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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님, ‘군복입고 쇼’라도 하시지 그러셨어요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9.03.25 06:00 수정 2019.03.25 08:27

<김우석의 이인삼각> 야당과 언론, ‘어쩌라고 정부’…내부적, ‘될 대로 되라 정부’

‘군복입고 쇼’…목숨 바친 국군장병에 최소한의 예의, 특전사 명예를 살리는 유일한 길

<김우석의 이인삼각> 야당과 언론, ‘어쩌라고 정부’…내부적, ‘될 대로 되라 정부’
‘군복입고 쇼’…목숨 바친 국군장병에 최소한의 예의, 특전사 명예를 살리는 유일한 길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필자는 때때로 현 정부를 <어쩌라고 정부>라 칭한다. 그럼 많은 사람이 무릎을 친다. “배0라 정부”라는 말은 너무 상스럽게 때문에 나름 수위를 낮춘 표현이다. 잘못된 경제정책을 끝까지 밀어 붙인다. 결과가 너무 뻔히 보이는데 꿈적도 안한다. 국민은 고통에 아우성인데, 현정부는 '억울하다'면서 잘못된 길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인사난맥’은 더욱 극명하다. 정권 스스로 정한 원칙은 초장에 무너졌다. 수정한 원칙은 너무 예외가 많아 ‘원칙’이라고 하기에 면구스러울 정도다. 그런 허울뿐인 원칙마저 헌신짝 신세다. 민정수석실 검증은 명목뿐이고, 국회청문회는 무용지물이다. 여당은 ‘청와대의 출장소’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지만, 야당까지 무시하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이 정도로 뻔뻔하고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니 ‘어쩌라고 정부’라는 평가를 들어도 억울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한 언론인은 이런 국정운영을 ‘자포자기(自暴自棄)’라 표현했다. 그러나 ‘자포자기’는 일정한 현실감각이 있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표현이다. ‘포기’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인정하는 것이고, 간극을 극복할 수 없을 때 노력의 끈을 놓아 버리는 것이다. 그래도 ‘자포자기’라면 현실적 대안은 있다. (노무현 정부의 ‘거국내각’ 시도와 같이) 다른 리더나 시스템이 나서면 되는 것이다. 그런 대안이 국민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는 길이다. 국회에서 인정한 실세총리에게 모든 국정을 맡기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개헌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면 된다. 개헌을 발표하는 순간 모든 논의는 개헌으로 쏠릴 것이고, 그것만 관리하면 현 정부의 임무를 다한 것이 된다. 그 이외에 고민할 것은 없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깔고 앉아 버티기’로 들어간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운명에 맡기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될 대로 되라’다.

‘될 대로 되라 정부’의 대표적인 사례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 날은 정권과 관계없이 국가가 지정한 기념일이다. 대통령이나 특정 정권의 가치판단 문제가 아니다. 군 최고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국가기념일에 취임 후 한 번도 참석치 않았다. 지난해에는 외국방문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국내에 있었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은 대구에서 열린 ‘로봇산업 육성전략 보고회’에 참석했다. 기념일은 “매년 3월 넷째주 금요일”(휴대폰 일정 앱에도 나와 있음)로 정해져 있다. 연초부터 (지난 연말 정부 업무보고 때부터) 국가행사로 준비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행사가 겹쳤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국제행사도 아니고 그 정도 ‘보고회’라면 주빈인 대통령의 일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설혹 다른 이유로 겹치더라도 우선순위를 고려해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하고 총리를 대구로 보내면 됐다. 어떤 변명을 해도, 문 대통령이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통령 주변 참모들의 생각이 읽혀진다. 문 대통령이 가뜩이나 가고 싶지 않은데 참모들이 속삭였을 것이다. “만약 대통령께서 기념식에 가시면 김정은이 불쾌할 것이고 북한정부는 반발할 것입니다. 그러면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이고, 쪼그라든 ‘중재자’나 ‘촉진자’ 역할은 물 건너 갈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문 대통령은 스스로 ‘사명감’에 집착해 불참의 내적 명분으로 삼았을 것이다. ‘착한’ 문 대통령은 주변을 에워싼 친북 운동권 참모들에 눈과 귀를 홀려 국군통수권자의 직분을 잃어 버렸을 것이다. 이는 최대한 문 대통령에게 유리한 추측이다.

그런데 여론이 심상치 않았다. 참모들이 이야기한 것보다 더욱 안 좋았다. 그러자 참모들은 다시 꾀를 냈을 것이다. “SNS에 메시지를 내시면 됩니다. 가상현실이 현실로 인정되는 세상입니다. 몸은 대구에 있지만 마음은 기념식장에 있다는 메시지를 내십시오. 그리고 언론을 동원해 응원하면 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착한’ 문 대통령은 SNS에 메시지를 올렸다. "오늘 대구로 가는 길 마음 한 쪽은 서해로 향했다", "우리는 그 어떤 도발도 용서할 수 없으며 힘에는 힘으로 더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까지는 국군 최고통수권자다운 발언이었다. 그러나 기념식 불참의 명분을 세우려는 듯 "그러나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 한 메시지다.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 기념식에 참여치 않았다’는 말인가? ‘힘으로 더 강력히 응징하는 것’은 협상의 위한 기반이 아니고 선택지의 하위개념이란 말인가? 그 구체적인 방법이 ‘순국장병에 대한 무시와 모욕’이란 말인가? 청와대의 예상과 다르게 수많은 구설을 만들어냈다.

‘평화’가 중요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남한국민을 볼모로 삼는 북한의 야욕(핵보유국인정) 때문에 남북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북은 ‘미국에 뺨맞고 우리정부에 화풀이’ 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에 계속 진전이 없으면, “핵폭탄으로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할 기세다. 최근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수한 것을 두고, ‘문대통령이 트럼프를 설득해 양보를 받아 오라는 압박’이라는 해석이 정설이다.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한다면, 우리는 국민의 안전과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 ‘한미동맹’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한미동맹’은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진 상태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이런 행사에 참여하고 미군 수뇌부를 초청해 한미동맹의 건재함을 보였어야 했다. 또 이럴 때일수록 자체 국방태세를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말했듯, 평화의 근저에는 튼튼한 국방력이 있어야 하고, 그 국방력의 기초는 국민과 정부의 국토수호 의지다. 국토수호를 위해 산화한 장병들을 기념하는 것이 평화와 협상의 기본인 것이다.

현 정부는 ‘미·북간 하노이 협상결렬’로 방향을 잃었다. 경제실정을 만회할 수 있는 탈출구가 봉쇄된 것이다. 야당과 언론에게는 ‘어쩌라고 정부’고, 내부적으로는 ‘될 대로 되라 정부’다. ‘무능’에 ‘무기력’이 겹쳤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내년 총선은 하나마나다. 실정에 공동책임이 있는 현 여당은 ‘폭망’할 것이고, 반대급부로 제1야당이 과반 전후의 의석을 챙길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여권분열은 가속화될 것이다. 정계개편은 불가피하다. 범여권에서는 살기위해 경쟁적인 ‘대탈주(大脫走)’가 벌어질 것이다. 당황한 청와대는 해묵은 해결책이긴 하지만 전가의 보도인 ‘개헌(改憲)’을 내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총선과정에서 야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독보적 리더십을 키운다면 개헌안에 대해 꼼수라고 거부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권력을 나누기 위해 협상에 응할 것이다. 협상이 잘 되 개헌이 되면 권력은 분산될 것이고, 문재인 정부도 무사히 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지금 상황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국군 통수권자, 든든한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허둥대고 눈치만 보는 무능한 정치인들만 득시글거린다. 이번 주 3월 26일(화요일)은 ‘천안함 피격사건’ 기념일이다. 문대통령이 높이 평가해 추천한 통일부장관 후보자(26일이 통일부장관 인사청문회 날이다)가 말했듯이, 또 청와대의 유일한 장기를 살리기 위해 폭침된 천안함 앞에서 ‘군복입고 쇼’라도 해 주길 바란다. 그것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장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대통령이 나온 특전사의 명예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또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불참에 대한 최소한의 변명도 될 것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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