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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유산 '비례대표 13석'에 '키 잡기' 사투 가속화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4.18 04:00 수정 2019.04.18 06:05

탈권투쟁 배경에는 옛 국민의당 유산 깔려 있어

'당 자산 갖고 한국당 가려는 것 아니냐' 의심

손학규 최후통첩, 이준석 즉각 거부…내홍 심화
탈권투쟁 배경에는 옛 국민의당 유산 깔려 있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옛 바른정당계 하태경·권은희·이준석 최고위원을 향해 당무 복귀를 '최후통첩'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옛 바른정당계 하태경·권은희·이준석 최고위원을 향해 당무 복귀를 '최후통첩'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비례대표 의석 13석'이라는 옛 국민의당의 유산(遺産) 탓에 바른미래당의 '키' 잡기 사투가 심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17일에도 악화일로를 걸었다. 손학규 대표는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옛 바른정당계 하태경·권은희·이준석 최고위원을 상대로 복귀를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를 즉각 거부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지역위원장 연판장 운동을 계속하고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부산시당 일각에서는 다시 하 최고위원을 향해 "해당행위를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29석 제2야당의 당권을 둘러싼 내홍의 배경에는 비례대표 의석 13석이 깔려 있다. 바른미래당은 의석의 절반에 가까운 13석이 비례대표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옛 국민의당이 거둔 성과다.

비례대표는 정계개편 과정에서 마음대로 당적을 선택할 수가 없다. 공직선거법 제192조 4항에 따라 소속 정당의 합당 등 외의 사유로 당적이 변경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이를 가리켜 "비례대표 의원은 하선권(下船券)이 없다"며 "당권을 잡은 세력이 선택한대로 함께 당적이 이동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초 옛 국민의당의 분당(分黨) 과정에서도 비례대표 박주현·장정숙·이상돈·박선숙 의원이 반발했으나 옛 바른정당과의 합당은 당권을 쥐고 있던 안철수 전 대표의 뜻대로 관철됐다.

박주현·장정숙 의원은 이후 현재까지 사실상 민주평화당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이 둘을 포함해서 네 명의 비례대표 의원 모두 당적은 여전히 바른미래당 소속이다. 중앙선관위가 분기별로 지급하는 정당보조금은 물론 국회에서의 교섭단체 구성 등에서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 자산 갖고 한국당 가려는 것 아니냐' 의심
孫,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강행 수순 밟을 듯


옛 국민의당 시절, 옛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한 비례대표 장정숙·박주현 의원이 합당반대파와 함께 당무위원회의장에 모여앉아 있다. 이들은 합당이 강행된 이후, 사실상 분당된 민주평화당에서 정당 활동을 하고 있으나 당적은 여전히 바른미래당으로 돼 있는 상황이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옛 국민의당 시절, 옛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한 비례대표 장정숙·박주현 의원이 합당반대파와 함께 당무위원회의장에 모여앉아 있다. 이들은 합당이 강행된 이후, 사실상 분당된 민주평화당에서 정당 활동을 하고 있으나 당적은 여전히 바른미래당으로 돼 있는 상황이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옛 국민의당계 의원들이 최근 당권을 둘러싼 내홍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옛 바른정당계가 당권을 가져가 국민의당이 남긴 유산인 비례대표 의원 13명을 포함한 '배'를 자유한국당으로 몰고 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옛 바른정당계가 주장하는 대로 지도부가 총사퇴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 적당히 해서 자유한국당과 합당해야 하겠다는 소리를 하는 분이 있더라"고 비판을 날렸다.

이 때문에 서로가 '키'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상대방이 '배'에서 내려주기를 바라는 형국이지만, 현실적으로 그 어느 쪽도 쉽사리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평화당 핵심관계자는 "옛 국민의당계는 자신들이 (바른미래)당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 먼저 내릴 리가 없다"며 "옛 바른정당계는 한국당이 문을 열어준다면 내릴 생각이 있겠지만, 그렇지가 않은 상황이다보니 당의 재산과 비례대표 의석 등을 갖고 '당대당 통합'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 아니겠느냐"고 바라봤다.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장기화될 것으로 정치권에서 점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최근 손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 시기를 추석으로 언급한 것도, 당내 상황이 정리되는 시기가 그 무렵까지 늘어질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 대표는 일단 '최후통첩'의 시점이 만료돼 명분이 갖춰지면,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수순을 밟으면서 당무 정상화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우리 당 당헌 제23조 4항의 '당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최고위원 2명을 지명한다'는 규정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최고위의 '의결'까지는 필요없다는 뜻"이라며 "일반적으로 정치에서 '협의'라는 것은 의견 수렴만 하면 된다는 뜻이다. 의결이 필요하면 '합의'라고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손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임명해 외견상의 당무를 정상화한 뒤, '키'에서 손을 내려놓지 않은 채 주도적으로 정계개편을 모색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일각에서는 손 대표도 결국 '제3지대 신당'에 동참할 것으로는 기대도 나온다.

박주선 의원은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손 대표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며 "(추석까지 10% 지지율을 회복하겠다는 것도) 그런 절차와 과정을 밟아나가다 보면, 국민적 지지가 모일 것이라는 기대 섞인 희망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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