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농협 vs 국민' 은행 정기예금 선두 경쟁 '점입가경'

부광우 기자
입력 2019.05.13 06:00 수정 2019.05.12 20:59

보유량 나란히 130조 돌파…2위권과 격차 더욱 벌려

'대출 영업 걸림돌' 예대율 규제 강화 앞두고 사활

보유량 나란히 130조 돌파…2위권과 격차 더욱 벌려
'대출 영업 걸림돌' 예대율 규제 강화 앞두고 사활


국내 5대 은행 정기예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 정기예금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의 정기예금 규모가 나란히 130조원을 돌파하며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2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더욱 빠르게 정기예금을 불리는데 성공하며 격차를 한층 벌리는 모양새다. 예금 규모를 기준으로 한 대출 규제 강화가 임박하면서 앞으로 은행들의 영업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정기예금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들이 보유한 정기예금은 총 613조1890억원으로 전년 동기(544조9280억원) 대비 12.5%(68조261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은행들 모두 해당 기간 정기예금이 늘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은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시장 1위 다툼이었다. 두 은행은 1년 새 정기예금을 15조원 넘게 늘리며 13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10억원 안팎의 증가세에 머문 경쟁 은행들을 더욱 멀리 따돌리는 분위기다.

농협은행의 정기예금은 117조7640억원에서 134조8800억원으로 14.5%(17조1160억원) 급증했다. 지난해 선보인 고금리 특판 예금의 인기와 지방자치단체 금고 유치 확대 등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소매 금융의 강자인 국민은행 역시 정기예금 보유량을 114조1000억원에서 130조원으로 13.9%(15조9000억원) 늘리며 농협은행의 뒤를 바짝 쫓았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은 모두 110조원 대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정기예금은 106조2140억원에서 119조2610억원으로 12.3%(13조470억원)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106조7160억원에서 115조7420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00조1340억원에서 113조3060억원으로 각각 8.5%(9조260억원)와 13.2%(13조1720억원)씩 정기예금이 늘었다.

은행들로서는 이 같은 정기예금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은행이 가진 예금과 비교해 대출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예대율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비율이 100%를 넘기면 대출을 제한받게 되는데, 현재 시중은행들의 예대율은 대부분 90% 후반으로 빡빡한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계 빚 증대를 억제하기 위해 2020년부터 예대율 산정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예대율 계산 시 가계대출은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해 차등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분간 은행들의 정기예금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부진과 부동산 규제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늘고 있어서다. 그 만큼 남는 돈을 잘 굴려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얻기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상승 동력을 잃은 금리 기조가 꼽힌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말에만 해도 올해 세 차례의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3.00~3.25%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그런데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방향을 급선회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한 것을 끝으로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도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가장 큰 위험은 1년 넘게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다. 양국 간 협상이 이뤄지더라도 미국이 중국으로 향해 있던 보호 무역주의의 타깃을 다른 곳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염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그 대상으로 일본, 유럽과 함께 한국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금융 시장의 걱정을 깊게 하는 측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의 흐름 상 예금으로 몰리는 돈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은행들 입장에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예대율 규제 시행 전까지 추가적인 예금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