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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보름'⋯증권사 남다른 속앓이 왜

최이레 기자
입력 2019.04.15 06:00 수정 2019.04.15 07:41

업무 특성 고려치 않고 일괄 적용 힘들어⋯현장, 세부적 개선한 도출 바램

상사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 되기도⋯주 52시간 관련 임직원 교육 수반돼야

업무 특성 고려치 않고 일괄 적용 힘들어⋯현장, 세부적 개선한 도출 바램
상사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 되기도⋯주 52시간 관련 임직원 교육 수반돼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업종 별로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중 증권사들의 경우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일괄 적용으로 현장 곳곳에서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 ⓒ데일리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업종 별로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중 증권사들의 경우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일괄 적용으로 현장 곳곳에서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 ⓒ데일리안


이달 1일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업권 마다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 업계의 경우 업무 특성 상 애로 사항이 많아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국내 57개 증권사 중 임직원 규모가 300인 이상인 사업장은 총 24개사인 것으로 파악돼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적으로 증권사들은 크게 4~7개의 핵심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각 사업의 특성에 맞게 여러 부서로 구성돼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근무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등 세분화 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새로 시행된 근무 제도와 관련해 증권사들의 몇몇 특정 부서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외 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주식 시장의 경우 야간에 개장하는 선진국 주식 시장의 상황 및 동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업무 유연성이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인력 풀이 크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해외 시황과 관련된 업무에 있어서 많이 경직된 모습이다. 자산 총계 1~2위에 랭크돼 있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의 경우 정규 직원만 2000명이 넘지만 중소형 증권사의 인력 규모는 그 반도 안 되는 실정이다.

때문에 삶의 질과 더불어 업무 환경까지 향상 시키고자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오히려 이를 더 악화 시켜 역 효과를 초래한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한 주 52시간 근무제도와 관련해 그 취지와 내용은 근로자로서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며 "그러나 증권업의 경우 리서치(애널리스트)나 회사 전산시스템을 상시 점검해야 하는 IT관련 부서, 해외주식 데스크 등 특정 업무를 맡고 있는 근로자에게 적용 시 어려운 부분이 있어 업의 특성을 이해하는 세부적인 개선안이 도출됐으면 좋겠다"고 아쉬운 부분을 토로했다.

여기에 업무적 특이성이 없는 부서들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그 목적에 맞게 적용되지 않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해당 부서의 직원들은 새 근무 제도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이와 관련된 임직원 교육도 필수적으로 병행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9개월 가량의 계도 기간까지 부여하면서 어렵사리 시행됐지만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모 증권사 관계자는 "여러 증권사들이 주 52시간을 맞추기 위해 근무 시간을 세분화 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상적으로 오전 8시까지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직원들은 정규 근무 시간 이후에도 상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제 때 퇴근하는 것은 언감생심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그는 "정부와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주 52시간을 맞추려고 노력해도 부서원들에 대한 실질적인 권력은 부서장들에게 있기 때문에 상사의 성향에 따라 이 제도가 잘 지켜지는 곳도 있는 반면 유명무실한 부서도 있다"며 "이와 관련한 임직원 교육이 수반되지 않는 한 이런 '복불복'식의 근무 형태는 한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특히, 증권사 직원들은 영업 부서 보다는 결제업무부, 재무관리부 등의 후선 부서에 대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영업 부서의 경우 업무 시간을 직원 재량껏 조율해서 쓸 수 있지만 후선 부서들은 영업 부서의 업무가 마무리 되는 시점부터 해당 업무에 돌입할 수 있어 주 52시간을 맞추기가 빠듯한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안치현 한국노사관계진흥원 대표노무사는 "새로운 근무 제도가 시행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정착해 가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국 시간이 지나야 해결이 될 것"이라며 "여론의 반응이 확실해지면 정부도 정책 취지에 맞게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지적이 나온다는 것을 다르게 생각해 보면 정부에 강력한 근로감독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를 지속적으로 위반하게 되면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오너 입건과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도 근로자의 불만을 조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의 사례를 보더라도 진통 없이 정착된 제도는 없었다"며 "과도기적 시기가 지나가면 정책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이레 기자 (Ir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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