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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이낙연 신드롬 ⑤] 李, 친문견제·풍찬노숙 돌파가 숙제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4.05 09:00 수정 2019.04.07 05:06

"주류 친문 극복 쉽지 않아…삐그덕 가능성"

정치입문 이래 '풍찬노숙' 공백기 전혀 없어

野人 될 때의 행보가 최대 관건 "단단해져야"

『편집자주』
전현직 국무총리에게 국민들의 신망이 쏠리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5~26일 조사한 결과, 범진보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범보수에서는 직전 총리를 지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응답자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범진보 후보군 중 이 총리의 지지율은 40.2%까지 올라갔다. 12.9%에 그친 차점자 박원순 서울시장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황 대표도 응답자를 한국당 지지층으로 한정했을 때, 범보수 후보군 중 지지율이 과반인 58.0%에 달했다. 홍준표 전 대표(9.8%)와 김진태 의원(8.5%)을 압도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데일리안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범보수와 범진보에서 전현직 총리인 이낙연 총리와 황교안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왜 압도적으로 나타났는지 살펴보는 순서를 마련했다.

「글 싣는 순서」
[황교안-이낙연 신드롬 ①] 전현직 총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황교안-이낙연 신드롬 ②] "文을 이겨줄 사람" 떠오른 黃
[황교안-이낙연 신드롬 ③] 이낙연, '안정감' 높이 평가받아
[황교안-이낙연 신드롬 ④] 黃, '안정감' 바탕으로 지지층 복구
[황교안-이낙연 신드롬 ⑤] 李, 친문견제·풍찬노숙 돌파가 숙제
[황교안-이낙연 신드롬 ⑥] 黃, '모범생' 벗고 야성 발휘해야

李 "김대중, 가장 위대한 지도자" 정통 민주계
"주류 친문 극복 쉽지 않아…삐그덕 가능성"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20년 이상의 언론인 생활과 국회의원·광역단체장·국무총리 등 경력과 안정감을 바탕으로 범진보진영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고공질주를 하고 있다.

다만 대권으로 향하는 길은 '꽃길'이 아니다. 2022년 대선까지는 3년도 넘게 남았기 때문에 각종 위기와 시험대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 △여권내 계파 문제 △당내 지지 기반 △험지 적응 능력 등이 대선가도에서 만나게 될 숙제로 거론된다.

이 총리는 지난달 20일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를 묻자,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시 본회의장에 없었던 여권 중진의원은 이 말을 전해 듣자 "이 총리가 정말 그렇게 말했느냐"며 깜짝 놀랐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하지 않고, 김대중 대통령을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칭해도 괜찮겠느냐는 우려였다.

이는 이 총리가 처해 있는 여권 내에서의 계파 역학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총리 같은 경우에는 주류 친문 세력의 지지를 얻는 게 급선무"라며 "이 총리는 친문 세력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아무리 노련한 정치인이라고 해도 그걸 극복하는 게 쉽지 않다"며 "거기서부터 대권 가도가 삐거덕거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드러내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여권 인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문제제기의 지점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친문이 (비문에) 대권주자를 내주겠느냐"며, 이 총리의 과거 정치행적을 살피면 친문이 아닐 뿐만 아니라 친노도 아닌 점을 꼬집었다.

반론도 제기된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내 계파 갈등은) 대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아무 관계가 없다"며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양자(養子)도 많이 들인다"고 일축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마지막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밀어주지 않았느냐"며 "정권이 다른데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할 것이기 때문에 이 총리의 국민적 지지율이 계속 높게 나타난다면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선제 이래 국무총리 출신 대통령 나오지 않아
"감 떨어지기만 기다려선 안돼" 기반 구축 필요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숙제는 다른 곳에도 있다. 1987년 이후 국무총리 출신이 대통령이 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는 점이다.

정치부 기자 시절 김종필 전 총리의 청구동계를 출입해 '2인자 리더십', '총리 리더십'에 정통한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총리가 지금까지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며 "총리가 어떤 상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더라도 그것은 결국 '2인자 리더십'일 뿐 본인의 리더십을 가진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용호 의원은 "그간의 총리는 JP를 빼고는 정치현장에서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고건 전 총리 같은 경우에는 중선거구에서 한 차례 국회의원을 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행정에서 잔뼈가 굵은 분"이라며, 정치부 기자에 4선 의원을 지내 정무 감각이 몸에 밴 이 총리는 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그냥 감 떨어지기만 기다려서는 어렵다. 그간 대부분의 총리들은 감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많았다"며 "결국 총리가 2% 부족했던 것은 정당에서 의원들의 지지, 의원단에서의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못 넘은 케이스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심전심일까. 이낙연 총리도 이용호 의원의 이러한 지적을 의식하는 행보를 이미 보이고 있다.

이 총리는 최근 방중 중에 공교롭게도 충칭으로 워크숍을 온 더불어민주당 더좋은미래(더미래) 소속 의원 15명과 별도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2월에도 더미래 의원들을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여러분들이 총선을 치를 때쯤 되면 내가 자유인으로 여러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대권을 의식하고 의원단 내에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향해서는 "그런 바보 의원들이 어디 있겠느냐. 옛날부터 가까웠던 분들"이라고 일축했지만, 이 총리의 발언에는 미묘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총선을 치를 때, 자유인으로 여러분에게 힘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발언 속에는 본인도 총선에 출마하면서 지원유세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용호 의원도 이낙연 총리의 대권행보에 탄력이 붙기 위해서는 총선을 계기로 정당에 돌아와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내년 총선에는 출마해서 국회로, 당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텃밭인 전남 영광에 또 출마하기보다는) 대선을 하려면 지역구를 탈피해서 서울·수도권을 오거나 험지에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꿈이 있다면 필요할 때는 결단도 해야 한다"며 "때가 되면 국회로 와야 하고, 당에 기반을 만들어야 하고, 적절한 기회에 '자기정치'를 해야할 필요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정치입문 이래 '풍찬노숙' 공백기 전혀 없어
野人 될 때의 행보가 최대 관건 "단단해져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6월 서거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6월 서거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렇게 된다고 보면 특정 시점에는 '정치적 공백', 즉 순수한 야인(野人)으로 있는 시기가 생기게 된다.

이 시기에 어떤 행보를 보이고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가 '총리 이낙연'이 아닌 '대권주자 이낙연'으로서 '홀로서기'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광주 북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정준호 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는 "항간에서는 풍찬노숙(風餐露宿)을 안해본 분이라, 총리에서 내려오고 배지도 달지 않을 몇 개월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더라"며 "본인이 단단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총리는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이래 21년간 정치부 기자 등으로 일하다가, 2000년에 기자를 사직하자마자 바로 고향 전남 영광에 출마해 16·17·18·19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2년 뒤에는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던지고 바로 전남도지사로 선출됐다. 전남지사를 지내다가 총리로 부름을 받았기 때문에, 정치입문 이래 야인 시절이 전혀 없었던 셈이다.

정준호 변호사는 "이분이 원외에 있었던 기간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며 "총리를 내려놓고 대권행보를 한다고 볼 때, 그 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을 때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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