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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 득실 논란-4] 성태윤 교수 "국가위상 생각하다 경제 휘청할 판"

부광우 기자 | 2019-04-15 06:00
화폐개혁을 뜻하는 경제학 용어인 리디노미네이션. 이름은 어렵지만 내용은 단순하다. 현재 쓰고 있는 돈의 단위에서 0을 몇 개 덜어내고, 그 만큼 작아진 숫자로 새 화폐를 만들어 유통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감춰져 있다. 국내에서 화폐개혁이 하필 왜 지금 다시 사회적 논쟁거리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속내가 숨어 있는지 들여다봤다.

"우리 화폐와 금융 체계 대한 불신 우려"
"편익은 불분명하지만 비용 부담은 확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데일리안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데일리안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무리한 화폐개혁이 안 그래도 침체돼 있는 우리 경제를 더욱 흔드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디노미네이션에 따른 비용 부담은 분명해 보이지만, 국가 위상 제고 등 그 효과는 미지수라는 진단이다. 이 때문에 현재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논의할 만한 시점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성 교수는 "화폐개혁 시 예상되는 가장 큰 부작용은 우리 화폐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 문제"라며 "그로 인해 지금도 상당히 가라앉아 있는 국내 경제에 추가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굳이 사회적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화폐개혁을 가져가야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부담은 명확하지만 기대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화폐개혁에는 상당한 자원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선 2004년 리디노미네이션 논의 당시 정부와 한국은행은 새 화폐 제조 비용과 현금자동입출금기, 자동판매기, 각종 소프트웨어 교체 비용 등을 고려해 약 2조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성 교수는 "현재로서 화폐개혁의 편익은 불분명한 반면 비용은 확실하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회계적인 측면과 다른 시설 등 추가적인 비용을 발생시켜 가면서까지 화폐개혁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리디노미네이션으로 인한 또 다른 악영향으로 물가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우려했다. 또 경기 부양 효과를 노린 화폐개혁에 대해서도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리디노미네이션으로 생길 수 있는 물가 상승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것일 뿐 경기 회복의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조언이다.

리디노미네이션 시행으로 인한 일정 정도의 인플레이션 반응은 사실상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를 들어 화폐 단위를 1000대 1로 바꾸면 현재 950원짜리 물건은 0.95원이 돼야 맞지만, 현실에서는 1원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지는 까닭이다.

성 교수는 "리디노미네이션은 물가 불안 요지를 내포하고 있다"며 "최근 디플레이션 조짐이 일고 있는 만큼 괜찮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우리가 디플레이션을 염려하는 이유는 경기 상황 악화로 물가가 나빠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지, 경기가 좋지도 않은데 인위적으로 물가만 올리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화폐개혁이 필요한 근거로 제시되는 국가적 위상 개선에도 논리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리디노미네이션에 찬성하는 이들은 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우리처럼 높은 단위의 통화를 쓰는 곳이 없다며 국위 선양을 위해 화폐개혁을 주장하지만, 이는 논거가 미약하다는 입장이다.

성 교수는 "화폐 단위가 크다고 그 나라의 국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해당 국가의 실질적인 경제 상황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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