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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대·기아차, '위기의 중국 시장' 돌파구는?

박영국 기자·김희정 기자
입력 2019.03.11 13:28 수정 2019.03.11 14:28

고속성장 멈추고 수익성 강화에 집중

전략차종 다변화, 환경규제 강화 대응도 필요

베이징현대가 2018년 10월 18일 중국에서 현지 전략모델 '라페스타' 출시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현대자동차 베이징현대가 2018년 10월 18일 중국에서 현지 전략모델 '라페스타' 출시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현대자동차

고속성장 멈추고 수익성 강화에 집중
전략차종 다변화, 환경규제 강화 대응도 필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장기 부진에 빠진 중국 시장을 재정비한다. 한때 현지에서 ‘현대 속도’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빠른 성장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시장 정체와 경쟁 격화, 환경규제 강화 등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발맞춰 규모보다는 효율성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점유율보다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포지션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차 중국 현지 합작 생산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는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옌청 1공장 생산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의 중국 생산법인 베이징현대도 베이징 1공장 생산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2년 각각 현지 업체인 베이징기차 및 둥펑자동차·위에다그룹과 합작을 통해 중국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이래 매년 고속성장을 이뤘다.

현대차의 경우 2013년 연간 생산판매 100만대를 돌파한 이후 2016년까지 4년간 100만대 이상을 유지했고, 기아차도 이 기간 연평균 6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중국 내 승용차 생산능력은 현대차가 165만대, 기아차가 89만대로 총 254만대에 달한다. 상용차 전용 공장인 쓰촨현대(16만대)까지 포함하면 270만대 생산체제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사드 사태 여파로 판매량이 급감하기 시작해 지난해는 현대차가 79만대, 기아차는 37만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두 회사 모두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이 과잉 설비로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중국 자동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과신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게 결국 생산라인의 일부를 멈추는 상황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폭스바겐과 GM이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고 현대·기아차도 공격적인 증설 투자에 나선 것”이라며 “현대·기아차 도합 43만대의 생산능력을 줄인다는 것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공격적인 설비 증설에 뛰어든 것은 비단 현대·기아차뿐만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일제히 생산능력을 늘린 가운데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자동사 시장은 정체를 넘어 역성장 기조로 접어들었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승용차 판매량은 2272만대로 전년 대비 6.0% 감소했다. 중국의 연간 승용차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 성장은 멈추고 생산능력은 심각한 공급과잉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전략도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특히 단기간 내에 점유율 회복을 노리기보다는 수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현대·기아차의 일부 설비 가동 중단은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노후화된 라인을 정리해서 가동률과 수익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현대·기아차의 이번 결정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전략모델 확대 등 라인업 재편과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포지션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임 연구원은 현재 현대·기아차의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지난해 말 출시한 중국 전략 준중형 스포티 세단 ‘라페스타’를 예로 들면서 “과거 현대·기아차와 중국 현지 브랜드 자동차의 가격차는 2배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20~30% 정도로 차이가 줄었고, 신사양도 많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전략 차종을 기존의 소형, 저가 차종에서 중·대형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차종으로 다변화해야 하고, 특히 중대형차와 전기차를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중국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도 큰 폭의 판매 증가를 이룬 토요타와 혼다 등은 중대형 차종에서 재미를 봤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중국 내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대응도 현대·기아차가 풀어야 할 과제다. 올해부터 중국에서 자동차를 파는 완성차 업체는 차종별 판매량의 약 10%(크레디트)를 친환경차로 채우지 못하면 다른 회사로부터 크레디트를 사야 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친환경차 할당량은 올해부터 7~8만대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이브리드는 적용이 안되고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주가 될 것이기 때문에 채우는 게 쉽지 않다”면서 “전기차는 이미 중국 현지 브랜드들이 상당부분 장악했으니 친환경차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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