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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총 과시 경호 겁난다는데 “다 그런다”고 답한 청와대

이진곤 언론인 | 2019-03-25 08:30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칠성시장 그렇게 위험한 곳인가
북한에 대해서는 무한정 감싸기…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더니


ⓒ데일리안 DBⓒ데일리안 DB

갈수록 이상한 일만 생겨난다. 당장 눈에 띄는 예가 ‘경호원의 기관단총 노출’이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했을 때 경호원이 기관총을 겉옷 밖으로 드러나게 들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 사진은 24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퍼지기 시작했다. 하 의원은 제보 받은 것이라며 “청와대는 이 사진의 진위를 즉각 답변해 주시기 바란다.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섬뜩하고 충격적”이라는 글을 같이 올렸다.

하 최고위원의 말이 아니라도 겁주는 포즈다.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둘러싸인 채 다정스레 웃는 얼굴로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뒤편에서는 경호원이 차갑기 그지없는 느낌의 기관총을 슬쩍 노출시킨 채 방아쇠에(혹은 그 가까이에) 검지를 대고 있었다.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할 장면 아닌가.

칠성시장 그렇게 위험한 곳인가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바로 답변했다. “경호원이 대통령과 시민들을 지키고자 무기를 지닌 채 경호 활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직무수행”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나 하는 경호의 기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것도 모르고 시비를 거느냐는 기분이었을까?

시민과 상인들이 운집한 저잣거리에서 기관총 사용이 필요한 상황은 어떤 것일 수 있을까? 그 총으로 시민을 지킨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인지…. 대통령 경호원이 국군도 아니고 왜 시민까지 지키겠다고 나선다는 것인가. 보기에 ‘발사 준비 자세’이던데, 대통령 경호에 필요하다면 시민을 지키기는커녕 되레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의식인 것 같아 두렵다.

하필이면 ‘서해수호의 날’이었다. 정부는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그대들의 희생과 헌신, 평화와 번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주제의 행사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했다. 그러나 거기에 문 대통령은 없었다. 더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못 간 것이라면 야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전국 경제투어’의 일환으로 대구에 갔다는데 대전에 못간 핑계로는 많이 군색하다. 마치 북한 김정은에 대해 “내가 현충원이 아닌 대구에 와 있다”고 알려주려는 듯한 행보가 아닌가. 왜 이런 엉뚱하고 괘씸한 상상을 하느냐고? 그에 대해서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이미 힌트를 준 바가 있다.

그는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때 “서해수호의 날에 대해 설명해 보라”는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의 요구에 대해 “남북 간의 불미스러운 충돌들을 추모하는 날”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무력도발이 빚은 참극이 아니라 어쩌다 발생한 군사적 충돌이었던 만큼 당시의 양측 전사자 모두를 추모하는 날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백 의원이 거듭 다그쳐묻자 대답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청와대 김 대변인은 박근혜‧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그렇게 경호했다며 사진 6장을 공개했다. 군중이 운집한 시장에서 옷 밖으로 삐죽이 나오도록 기관단총을 들고 있는 경호원의 사진과는 느낌이 아주 다르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하자. 그러나 ‘낮은 경호’를 강조했던 청와대의 해명으로서는 너무 각박하지 않은가. 절대로 잘못했다거나 유감스럽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그는 “사전에 아무런 검색도 할 수 없고 무슨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게 시장방문이다. 고도의 경계와 대응태세가 요구된다”는 주장도 했다. 테러 위험이 있는 공항 같은 곳이 아니라, 서민들이 모여드는 재래시장일 뿐이고, 대통령을 한 번 보겠다고 몰려든 시민들일 뿐인데, 그처럼 과시적 경호를 했다는 것인가. 거기서 ‘무슨 상황’이 발생하면 기관단총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걸까? 운집한 시민들은 어쩌고?

북한에 대해서는 무한정 감싸기

청와대의 이상한 행태는 이뿐이 아니다. 북한이 22일 갑자기 개성 공단 내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일을 두고도 청와대나 정부는 그 전말을 말해주지 않고 있다. “북측이 일방적으로 통고하면서 바로 사무실을 비워버렸는데 어쩌라는 거냐”라고 말하고 싶은가? 그런 게 김정은 식의 ‘한국 다루기’인 줄을 몰라서 그렇게 기를 쓰고 사무소 설치를 서둘렀다는 것인가.

5,200만에 가까운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 정부가 도대체 무슨 일을 이런 식으로 하고 있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지만 문 대통령이나 정부는 북측 역성들고 감싸주기에만 급급한 인상이다. “북측이 편의보장을 해주겠다, 실무대책을 세우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현재로서는 필요한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다.” 언론이 거창하게 ‘한 소식통’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미루어 청와대나 통일부 관계자의 말일 터이다.

왜 북측 사무소 근무자들이 휑하니 가버렸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이 북한 측이 우리 근무자들의 잔류를 상관하지 않겠다 했고, 편의를 봐주겠다는 말도 했다는 점만을 부각시키다니! 상대를 모르면서 정상회담을 3번이나 했고,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당사자가 아니라 중재자, 촉진자역할을 하노라고 기염을 토했다는 것인가.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면서?

짐작컨대 북측이 우리 측 사무소 인원들의 잔류를 허용하고 있는 까닭은 쫓아내는 것보다 그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무소를 폐쇄하면 전기를 계속 보내 줄 명분이 없어진다. 사무소 건물의 관리비용도 통일부가 감당해주지 못한다. 가만 놔두면 한국 정부가 알아서 해줄 텐데 굳이 손실을 자초할 까닭이 있겠는가. 게다가 현시점에서는 미국의 제재유지 및 강화에 대한 불만, 한국 정부의 중재노력 부족(그들이 판단하기로)에 대한 실망을 표하는 정도 이상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법도 하다.

그래서 우리더러는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는 여전하다”며 변죽을 울리는 까닭은 뭔가? 북한은 우리가 어떻게 하든 미국이 여지를 주면 또 협상하자고 나서게 마련이다. 그 때 그들의 계산에 따라 한국 정부의 용도도 결정된다. 물론 우리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다. 이런 상대에 대해 한없는 관용의 자세를 보이는 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 태도가 이상하지 않으면 뭐가 이상하다 하겠는가. 이런 의심 받기 싫으면 설명을 제대로 해 줄 일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이상 행태는 그들의 표현대로 차고 넘친다. 이런 예는 또 어떤가. 실업자는 늘어만 가고, 경기는 악화일로인데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증가했고, 2월 취업자 수도 작년 대비 26만 3,000명이 늘었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 지수(외화표시채권에 대한 부도보험료)가 1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국가경제 흐름이 견실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계산 방식은 따로 있다는 것인지, 이야말로 요지경 속이다.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더니

취업자가 60세 이상 연령대에선 39만 7,000명 증가한 대신 30대는 11만 5,000명, 40대는 12만 8,000명이 줄었다. 노인 취업자 증가는 노인일자리 사업 예산 조기집행 효과다. 따라서 ‘취업자 수 대폭 증가’ 주장은 숫자 장난이거나 착시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는 취업의 질이 아주 나빠졌다는 뜻이다.

생산 소비 투자와 관련해서는 지난 1월의 수치를 근거로 개선됐다고 말한 것 같은데 음력설이 2월 초였다는 시기적 요인은 말하지 않았다. 정부도 이를 감안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견실한 흐름’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말하면 진실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이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도 필부의 이해력을 시험한다. 영장발부 여부는 25일 중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블랙리스트’혐의가 뚜렷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청와대 특감반에서 근무하다, (아마도 상사들의 눈 밖에 나서)잘렸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당초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을 때 청와대 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단체 SNS 메신저에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 과거 정부의 사례와 비교해 균형 있는 결정이 내려지리라 기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체부 국장 한 사람을 사실상 강제퇴직시켰다며 기어이 기소해서 유죄판결이 나게 했던 이른바 ‘촛불혁명 정부’의 그 정의감은 어디다 던져버렸다는 것인가. 그러면서 ‘과거 정부의 사례’는 왜 들먹이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정부들의 유사한 행위에 대해 ‘적폐’라는 굴레를 씌워 집권 2년이 가까운 지금까지도 정치적 사법적 단죄를 계속하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현 정부의 본얼굴, 본마음이 어떤 것인지 그것부터 파악이 전혀 안 된다. 아둔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국민에게까지도 알아듣도록 설명해주는 게 정부의 책무이자 도리 아닌가? 갈수록 언행도 행보도 이상해지기만 하는 이 정부를 그래도 믿고 기대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여당의 대표는 20년→50년→100년 집권론을 운위한다던데 이런 정권 오래 끌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 설명도 들은 기억이 없다. ‘검은 머리’ 기자들에게는 말 한마디도 성가시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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