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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주민 굶어도 식량지원 비협조…'자존심이 먼저다'?

이배운 기자 | 2019-05-15 16:00
민화협 "식량지원 공식 요청 없어…정부 차원의 지원 거절할수도"
알앤써치 정기 여론 조사, 대북 식량지원에 우리국민 '반대 55%' '찬성 42%'
정치적 입장 챙기다 아사사태 초래하나…"김씨체제 존속에 주민이 희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은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 의사에 대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즉각 식량지원 수용 의사를 밝혀 구호에 나서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치적 사정에 매달려 주민들의 굶주림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공동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지난해 식량 생산 규모는 490만톤으로 10년만에 최악의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1010만여 명에 대한 긴급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현재 북한 내 일일 배급량이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가물(가뭄) 피해막이 대책을 철저히 세우자'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지속되는 가뭄으로 작물 피해가 심각하다고 보도한 뒤 "가물대책을 혁명적으로 세워야 한다"며 식량 문제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한군의 미사일 발사 등 정치적 사안과는 별개로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대북 인도지원은 시의적절하고 긍정적"이라며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해 10월 평양 외곽지역 전경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지난해 10월 평양 외곽지역 전경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러나 정작 수혜자 입장인 북한은 '고자세'를 유지하며 비협조적인 입장이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12일 우리 정부의 식량지원 추진을 겨냥해 "몇 건의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놓고 호들갑을 피우는 것은 민심에 대한 기만이다"며 "동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도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또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대표의장은 14일 대북 식량지원 관련 기자회견에서 "아직 북측에서 공식적으로 식량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북한에 직접 식량을 지원하려고 해도 (남북관계)냉각기 탓에 북한 당국이 이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 발사 감행도 식량지원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해당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남한 전역을 사거리로 뒀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남북관계 회의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결국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정부의 식량지원도 덩달아 지체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선 대북 지원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설득하고, 북한 당국이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까지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5월 셋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북한이 최근 두 차례 수발의 발사체 또는 미사일을 발사한 현 상황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국민의 55%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 '찬성' 의견은 42%였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율 7.5%)

정부는 당초 이번 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식량지원 구체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여론을 의식한 듯 다음주까지 의견 수렴 작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4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 대북 지원 민간단체 주요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져 식량지원 관련 의견을 청취했고, 차후 보수 개신교 교단 등과도 접촉할 예정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미 식량난 고비로 꼽히는 5~9월 춘궁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식량지원이 지체될수록 북한 내 취약계층의 피해는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통신

한편 북한 당국이 인도적 식량지원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이유는 김 위원장과 당국이 '체면'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식량난을 순순히 인정하며 지원을 받는 것은 북미 핵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최고지도자 무오류 원칙'을 내세워온 대내 선전에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홍걸 민화협 상임대표의장은 "북한 당국은 하노이 회담 후에 큰 충격을 받고, 자존심이 상한 상태에서 (식량지원을)준다고 덥석 받으면 마치 '밥만 먹으면 만족한다'고 보이는 것을 우려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직접 식량을 못 보내면 민간단체를 통해 체면을 살려주며 우회해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13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북측이 동족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말하는 것은 '북한을 약자로 남한을 강자로' 보이게 하는 구도를 만들지 말라는 의미다"며 "식량을 받아도 당당하게 폼 나게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만성적인 식량난은 김 씨 정권 때문이라는 불만이 공공연히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 국민들도 자신의 독재 체제를 존속하기 위해 주민들을 희생시키는 김 씨 정권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 이배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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