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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 살길을 찾자, 자체 핵무장 할 수 있다…고난의 행군을 각오하면

이배운 기자
입력 2019.03.25 03:00 수정 2019.03.25 05:59

"가능성 희박...북한이 지난 30년간 겪은 모든 고난 똑같이 겪어야"

"자체 핵무장 안된다면 '핵 잠재력 극대화' 나서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데일리안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머리맡에 있고, 앞으로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우리 스스로 북핵위협에 맞서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핵 위협에 맞서는 국제사회의 공통 전략은 '우리에게 핵을 쏘면 나도 죽지만 너도 죽는다'는 메시지를 각인시켜 상대의 핵공격 의지를 사전에 억제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어떤 방법으로 북한의 핵공격 의지를 꺾을 수 있는지 전문가들이 제시한 3가지 방법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北핵, 살길을 찾자①] 핵없이 핵을 이기는 법…재래식 전력으로 억제하기
[北핵, 살길을 찾자②] 만들 수 없으면 빌리자…한미동맹이 만드는 핵무기
[北핵, 살길을 찾자③] 자체 핵무장 할 수 있다…고난의 행군을 각오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데일리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데일리안

"가능성 희박...북한이 지난 30년간 겪은 모든 고난 똑같이 겪어야"
"자체 핵무장 안된다면 '핵 잠재력 극대화' 나서야"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 북핵 위협에 맞서야 한다는 '자체 핵무장론'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 돼왔다. 과거 이들 발언은 소수의 극단적인 주장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지 일주일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 재건 움직임을 드러내면서 미국 본토 핵타격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을 지키기 위해 워싱턴을 겨냥한 핵 위협을 감수할까'라는 중대한 질문을 상기시킨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한 듯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핵무장 관련 토론회 축사에서 "현 정부는 북한을 맹신한 탓에 안보체계와 한미동맹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자체 핵무장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우리 현실을 감안해 무조건 접어놓을 수만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에 다량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데 이견을 제기하지 않는다. 한국은 높은 수준의 원자력 설비 및 과학기술 역량을 갖췄고, 핵탄두 제작 원리도 어려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자체 핵무장에 나서는 순간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압박을 받게 되며 이를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준 전 외교차관보는 "심정적으로는 우리 핵무장을 동의하지만 가장 어렵고 가장 실천 가능성이 희박한 방법"이라며 "독자적 핵개발에 나서는게 발각된 즉시 우리는 북한이 지난 30년간 겪어온 모든 고난을 똑같이 겪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핵개발에 나설 경우 우선 미국·호주·프랑스 등이 가입돼 있는 원자력원료공급그룹(NSG)은 협정에 따라 한국에 대한 모든 핵물질 공급을 자동적으로 중단하게 된다. 한국은 핵연료 자체 생산 능력이 1%도 없으며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특히 한국은 전체 발전량의 3분의 1이상을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핵연로 공급이 끊기면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1~2년 이내 가동이 전면 중단되며, 이는 재앙에 가까운 전력난을 겪게 됨을 의미한다.

또 유엔 안보리는 북한과 똑같이 한국에도 경제 재제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와 담을 쌓으며 자생능력을 키워온 북한과 달리 세계 최고수준의 개방형 통상국가인 한국에게 경제제재는 치명적이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가했던 경제제재 중에 가장 가벼운 것 하나만 적용시켜도 우리 경제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온 국민과 지도자가 고난의 행군에 나설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자체 핵무장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이제 핵무장 검토할 때’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지난 14일 국회에서 ‘이제 핵무장 검토할 때’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미국의 독자적인 압박도 가벼이 볼 수 없는 문제다. 1970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핵개발을 시도하자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즉각파기 카드를 내밀며 핵개발 중단을 압박한 바 있다.

신 전 차장은 "우리가 핵 개발에 나서는 것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며 "상대방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상대방 보고 우리를 믿어달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심한 국론분열 발생과 더불어 주변국들의 압박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정말로 대한민국을 죽이려 들 수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작정하고 괴롭히면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핵무기를 완성할 수는 없어도 완성 직전 단계까지 도달하는 '핵 잠재력 극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북비핵화공동선언 폐기,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농축 재처리 기술 확보, 탄두설계 완성 등을 통해 유사시에는 단기간에 자체 핵무장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끝까지 견지하게 만들고 전술핵무기 배치, 첨단 군사기술 이전 등 안보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대미 협상 지렛대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김태우 전 원장은 미국에 '핵 비확산 정책' 철회를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원장은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핵우산을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핵 개발을 막았다"며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방조하면서 미중 대결 국면에서 유리한 카드를 잡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비확산 정책을 계속하면 동북아 안보 구도가 중국한테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넣어야 한다"며 "만약 한국이 정말로 중대한 위기에 처하면 동맹파탄 등의 후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자체 핵무장을 해 안보를 지켜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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