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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고성 르포] "경제에 신경 안 쓰고 이북에 신경 많이 쓴다고…"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3.25 03:00 수정 2019.03.25 06:00

통영시민들, 경제·경선·소지역주의 화두 삼아

"MB·朴때 표가 이제 난다는데, 잘 안 먹혀든다"

"한국당에 잡음 있었다. 黃과 같은 계열이라고…"

통영시민들, 경제·경선·소지역주의 화두 삼아
"이런 경기가 있겠나. IMF 때도 이런 건 없어"


4·3 경남 통영·고성 국회의원 재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3일 경남 통영시 중앙시장 앞 거리에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의 선거현수막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3 경남 통영·고성 국회의원 재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3일 경남 통영시 중앙시장 앞 거리에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의 선거현수막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3 재보궐선거가 공식선거운동기간 첫 주말을 보냈다. 재선거가 치러지는 경남 통영고성에서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물러설 길 없는 한 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통영시민들은 선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주말인 지난 23일 통영 일대에서 만난 지역민들은 이번 재선거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정 △자유한국당 경선 후유증 △소지역주의를 선거전의 변수로 내다보는 모습이었다.

택시기사 박모 씨(59·남)는 통영의 경제 상황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여기 통영은 경제가 바닥"이라고 했다가 "완전 바닥", "진짜 바닥"이라고 단어를 두어 차례 고치더니, 마침내 "이런 경기는 없을 것이다. IMF가 와도 이런 것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거제가 어렵다지만 거제는 조선소 대기업이 두 개가 있지만, 여기 통영은 성동조선 문닫아버리고는 조선소 자체가 없고 어디 공장이 하나 있는가. 아무 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택시기사 유모 씨(64·남)은 "(선거가) 화제가 많이 된다. 타는 손님들이 혈압이 올라갖고 '민주당은 아예 엑스표'라며 정치 이야기를 한다"며 "경기가 굉장히 바닥이다. 딴데도 마찬가지겠지만 통영은 더 심하다"고 전했다.

죽림신도시 아파트단지 근처를 지나며 유 씨는 "분양이 안 된다. 일부는 분양이 안 되니까 원룸 살던 사람들에게 원룸 가격으로 전세를 준다"며 "빈 아파트가 분양가에서 5000만 원이 떨어졌는데도 매매가 안 된다. 분양이 어느 정도 된 곳도 자기 살던 집을 팔아야 하는데, 안 팔리니까 못 오고 있다"고 통영 경제 상황을 전했다.

택시기사 정모 씨(41·남)도 "선거에 관심들이 많아 선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여기 통영이 경기가 바닥이잖나"라더니, 길가의 한 아파트 단지를 가리키며 "이 아파트가 그나마 통영에서 제일 비싼, 작년 11월에 입주한 한진 해모로인데, 심한데는 마이너스피가 4000~5000만 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너무 먹고 살기가 힘들어 역으로 선거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다는 시민도 있었다. 통영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만난 김모 씨(60대·여)는 "성동조선에 일하러 들어가는데 마무리 단계"라며 "회사 문도 닫고 일자리도 찾아야 하고 먹고살기 힘들다. 투표도 (선거일이) 돼봐야 알겠다"고 말했다.

"경기 안좋으면 아무래도 보수 쪽으로 돌아선다
MB·朴때 표가 이제 난다는데, 잘 안 먹혀든다"


4·3 경남 통영·고성 국회의원 재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3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통영시 중앙시장 부근 거리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3 경남 통영·고성 국회의원 재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3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통영시 중앙시장 부근 거리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시민들은 대체로 통영의 어려운 경기 상황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씨는 "아무래도 워낙 경기가 안 좋으면 사람들은 보수 쪽으로 돌아서는 게 있어서 많이 돌아섰다"며 "내 아는 행님들은 46~47세 되는 친한 행님들이 있는데 그분들도 이제는 다 자유한국당"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젊은 사람들이 투표를 많이 해서 강석주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됐었는데, 젊은 사람들도 요새 추세를 보면 민주당에서 많이 돌아선 게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것도 있고, 내가 보기에는 2번이 확률이 조금 높지 않나 싶다"고 전망했다.

유 씨는 "여당은 다 예견된 것 아니냐, 박근혜·이명박 (경제실정이) 이제서야 표가 안 나느냐고 하는데, 잘 안 먹혀든다"며 "경제에 신경 안 쓰고 이북에 신경 많이 쓴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어찌보면 보수 쪽이 조금 우세하지 않나 싶다"며 "지금은 한국당. 민주당은 여기서 그렇게 큰 인기는 없지 않나 싶고, 좀 밀린다"고 진단했다.

반면 젊은층은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더라는 말도 있었다. 박 씨는 "젊은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양문석 쪽으로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마트 통영죽림점 앞에서 만난 이모 씨(50대·남)는 "양문석 후보가 중학교까지 (통영에서) 나왔으니까 친구들이 많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고 봐야 한다"며 "이 지역은 보수가 강한데도 선전하고 있다. 표를 까봐야 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에 잡음 있었다. 黃과 같은 계열이라고…
한나라당에 통영사람들 좀 실망한 게 있을 것"


4·3 경남 통영·고성 국회의원 재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3일 오후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통영시 죽림리 통영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3 경남 통영·고성 국회의원 재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3일 오후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통영시 죽림리 통영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국당의 '경선 후유증'을 화두에 올리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유 씨는 "집권여당은 별 인기가 없는데, 한국당에 잡음이 있었다"며 "처음부터 정점식 씨를 전략공천을 준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황교안 대표 들어오자마자 같은 계열이라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다만 "지금은 서서히 (경선 후유증이) 누그러지는 중"이라며 "서필언 씨도 얼마 전에 정점식 지지를 선언했다네예. 지지를 선언하니까 그 밑의 지지자들이 돌아섰다꼬 어저께 들었다"고 전했다.

인구 13만 통영과 5만 고성이 하나의 지역구로 묶인 시·군 복합선거구의 특성상 소지역주의가 선거의 변수가 될 것으로 진단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박 씨는 "우리 통영은 비가 안 오는 편인데 고성 가면 비가 온다. 희한한고로 눈도 고성에는 조금조금씩 오는데 여기는 한 방울도 안 온다"고 양 지역의 차이점을 부각하더니 "양문석 후보는 여기 통영 토백이고, 정점식이는 아예 몰랐다. 들어보니까 고성 사람이라카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우리들은 (통영 출신) 서필언 씨가 추천(공천)받을 거라고 다 봤는데, 통영 사람들이 좀 실망한 게 있지 않을까"라며 "한나라당(자유한국당)에서도 보면 선거(경선)를 할 게 아닌가. 그런데 고성에서 완전 몰표가 나와 (서필언 씨가) 떨어졌다고 들리는 소문에 그렇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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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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