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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우파 정치세력, 단합하고 또 단합하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9.03.11 09:00 수정 2019.03.11 08:35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탄핵 2년, 그 때를 돌아보건대

정말 ‘역사의 법정’을 생각했나…재기하기 전엔 싸울 자격 없다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탄핵 2년, 그 때를 돌아보건대
정말 ‘역사의 법정’을 생각했나…재기하기 전엔 싸울 자격 없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저희 재판관들은 이 사건이 재판소에 접수된 지난해 12월 9일 이후 오늘까지 휴일을 제외한 60여 일간 매일 재판관 평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재판과정 중 이루어진 모든 진행 및 결정에 재판관 전원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사항은 없습니다.

저희는 그 간 3차례의 준비기일과 17차례에 걸친 변론기일을 열어 청구인 측 증거인 갑 제 174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열두 명의 증인, 5건의 문서송부촉탁 결정 및 건의 사실조회결정, 피청구인 측 증거인 을 제 60호증에 이르는 서증과 열일곱 명의 증인(안종범 중복하면 17명), 6건의 문서송부촉탁결정 및 68건의 사실조회결정을 통한 증거조사를 하였으며 소추위원과 양쪽 대리인들의 변론을 경청하였습니다. 증거조사된 자료는 4만8000여 쪽에 달하며 당사자 이외의 분들이 제출한 탄원서 등의 자료들도 40박스의 분량에 이릅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합니다.”

탄핵 2년, 그 때를 돌아보건대

헌재 측 주장대로라면 8명의 재판관은 초인(超人)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60일 동안 그 많은 문서를 다 읽어서 충분히 이해하고, 그 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세심히 들어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 수 있겠는가. 여덟 명이 분업할 수 있는 일은 물론 아니지만 설령 그게 허용되었다고 해도 애초에 가능할 수 없는 과제였다. 그런데 헌재는 그 일을 다 해냈다고 공언했다.

헌재는 헌법이 제111조 2항에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한다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는 국가기관이다. 헌재가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라고 강조한 것은, 적어도 재판관들만은 헌법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터이다. 그런데 재판관 1명이 결원인 상태에서 헌재를 가동했다. 법 전문가들의 교묘한 합리화가 아니라 문자적으로만 이해하자면 이는 위헌이다.

헌법 규정이 불합리하다는 국민적 인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관행이나 현실 여건, 그리고 하위법인 헌법재판소법을 끌어들여 해당 조항을 무력화시킬 것이 아니라 개헌을 시도하는 게 옳다. 재판관 8명이 ‘역사의 법정에 서게 된 심정으로’ 선고에 임한다고 했는데 이보다 허황한 말도 달리 없다. 헌재 재판관들을 실효성 있게 재판할 ‘역사의 법정’은 없다. 따라서 그 말은 대단히 정치적인 레토릭에 불과하다.

어쨌든 헌재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파면했고, 2년이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수감된 지도 오는 31일이면 2년이 된다. 그는 헌재 결정 이틀만인 12일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그 이틀을 못 참고 왜 집안비우느냐고 닦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소리를 질러댔다. 집 비우라고!

검찰은 재빨리 박 전 대통령을 불러(3월 21일) 21시간 30분에 걸쳐 조사했다. 일단 귀가했던 그는 그달 31일 구속 수감됐다. 그리고 작년 8월 24일 서울고법 형사4부로부터 뇌물죄 등 18개 혐의로 징역 25년, 벌금 200억 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91세에 형기가 끝난다. 작년 4월 6일 JTBC가 방송한 데 따르면 재산은 ‘60억 원 정도’다. 어차피 다 갚을 형편이 못되니까 다시 3년의 노역형을 감당해야한다.

정말 ‘역사의 법정’을 생각했나

이 정도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국정원으로부터 특별활동비를 상납받고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작년 7월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8년, 추징금 33억 원을 선고받았다. 1심 결과이긴 하지만 어쨌든 국정농단 등의 죄로 받은 형량을 합하면 33년을 갇혀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99살까지(노역형까지 더하면 102살까지)는 감옥에 있으라는 법원의 명령인 셈이다.

돌아보면 (개인적 느낌으로는) 검찰‧특검‧헌재‧법원이 상호 ‘박근혜 파면 및 징벌’을 위한 유기적 단죄 시스템처럼 움직인다는 인상을 강하게 줬다. 거기에 촛불집회와 언론보도가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분위기였다. 헌재만의 경우이긴 하나, 심리 및 결정과정이 순수하지만은 않았음을 스스로 토로하기도 했다.

헌재는 작년 1월 22일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한민국의 변화’라는 책자를 배포했다. 헌재는 책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과 관련, “헌재 선고는 촛불집회의 헌법적 완결체”라며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선고는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헌법적으로 승화된 결과물이었다”고 자평했다. 이 글은 또 “살아 있는 최고 권력을 민주적으로 퇴진시키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에 법적 인증 도장을 꾹 눌러준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헌재 앞에서 성난 태극기 진영의 군중이 모여들어 파면 결정의 부당성을 외쳤다. 하지만 그 같은 저항은 오래가지 않았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역사의 도도한 물결’은 곧 ‘촛불집회’를 가리키는 표현이었을 터이다. “그 촛불집회의 요구에 대해 헌재도 가세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태극기 진영’은 또 무슨 뜻인가. 그렇다면 헌재는 ‘촛불집회’ 진영에 속했다는 것인가? ‘파면의 부당성을 외치던 태극기 진영의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다는 것은 어떤 근거에서 한 말인지 의아하다. 그간 지켜본 바로는 당시 태극기 집회의 규모가 촛불집회를 압도할 만큼 커져 있었고, 이후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태극기 저항’은 토요일마다, 또 기회 있을 때마다 계속되고 있다.

이 책자의 대단히 의심스러운 내용에 대해 헌재측은 “민간 용역을 통해 집필한 것으로 헌재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외주를 줬건 내부자가 썼건 헌재의 입장을 표명하는 글이다. 교열과 심의를 거치지 않고 남의 글을 헌재의 공식 책자에 그대로 올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재기하기 전엔 싸울 자격 없다

지난 8일 ‘펜앤드마이크’는 헌재가 박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기 일주일 전쯤 청와대에 대해 ‘재판관 만장일치 탄핵’ 가능성을 전하며 박 대통령의 자진 하야 의사를 타진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여권의 법조출신 핵심인사가 헌재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헌재가 만장일치로 탄핵 결정을 내렸다는 게 억지스럽다고 여겨졌었는데, 그 배경에 (말하자면) 담합이 있었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이런 헌재에 헌법과 헌법적 가치의 수호라는 막중한 권한을 부여해도 되는지 근본적 회의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박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한 위에 중범죄자 신세가 되어 생전엔 풀려날 기약이 없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3심 절차가 남긴 했지만 현 정권이 건재한 한 감형되거나 사면될 가능성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과문해서인지, 현직 대통령에 대해, 법의 이름으로 이처럼 가혹한 징벌을 가한 예가 민주국가에서 있었다고 들은 바가 없다. 순수 사법적 판단의 결과라고는 제발 말하지 말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정부‧여당 유력자들이 ‘촛불혁명’이라고 굳이 우겨 온 것은 지난 2년여 동안 이어진 정변이 정치적 단죄와 징벌의 과정이었다는 주장 아니겠는가.

역사는 있었던 일을 덮어두고 가는 법이 없다. 시간이 지나 당사자들의 권력과 세력이 약해질 무렵이 되면 예외 없이 재평가와 진상규명, 신원의 요구가 들불처럼 일어나게 된다. 그게 곧 역사다. 그래서 말인데 자유우파 정치세력과 유권자들은 상대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듯 하는 지금 내부에서 잘잘못을 따지며 싸움을 벌이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못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당시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투표에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찬성 62명, 반대 56명, 투표 불참 1명, 기권 2명, 무효 7명으로 나뉘었다. 훗날 분당 때 이탈 의원은 30명이었다. 서로 싸우고 말고 할 처지가 아님을 말해주는 수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년 집권론’에 이어 ‘50년 집권론’까지 거침없이 내세우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자유우파 정당의 집권은 백년하청이 되고 만다. 일단은 힘을 모으는 게 급선무다.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 모두가 달라붙어도 어려운 싸움이다. 정말 자유한국당이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가졌다면 분열의 요인‧이유‧핑계 모두를 일단 괄호 속에 넣어둘 일이다. 그 잘잘못은 정권을 찾고 난 후에 따져도 늦지 않다.

좌파정권의 세력이 더 커지고 강고해져서 개헌, 혹은 제헌을 통한 국체변경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치기 어려운 시절이다.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질 경우 그 책임은 자유우파 정치세력의 분열을 조장했던 내부자들에게 더 엄하게 추궁될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다시 살아나고 싶다면 스스로를 태우시라. 태우고 태워서 재가 될 때 그로부터 생명력 충만한 부활이 이뤄진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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