "아직 가입자 수는 많지 않아 자체적인 교섭권한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임피 직원들의 이같은 움직임 자체가 최근 정체된 금융공공기관 내에서의 인력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멈춰선 금융공공기관 희망퇴직 가이드라인…인력적체 속 세대갈등 확산 우려도

임금피크제는 만 55세(공공기관 기준)가 되면 정년까지 연봉이 매년 일정 비율로 삭감하는 제도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청년 채용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2015년부터 일제히 도입됐다. 그러나 일반 사기업과 달리 인건비 총액을 임의로 늘릴 수 없는 금융공공기관은 임금피크 대상자가 확대되더라도 신규 채용을 늘릴 수 없다.

특히 최근 1990년대에 대거 입사한 50대 초·중반 직원들이 잇따라 임금피크 대상이 되면서 기관 일선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임피대상 직원들의 경우 사실상 현업에 물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현장투입인력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금융공공기관들이 정부 지침을 통해 명예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나, 명퇴 시 지급액이 정년 근속 시 수령할 수 있는 보수총액의 절반에 그치고 있어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공공기관을 관할하는 금융위원회 역시 명퇴금 현실화를 통해 인력을 조정할 경우 더 많은 청년층을 채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명퇴금 상한선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종구 위원장은 앞서 지난해 6월 "옛 기획예산처 시절 남아있던 지침 때문에 (명퇴금 추가 지급이) 막혔었는데 기재부 반대를 설득해 지침 적용을 안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타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기재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선배들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내부의 불만 역시 적지 않다. 한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선배들의 경우 임피제 적용을 이유로 관리자 승진 등에서 일정부분 수혜를 입었는데 이제 자신들 차례가 되니 임피제 축소 및 여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근무여건이 좋아진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지만 결국 그에 따른 업무 등 각종 부담이 모두 후배들에게 전가될까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금융공공기관들의 명예퇴직제도 현실화에 수수방관하면서 사실상 금융공공기관 내부 갈등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 어린 시선도 제기된다. 한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조직 내부의 소통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별도의 집단행동을 통한 조직 내 갈등만 증폭시키는 셈이 될 수 있다"면서 "정부 역시 금융공공기관들의 각종 명퇴제도 등을 전부 막아놓고 이제와서 별다른 해결책 없이 손사레만 치는 것은 결과적으로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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