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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전소니 "주저하거나 기죽지 않을래요"

부수정 기자
입력 2019.03.25 08:55 수정 2019.03.27 09:50

'악질경찰'서 여고생 미나 역

"나 자신 지키려 노력"

배우 전소니는 영화 '악질경찰'에서 고등학생 미나 역을 맡았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배우 전소니는 영화 '악질경찰'에서 고등학생 미나 역을 맡았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악질경찰'서 여고생 미나 역
"나 자신 지키려 노력"


"너무 떨렸지만 기죽지 않으려 했어요. 오롯이 미나로 살고 싶었거든요."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에서 고등학생 미나를 연기한 전소니(28)는 강단 있게 얘기했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지만 선배들에게 눌리지 않으려 애썼다. 강렬한 캐릭터를 입은 배우의 책임감이다.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는 쓰레기 같은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범죄물의 외피를 쓴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넣었다. 상업영화에서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쓴 건 '악질경찰'이 처음이다. 전소니는 사건의 증거를 가진 고등학생 미나를 연기했다.

19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전소니는 "촬영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일단 개봉하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전소니는 미나를 맡아 선배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감독은 전소니를 만난 후 예정된 오디션을 접기도 했다. 배우는 "이런 감독님은 만나기 힘들 듯하다"며 "내가 잘 못 한 것 같아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소니는 처음 캐스팅 제의를 거절했다가 이후 다시 출연하게 됐다. 배우는 "미나 역할이 매력적인데 연기에 확신이 없었고, 이 이야기를 부끄러움 없이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부담감만 느끼다가 이후 마음을 다 잡고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을 제의받을 당시 다채로운 캐릭터를 경험한 적이 없었어요. 불안하고 흔들리는 마음이 컸던 시기이기도 하고요.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바꾸도록 노력했습니다."

영화 '악질경찰'에서 고등학생 미나 역을 맡은 전소니는 "현장에서 기죽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영화 '악질경찰'에서 고등학생 미나 역을 맡은 전소니는 "현장에서 기죽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전소니가 바라본 미나는 어떤 아이일까. 스스로 지켜야 할 소신을 잘 알고 있다는 사람이란다. "무언가를 자기 힘으로 지키는 부분이 멋있었어요. 미나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대로 행동하는 아이라 좋았습니다."

후반부 미나는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한다. 그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미나는 필호를 만나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무력감을 느낀다. 책임지는 마음으로 버텨온 아이인데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하면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나는 아픔이 있다. 극 후반부에 미나의 사연이 나오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전소니는 "미나는 일탈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자기가 지켜야 할 것을 지켰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해선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상업영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부족할 수 있겠지만, 시도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큐멘터리나 책을 참고하기도 했다"며 "미나는 유가족들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혹시나 미나의 선택이 또다른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 '악질경찰'에서 고등학생 미나 역을 맡은 전소니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따.ⓒ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영화 '악질경찰'에서 고등학생 미나 역을 맡은 전소니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따.ⓒ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미나는 영화 속 어른들을 향해 "니들 같은 것들이 어른이라고"라며 울부짖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이기도 했다. "TV에서 봤는데 사랑이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미나는 사랑을 주고받는 경험을 못한 아이예요. 미나의 마음이 대사에 담겨 있었죠."

이선균은 '악질경찰'의 수확으로 전소니의 발견을 꼽았다. 환하게 웃은 전소니는 "선배들이 동료로서 존중해 주셨다"며 "의견을 제시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다들 잘 설명해 주셨다. 현장에서 작아지고, 주저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고백했다. "잠도 못 자고 긴장했는데, 현장에선 티를 잘 안 냈어요. 흥행은 잘 모르겠어요. 무언가를 바라는 게 욕심인 듯합니다."

2014년 영화 '사진'으로 데뷔한 전소니는 '상의원'(2014), '치외법권'(2015), '죄 많은 소녀'(2017), '남자친구'(2019) 등에서 단역과 조연을 오가며 활약했다.

'악질 경찰'을 하기 전에는 조급하고 초조하기도 했다.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조바심을 떨쳐 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제가 어떤 역할의 주인이 아니었을 때 주변에서 여러 핑계를 대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그냥 이 작품과 인연이 아닌 거라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전소니의 차기작이 궁금해진다.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려고요. '어떤 배우'이고 싶다는 거창한 목표는 세우지 않았어요. 새로운 역할을 하는 순간이 마냥 좋아요. 나 자신을 잘 지키려고 해요. 그래야 제가 부서지지 않으니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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