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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식 정치화법은 '성동격서'?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3.08 04:00 수정 2019.03.08 06:02

경찰청장 예방 자리에서 '全大 난동' 언급 안해

'버닝썬 클럽사건'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꼬집어

'막말 프레임' 피하면서 강한 전투력 '新유형'

경찰청장 예방 자리에서 '全大 난동' 언급 안해
'버닝썬 클럽사건'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꼬집어


민갑룡 경찰청장이 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다소 멀쩍이 떨어진 채로 허리를 굽혀 황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다소 멀쩍이 떨어진 채로 허리를 굽혀 황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정치화법이 주목받고 있다.

황 대표는 7일 오후 민갑룡 경찰청장의 예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지난달 27일 벌어졌던 한국당 전당대회에서의 민주노총 등 좌파 성향 단체 회원 수십 명의 난동 행위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 배석한 민경욱 대변인도 "그건 언급이 없었다"고 확인했다.

이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황 대표 본인이 자신이 선출된 전당대회에서 벌어졌던 좌파 난동 행위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당 지도부가 이 건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고, 한선교 사무총장도 이날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사건의 경과를 별도로 보고하기까지 했다.

특히 경찰이 현장에서 체포한 이들을 전부 풀어주면서 그 중 일부는 지난 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집결해 이 곳을 찾은 황 대표 앞에서 다시 집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행안위 소속인 이진복 의원이 "국회가 열리면 경찰청장을 불러내 문책하겠다"고 벼르는 상황이었다. 이날 민 청장은 황 대표에게 90도에 가깝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등 '전당대회 난동 경찰책임론'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황 대표의 직선적이지 않고 우회적인 화법을 고려하면, 이해 못할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 대표는 이날 민 청장에게 "미국의 경우에는 국회의원이라 하더라도 사소한 집시법 위반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현장에서 체포하는 등 강력한 법치를 세우기 위한 노력을 하더라"며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경찰로, 법질서를 잡아가는 경찰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 청장은 "미흡하다는 점을 반성하면서 (경찰의 대응은) 비례의 원칙에 따라 체계적·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하겠다"며 "경찰의 물리력 행사기준과 행동반경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황 대표는 "원칙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대로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겠다"고 꼬집더니, 갑자기 화제를 돌려 경찰의 '아픈 손가락'인 '버닝썬 사건'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황 대표는 "버닝썬 클럽 사건으로 정말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줬다. 경찰관들도 관련이 있다더라"며 "법집행기관이 반듯한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으니 유념해달라"고 지적했다.

민 청장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특별수사팀을 꾸려 경찰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고 있는데, 밝혀지는대로 여기서 나타난 부조리를 전국적으로 뿌리 뽑아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황 대표와의 면담을 마치고 나온 민 청장은 "(전당대회 방해에 대해) 구체적인 말씀은 없었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말 속의 숨은 뜻을 이해했다'는 의미다.

정의당과의 상견례에서도 '언중유골' 일격 가해
'막말 프레임' 피하면서 강한 전투력 '新유형'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4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상견례 차원에서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4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상견례 차원에서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같은 언중유골·성동격서의 정치화법은 황 대표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4일 황 대표가 각 정당 대표를 예방하는 자리에서, 이정미 대표는 "한국당의 전당대회 과정에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탄핵 수용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5·18 망언에 대해서도 조치를 하라"는 등의 말을 이어갔다.

이 대표의 일장연설을 경청하던 황 대표는 "10분 간의 연설에 감사드린다"며 "'김경수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정의당은 어떤 입장이냐"고 맞받았다.

이에 이 대표는 "정의당에 처음 찾아와 같이 할 많은 일 중 '드루킹'을 말하는 것은 유감스럽다"며 반발했다. 정작 먼저 모두발언을 한 자신은 '같이 할 많은 일'을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폐부'를 찌르는 일격이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와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튿날 라디오 인터뷰에 일제히 출연해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유감", "예의에 어긋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긴 말 않고 상대의 폐부를 찔러가는 황 대표의 정치화법이 '막말 프레임'을 비껴가면서도, 강한 공격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유형의 화술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인지 서울 성동에서 4선 의원을 하고 통일부·체육부장관으로 두 차례 입각한 이세기 한국당 상임고문은 이날 상임고문단 오찬에서 황 대표를 향해 "투쟁 경험이 없는 분이라 걱정했는데 뜻밖에 잘하고 있다"며 "믿어도 되겠다는 신뢰가 두터워진다"고 평가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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