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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경태 "청년정치인, '26세 YS'‧'31세 DJ'와 동등한 존중 받길"

이유림 기자
입력 2019.03.18 14:48 수정 2019.03.18 15:26

14년 정당생활 동안 월급 받은 적 없어…당직 위해 따로 일

낙선폐해 크지만…국회, 청년이 일하지 못할 곳 아냐

14년 정당생활 동안 월급 받은 적 없어…당직 위해 따로 일
낙선폐해 크지만…국회, 청년이 일하지 못할 곳 아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이 15일 국회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청년위원장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이 15일 국회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청년위원장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명→3명→1명. 2008년 18대 국회부터 2016년 20대 국회까지, 40세 미만 지역구 의원 당선자 숫자다. 비례대표 또한 비슷하다. 3명→6명→2명. 지역구·비례대표를 합쳐 20대 국회의 40세 미만 '청년 정치인'은 모두 3명이다. 2030세대 인구비율이 전체 35%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턱 없이 적은 수다. 21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청년들에게 선거의 벽은 높기만 하다.

국회 문턱 앞에서 놓친 경우도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장은 20대 국회에서 청년 몫으로 비례대표 14번을 받았다. 원래는 당선권에 가까운 번호였지만, 김종인 전 대표가 '어린놈이 무슨 정치냐'고 반대해 후순위로 밀렸다고 한다. 장 위원장은 1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벌써 3년 전 이야기다. 그때 당선되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그저 웃고 다닌다"고 했다.

공천을 받는 자리에 가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만35세. 적지 않은 나이지만 정당 생활 14년간 당에서 월급 받고 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당직을 유지하기 위해 학습지 교사, 논술 강사 등 온갖 일을 하며 버텼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청년들은 정치 영역에서 가장 밑바닥을 형성하고 있다. 기득권을 가져본 적도 없고 물질적 여건이 좋은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가족의 반대도 컸다. 장 위원장은 "처음 부모님께선 다리몽둥이 부러뜨리겠다고 하셨다. (웃음) 아직도 부모님 소원은 공무원 시험 보는 거다. 워낙 집이 어렵기도 했다. 어릴 때 집이 부도나서 부산에서 배 타고 막노동을 하고, 호프집, 서빙, 편의점 등 안 해본 알바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내 삶을 바꾸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지만, 부모님께선 굳이 그렇게 힘들게 살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신 거다"고 했다.

그렇다고 청년 지원 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청년 가산점제'와 '청년 할당제'가 있다. 민주당은 만45세 이하 청년당원이 출마할 때 15~25% 가산점을 부여한다. 또 국회의원 10%, 광역의원 20%, 기초의원 30%를 청년에게 할당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에 출마할 청년 후보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기초와 광역을 합해 900명 후보를 내야 했다. 선거 분위기가 좋았는데도 공천 통과 전 인원을 600명 정도 모았다"며 "청년을 만날 때마다 정치하라고 말하는데, 다들 절 이상한 사람으로 보더라"며 웃었다.

장 위원장은 청년의 정치 참여가 미미한 이유로 '낙선의 폐해'를 꼽았다. 그는 "정치는 인생을 걸어야 하는 도전이다. 기성세대에게도, 돈 많은 사람에게도 정치는 힘들다. 청년에겐 더욱 그렇다"며 "특히 낙선의 폐해가 크다. 직장인의 경우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퇴사하고 선거 운동을 하는데, 낙선하면 재취업이 매우 어려워진다. 선거에 출마했다는 낙인 효과도 있다. 회사 입장에선 정치 출마를 했던 청년이 부담스럽거나 싫을 테니까"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국회가 청년이 일하지 못할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아직 금배지 한 번 단적 없는 청년에 불과하지만, 기성 국회의원과의 소위 '배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을 겨냥해 "청년수당을 음주수당이나 청년 매수행위로 표현했는데, 무슨 청년 인지적 사고를 한다는 건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20대 지지율에 대해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한 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청년 실업 문제가 극심한데, 일자리만큼은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과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한데, 박근혜 정부 때 있던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가 폐지돼 아쉽다"고 했다.

그는 "청년 정치라는 영역은 없다. 젊은 정치인이 있을 뿐이다"라며 "26세 김영삼 전 대통령과 31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할 때 그들을 청년 정치인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도 동등한 정치인으로 존중받고 목소리를 내고 싶다. 청년 정치인이란 말로 한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정치인이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증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하 인터뷰 전문.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청년위원장으로서 어떤 역할과 활동을 맡고 있나.
청년위원회는 △청년 문제 해결 △청년 당원의 지위와 권리 향상 △청년위 조직 강화 등 3가지 목표를 위해 존재한다.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 주거 보육 부채 창업 등 5가지 현안에 대해 해결책을 논의한다. 청년 당원 지위와 권리 향상을 위해선 청년정치발전기금을 정당사 최초로 만들거나, 선거에서 청년이 더 많이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 등을 한다. 청년위의 조직 강화를 위해서는 중앙당과 17개 시도당, 253개 지역위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정당 활동을 하며 만난 기성 정치인에게 아쉬웠던 점과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다면.
다른 당은 관료화된 경우가 많은데, 우리 당은 소통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래도 시민단체나 활동가 중심의 동지적 관계가 많아서 그런 듯하다. 반면 선후배로 묶여있다 보니까 선배의 말을 존중해야 하는 분위기는 아쉽다.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처음도 어려웠지만 지금도 어렵다. 집이 부도가 났는데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니 부모님 사인을 받아오라 하더라. 어쩔 수 없이 부산에서 배 타고 막노동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에 진학했다. 그때 이후로도 대학생 정체성보다는 알바생 정체성이 많았다. 호프집, 서빙, 편의점 등등 알바란 알바는 거의 다 해봤다. 그때 가난하다고 교육받을 권리가 없어선 안 된다는 생각했다. 특히 청년은 정치 영역에서도 가장 밑바닥을 형성하고 있다. 기득권을 가져본 적도 없고 물질적 여건이 좋은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당직을 맡으면서 당에서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을 겪었겠나. 학습지 교사도 해보고, 논술 강사도 해보고 온갖 일을 하면서 버틴 거다.

가족의 반대도 있었을 것 같다.
엄청 반대했다. 정신 좀 차리라고. (웃음) 부모님 소원은 제가 공무원 시험 보는 거다. 워낙 집이 어렵기도 했으니까 굳이 이렇게 힘들게 살 필요가 있느냐, 생활이 나아졌으면 하신다.

청년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
청년 지원 제도는 두 가지다. 청년 가산점제도와 청년 할당제도. 우리당은 만45세 이하 청년당원에 대해 15~25% 가산점을 주고, 경선을 했을 때는 25%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10%, 광역의원 20%, 기초의원 30%를 청년에게 할당하도록 되어 있다. 저는 청년들 만날 때마다 정치하라고 말하는데, 후보가 많지 않아 할당량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정치하라고 제안했을 때 반응은 어떤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더라. (웃음) 정치는 인생을 건 도전이지 않나. 기성 세대에게도 돈 많은 사람에게도 힘들지만, 청년은 더 힘들다. 특히 낙선에 대한 폐해가 크다. 보통 출마하려면 직장을 퇴사하기 마련인데, 어렵게 들어간 회사 재취업은 더 어렵다. 회사 입장에서도 정치에 출마했던 청년을 받기가 부담스럽다.

선거 출마도 준비했을 것 같은데.
지난 총선 때 청년 몫으로 비례대표 24번을 받았다. 원래 더 앞 순번이었는데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이 뒤로 미뤘다. 국회는 청년이 있는 곳이 아니라면서. 벌써 3년 전이다. 그때 당선되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실실 웃으며 다니고 있다.

최근 민주당 20대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 20대 민심 이탈의 원인이 무엇이라 보나.
일자리 문제가 가장 크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청년 실업 문제가 극심한데, 일자리만큼은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했다.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주52시간제처럼,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을 위한 대책도 나왔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MB정권 20대 행정인턴 제도처럼 몇 개월이라도 자산 형성을 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청년과 소통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 청년 거버넌스라고 표현하는데, 박근혜 정부 때 있던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가 폐지되어 아쉽다.

20대 남성의 불만이 특히 크다. 민주당은 페미니즘 정당이라는 비판이다.
민주당이 여성의 입장만 대변한다고 하기엔 여성분들께 죄송하다. 여전히 유리천장은 존재한다. 여성은 육아 출산으로 경력단절 문제가 심각한데, 남성은 아이를 낳고 퇴직한 경우는 없다. 그밖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과정 등에서 차별을 겪는 여성에 대해 안타까움이 많다. 물론 20대 남성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기득권이 돼 본 적도 없었으니까. 민주당은 20대 남성도 보호하는 정부가 되려 한다. 꼰대 문화나 나이가 계급화 된 세대에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치적 포부가 있다면.
청년 정치라는 영역은 없다. 그저 젊은 정치인일 뿐이다. 26세 김영삼 31세 김대중이 정치를 시작할 때 그분들을 청년 정치인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우리도 동등한 정치인으로 존중받고 싶고, 목소리를 내고 싶다. 가끔 밖에서 성공해서 들어오는 게 낫지 않겠냐고 조언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달걀을 밖에서 깨면 프라이지만 안에서 깨면 병아리가 된다고 하지 않나. 국회도 청년이 일하지 못할 곳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오는 젊은 정치인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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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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