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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넘은 주세법, 세율 보다 주종 구분부터 정확하게”

최승근 기자
입력 2019.05.15 06:00 수정 2019.05.15 06:05

마땅한 기준 없어 신제품은 대부분 기타주류로 분류…세율 역차별 문제도 제기

주종 구분에 따라 가격, 유통 방식 달라져…현실에 맞는 주종 구분 필요

마땅한 기준 없어 신제품은 대부분 기타주류로 분류…세율 역차별 문제도 제기
주종 구분에 따라 가격, 유통 방식 달라져…현실에 맞는 주종 구분 필요


편의점 내 진열된 주류 제품들.ⓒ데일리안 편의점 내 진열된 주류 제품들.ⓒ데일리안

최근 주세법 개정을 둘러싸고 주류업계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업종 별로 이해관계가 다른 데다 정부 발표도 계속 미뤄지면서 불만이 커지는 모양새다. 또 개정안이 세율에만 초점이 맞춰져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행 주세법은 1949년 처음 제정돼 현재까지 50여 차례 개정됐다. 하지만 출고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기준으로 한 세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종가세 방식을 도수나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종량세가 도입될 경우 도수에 따라 가격 변동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현재 주세법 개정안을 놓고 주류 업계와 정부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세율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세법 제정 후 50년이 넘도록 주종 구분에 대한 기준에는 손을 대지 않으면서 현 주류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세법상 주류는 탁주, 약주, 청주, 맥주, 과실주 등을 포함하는 발효주류와 소주, 위스키, 브랜디, 일반 증류주, 리큐르 등을 포함하는 증류주류, 그리고 기타주류 등으로 구분된다.

최근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필라이트, 필굿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맥주로 구분하지만 주세법 상에서는 발포주에 포함돼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일반 맥주의 경우, 출고가의 72%가 세금으로 붙지만, 기타주류는 세율이 30%로 맥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12캔에 1만원이란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이유다.

막걸리 업체들이 젊은 층을 겨냥해 내놓는 과일 막걸리도 주세법 상에서는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세율 측면에서는 맥주와 반대다. 오히려 기타주류로 분류돼 전통주에 비해 세율이 더 높게 책정된다.

식품명인이나 영농조합 법인이 생산하는 전통주는 5%의 세율이 붙지만 과일향이 첨가된 과일 막걸리는 기타주류로 분류돼 30%의 세율이 적용된다. 세율이 높은 만큼 소비자 가격도 상승해 결과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통주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는 반대로 제도가 발목을 잡는 경우다.

과일 막걸리 등 기타주류는 주류도매면허 문제로 인해 유통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 주세법 상 탁주, 약주, 전통주 등은 '특정주류도매업' 면허가 있어야 유통이 가능하다. 반면 과일 막걸리 같은 기타주류를 유통하기 위해서는 소주, 맥주를 유통하는 '종합주류도매업' 면허가 필요하다.

종합주류도매상의 경우 수요가 높고 물량이 많은 소주와 맥주 비중이 거의 대부분이라 기타주류는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에서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소비가 많은 식당 등에서는 과일 막걸리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젊은 층의 입맛을 겨냥해 갖은 연구 끝에 제품을 내놓아도 가격에 치이고, 유통과정에 밀리면서 소비자를 만날 가능성이 적은 셈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행 주세법은 제정된 지 50년이 넘어 현재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마땅한 기준이 없다 보니 대부분 기타주류로 분류돼 종류에 따라 불합리한 세율이 책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맥주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돼 주세법 개정까지 오게 됐지만 이왕 논의가 시작된 만큼 세율만 놓고 볼 것이라 아니라 현실에 맞게 제도 전반을 확인해볼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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