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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트럼프 불화설 '솔솔'…미국의 이유있는 불만

이배운 기자
입력 2019.03.08 04:00 수정 2019.03.08 08:03

AP통신 "문 대통령 중재자 역할에 의문…미국과 이견 야기해"

파이낸셜타임스 "남북경협 밀어붙이면 한미 불화 빚어"

AP통신 "문 대통령 중재자 역할에 의문…미국과 이견 야기해"
파이낸셜타임스 "남북경협 밀어붙이면 한미 불화 빚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해법을 둘러싸고 불화를 빚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남북미 대화 국면에서 정부가 야심차게 표명해온 '한반도 중재외교', '한반도 운전자론'이 도마에 오르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4일(현지시각) AP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김정은이 비핵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북한과 더불어 문 대통령이 '부분적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미국과 이견을 야기 한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폐기 제안을 칭송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라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기 제안을 '불가역적 단계'라고 평가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와 갈라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로 중단된 남북 간 협력 사업을 진전시킬 것을 요청했다"며 "이는 제재의 부분적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주장을 지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에서 "영변 핵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영변 외 지역에 대규모 핵시설을 숨겨두고 있으며 그 시설까지 폐기해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5일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현지 시설 복구를 위한 사전 준비 등 단계적 접근법을 구상하고 있다"며 남북경협을 지속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같은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겨냥해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지칭한 뒤 "미국이 비핵화 조치 문턱을 높인 것이 회담 결렬의 원인"이라고 미국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청와대

일각에서는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한미 균열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미 협상 교착국면에서 정부는 균형 잡힌 중재로 양방의 오해를 동시에 줄여나가야 했지만, 북측에 치우친 태도를 잇따라 내비추면서 미국의 불신을 샀다는 것이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지난해 10월 '문재인 정권은 북한 대변인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북미 정상의 중재역을 자처한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후견인 역할에 더 쏠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 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회의론자들을 겨냥해 북한이 진정으로 핵무기를 포기하려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려 한다"고 꼬집었다.

한미가 남북 협력사업을 조율하겠다며 설치한 '워킹그룹'도 실질적으로는 우리 정부 동향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잇따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워킹그룹은 한미 간에 상의 없는 단독행동을 막을 것"이라며 "비핵화가 남북관계 진전 속도에 뒤처지지 않길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가능성을 귀띔하지 않은 것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스탠스에 대한 불신·불만이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한편 정부는 중단된 북미 대화의 다리를 놓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6일(현지시각) 워싱턴에 방문해 미측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회동했다.

이 본부장은 사흘 동안 미국에 머물며 미 행정부 인사들과 북미 후속 대화 재개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대북제재 문제와 남북경협 등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의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더욱 의심스러워진 상황에서, 북측의 입장에 동조하고 남북경협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미 간 불신을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문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에 따라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며 "그러나 남북 경제협력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제재 부과를 북한에 대한 주요한 지렛대로 여기는 미국과 불화를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하노이 회담은 결렬됐지만 분명하게 건진 성과는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면 보상을 제공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 한 것"이라며 "정작 우리 정부는 말귀를 못 알아듣고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부분적 핵보유'를 같이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교수는 이어 "지금은 남북 경협이 아니라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도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한미간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하노이회담 때처럼 미국의 핵협상 계획 추진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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