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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화 '미래 두 태양'…경영권 승계 분쟁의 불씨?

박영국 기자
입력 2019.05.10 06:00 수정 2019.05.10 06:08

동갑내기 오너 3세 박철완-박준경 상무 경쟁구도

박삼구-박찬구 회장 분쟁, 오너 3세에서 재현 우려도

동갑내기 오너 3세 박철완-박준경 상무 경쟁구도
박삼구-박찬구 회장 분쟁, 오너 3세에서 재현 우려도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상무(왼쪽), 박준경 상무.ⓒ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상무(왼쪽), 박준경 상무.ⓒ금호석유화학

한진그룹 차기 총수 자리를 놓고 오너 3세간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후계구도가 확실치 않은 다른 대기업 그룹들의 미래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한화 등 주요 대기업 그룹들은 대부분 3, 4세로 승계가 마무리됐거나 확고한 단일 승계 후보가 존재한다. 후계 구도가 불확실한 곳으로 GS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 정도가 꼽힌다.

◆GS그룹, 후계 불확실하나 지분 분산으로 '안정적'

GS그룹의 경우 옛 럭키금성 공동 창업주인 허만정 회장 때부터 4대를 거치며 지분이 여러 자손들로 널리 분산된 데다, 장자승계의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오너 3세인 현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불확실한 상태다.

허씨 일가는 GS그룹 지주회사인 (주)GS 지분을 총 45.66%나 보유하고 있으나, 이 지분이 무려 48명에게로 분산돼 있다. 그룹 총수인 허창수 회장의 보유 지분은 4.75%에 불과하고 단일 최대주주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도 5.26%만 가지고 있다.

오너 4세들 중 차기 총수 후보군으로는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과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등이 꼽힌다.

허세홍 사장은 오너 4세 중 가장 연장자로,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를 이끌고 있으며, 허준홍 부사장은 허만정 회장의 장남 허정구 회장-허남각 회장의 계보를 잇는 허씨 가문의 장손이다.

허윤홍 부사장의 경우 나이와 직급은 후보군 중 가장 아래지만 현 총수인 허창수 회장의 장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장손이나 현 총수의 직계라는 점은 GS그룹 승계 구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보유 지분율도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현 허창수 회장은 창업주의 장남이 아닌 차남 허준구 회장의 아들이고, 보유 지분도 2대 주주에 해당되지만, 장손과 최대주주를 제치고 그룹을 이끌고 있다.

GS그룹은 오너 일가의 협의를 거쳐 승계 구도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견 불확실성이 커 보이는 구조지만, 누구도 이런 관례를 깨고 반란(?)을 꾀할 정도로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적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금호석화, 최대주주 박철완 VS 총수 직계 박준경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분란의 여지가 클 것으로 지목되는 곳은 금호석유화학그룹이다.

금호석화그룹은 박찬구 회장 중심의 확고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후계 구도가 복잡하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창업주 박인천 회장의 자손들 중 장남 박성용 회장, 차남 박정구 회장은 별세했고,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은 그룹 분할과 함께 금호석화그룹과는 단절된 상태다.

하지만 강력한 승계 후보가 둘이나 있다는 점이 향후 갈등의 여지로 작용할 수 있다.

금호석화그룹은 현 박찬구 회장 외에 박준경 상무, 박철완 상무, 박주형 상무 등이 오너 일가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 박준경 상무와 박주형 상무는 박 회장의 직계고, 박철완 상무는 조카다. 사촌 지간인 박준경 상무와 박철완 상무는 1978년생으로 동갑이다. 상무보로 임원을 단 시기도, 상무로 승진한 시기도 동일하다. 둘이 같은 위치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며 후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대외적으로 이들 동갑내기 사촌간 우애는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후계 자리를 놓고 경쟁이 붙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박찬구 회장도 형인 박삼구 회장과 갈라서기 전까지는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었다.

현 시점에서 지분율만 놓고 보면 박철완 상무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박철완 상무는 박 회장의 형인 박정구 회장의 장남으로, 부친의 지분을 물려받아 금호석화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금호석유화학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금호석유화학

◆팔은 안으로 굽는다?…박삼구-박찬구 회장 분쟁, 오너 3세에서 재현 가능성

박준경 상무는 7.17%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에 머물고 있지만 부친 박찬구 회장이 보유한 6.69%의 지분을 절반만 물려받아도 박철완 상무를 넘어선다. 박 회장의 딸인 박주형 상무는 꾸준히 지분율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0.82%에 불과해 다른 오너 3세들과 격차가 크다.

부친이 그룹 총수로 건재한 박준경 상무와 그렇지 않은 박철완 상무의 처지가 같을 수는 없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다.

박 회장이 계열사 금호피앤비화학의 법인자금 107억여원을 박준경 상무에게 무담보, 저리로 빌려줬다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받은 사건에서도 ‘안으로 굽는 팔’의 이치를 엿볼 수 있다.

SK그룹의 경우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이 동생인 최종현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지만 아들인 최신원 회장에게 경영권이 돌아오지 않았다. 현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 회장의 장남이다.

GS그룹처럼 지분이 분산되지 않고 소수에 집중된 금호석화그룹으로서는 경영승계에 있어 현 총수인 박찬구 회장의 의지가 절대적이다.

박 회장이 후계자로 장남을 낙점할 경우 현 최대주주인 박철완 상무는 박준경 상무 아래에서 2인자로 머물 수밖에 없다. 나이도 동갑이라 더 먼 미래를 기약할 수도 없다.

과거 박삼구-박찬구 회장이 꾸렸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공동경영체제와 같은 방식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금호석화그룹의 규모가 너무 작다. 더구나 박준경 상무는 그 체제의 말로를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다. 석유화학 단일 업종 중심의 그룹이라 계열사를 공평하게 나누는 것도 쉽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듯이 같은 나이에 같은 직급에 많은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 두 명이 존재한다는 것은 상당한 불안 요인”이라며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탈락자와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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