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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O 문재인정부 2년] 재계-전문가 “투자엔 대기업, 제재엔 재벌”

이홍석 기자
입력 2019.05.01 06:00 수정 2019.05.01 04:34

집권 3년차 맞아 친기업 행보...경제성장·고용창출 포석

"진정성 있는 소통해야...적극적 수용 통한 정책 수정도"

집권 3년차 맞아 친기업 행보...경제성장·고용창출 포석
"진정성 있는 소통해야...적극적 수용 통한 정책 수정도"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30일 오후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개최된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7나노 공정으로 출하된 웨이퍼와 칩에 서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30일 오후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개최된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7나노 공정으로 출하된 웨이퍼와 칩에 서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정부가 출범 2년을 맞아 국정목표를 경제에 맞추고 친(親)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재계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낮다.

정부의 3대 경제정책 중 하나인 혁신 성장을 실현하고 핵심 국정과제인 동반성장 및 고용창출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역할이 가능한 대기업들에게 친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정부가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전히 거두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부의 행보만을 보면 기업들을 포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경제 이슈가 부각되면서 기업들과 함께 국가 경제의 성장을 모색하겠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체감 경기가 크게 악화되면서 경제 활력 제고가 중요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어서 여기에 맞춘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 정부가 정권 초기 대기업들을 재벌로 칭하면서 또다른 3대 경제 정책 중 하나인 ‘공정경제’에 보다 초첨을 맞췄다면 이제는 혁신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 이르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최근 행보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3대 중점 육성 산업이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비메모리 반도체·미래형 자동차·바이오 등 3대 분야를 ‘중점 육성 산업’으로 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정책 지원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메모리 반도체·바이오·미래형 자동차 등이 삼성·현대차·SK 등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산업들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는 것이 재계의 시선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중심으로 비메모리반도체 분야 강화 기치를 내건 상태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를 내세우며 미래형 자동차 업체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바이오의 경우, 삼성과 SK 외에 많은 대기업들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다.

청와대가 3대 중점 육성 산업으로 선정한 만큼 앞으로 이들 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과의 소통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초기 2년간 긴장관계에 가까웠던 대기업들과의 향후 관계 설정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삼성이 지난 24일 비메모리반도체 분야 대규모 투자 계획을 주요 내용으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데 이어 30일에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련 정책과 목표를 담은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고 5대 중점대책을 내놓는 등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후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개최된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정부가 나서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다섯 번째 만남을 가지며 기업들과의 스킨십도 강화하는 모습이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올 들어 정부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인들과의 만남이 잦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동반성장과 고용창출 등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는 대기업들의 역할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재계와 전문가들은 현 정부에는 아직도 대기업에 대한 양면의 시각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가 경제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때는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의미로 ‘대(大)기업‘으로 칭해지지만 지배구조나 오너리스크 들이 불거질때면 개선이 필요한 ’재벌‘이라는 명칭으로 통용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대기업들이 과거 경제 발전 과정에서 대규모 집중 투자를 통해 회사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지배구조 개편, 법인세, 상속세 등 기업 관련 이슈들이 등장할 때마다 오히려 반기업인 정책 결정을 해왔다는 것이다.

또 오너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와 여당이 오히려 반기업정서를 강화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이 재계의 인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투자와 고용을 이야기할때는 대기업을 찾으면서도 정작 기업 관련 이슈가 불거졌을때 현 정부가 기업프렌들리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직까지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최근 경제 우선 정책으로 친기업 행보를 보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다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들의 관심이 많은 규제 철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해가 첨예하게 달려 있는 정책 이슈에서도 보다 기업들의 사정을 감안한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고 정부가 기업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라며 “경제와 기업 관련 정책 결정에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바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수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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