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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약값 일괄 인하”…중소제약사 경영 악화 불가피?

이은정 기자 | 2019-03-25 06:00
정부, 약가제도 개편안 이달 중 발표
현재 약값의 절반 이하로 ‘뚝’… 제네릭 20개까지만 가격 보장


ⓒ연합뉴스ⓒ연합뉴스

정부의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움직임에 제약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절반 수준인 제네릭 가격을 30%까지 내리고, 보장 범위도 20개로 제한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네릭 약가 제도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국회 업무보고를 거쳐 제네릭 종합대책을 확정하고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약가 제도를 손보는 것은 2012년 일괄 약가 제도 시행 이후 7년 만이다. 이 제도는 약값을 하향 평준화하는 대신 최저가를 보장해주는 방법이었다.

보험 등재 순서대로 약가가 내려가는 계단형 가격 산정 방식을 없애고 순서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가격을 내린 것이다. 상위권은 손해지만 하위권 열등생은 이득을 보는 구조였던 셈이다.

이번 개편안은 기존 방식에 차등식 약가 제도를 도입했다. 개편안을 보면 그동안 오리지널 약가의 53.55%를 보장받았던 제네릭 가격은 오리지널 약가 대비 30~40%대로 떨어진다. 제약사가 오리지널 약과 안전성, 효능이 같다는 것을 입증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하 생동시험)을 직접 수행하고 자체 등록한 원료의약품을 이용해 직접 제조했을 때만 기존 약가인 53.55%를 받을 수 있다.

자체 제조·생동·원료의약품 등록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했을 때만 약가가 53.55%로 정해지고 두 가지 조건에 맞으면 43.55%, 한 가지는 33.55%, 해당 사항이 없으면 30.19%로 차등적으로 약가가 낮아진다.

또 20번째 이후로 보험 약가에 등재되는 제네릭은 기존 최저가의 90%로 책정된다. 같은 성분의 약이 포장만 바뀌어 수십, 수백종씩 쏟아져 나오는 제네릭 난립을 막기 위해서다.

제네릭 규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 고혈압약에 발암 물질이 포함돼 논란이 됐던 ‘발사르탄 사태’가 터지면서부터다. 당시 국내에서 회수된 발사르탄 복제약은 115개에 달했다. 반면 영국은 5개 품목, 미국 10개 품목, 캐나다 21개 품목에 불과했다.

◆약가 인하에 공동 생동시험 제도 폐지까지

중소제약사들은 사실상 일괄 약가 인하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중소제약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 300여개 중 연구나 생산설비를 갖춘 곳은 50여곳에 불과하다.

연구 생산설비가 없는 중소제약사들은 그동안 직접 생동시험을 하지 않고 공동위탁 생동시험으로 허가를 받은 뒤 의약품수탁생산(CMO) 업체에 생산을 위탁해 만든 제네릭을 판매해왔다.

해외에는 없는 공동 생동시험 제도는 국내 제약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지난 2003년 도입됐다. 자체 생동시험에는 2~3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여러 업체가 공동 생동시험을 하면 수천만원이면 쉽게 복제약을 만들 수 있다.

연구·제조 설비에 투자하지 않아도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오리지널의 절반까지 약값이 보장되다보니 제네릭 사업은 중소제약사의 주요 먹거리였다.

그러나 약가 인하에 공동 생동시험 제도마저 폐지 위기에 놓이면서 중소제약사들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7일 공동 생동시험 품목 허가 수를 제조사 1개와 위탁제조사 3개까지로 제한하고,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 완전히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복제약으로 먹고 살았던 중소제약사들 대다수가 적자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자체 생동시험 비용도 문제지만 약값이 오리지널의 30% 이하로 떨어지면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판도 변화 급물살…중소제약사 구조조정 불가피

대형제약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소 제약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소송 등 법적 대응을 비롯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탈퇴도 논의하고 있다. 협회가 보건당국의 약가 인하 움직임을 감지하고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고, 대형제약사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제네릭 난립과 품질 향상이라는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약가 개편안은 업계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며 “자체 DMF(Drug Master File, 원료의약품등록)가 가능한 업체는 대형제약사들 뿐이어서 여력이 없는 중소제약사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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