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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남북경협' 집착…'확신'은 어디서 나오나

이배운 기자
입력 2019.03.06 00:00 수정 2019.03.06 05:57

'영변 외 핵시설' 쟁점 모르쇠… "영변 폐기가 불가역적 비핵화"

국내 과시용 성과도출 다급 "금강산 재개되면 1년동안 광고할 듯"

'영변 외 핵시설' 쟁점 모르쇠… "영변 폐기가 불가역적 비핵화"
국내 과시용 성과도출 다급 "금강산 재개되면 1년동안 광고할 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정부는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고 남북경협에 집착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는 아쉽지만 중요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영변 핵 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의 입장과는 온도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은 북한이 영변 외 지역에 대규모 핵시설을 숨겨두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그 시설을 포함한 전체 핵 프로그램 폐기를 약속해야만 전면적 제재 해제가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2차 북미 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때문이다"며 "볼턴은 한반도 문제에서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지난 2003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볼턴 보좌관을 겨냥해 "인간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라고 발언한 것과 비슷한 수준의 망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북미 관계 해소를 위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경협은 밀고 나가겠다는 접근을 적극적으로 밀어줄 필요가 있다"며 남북경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통일부 당국자는 5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촉진하고 북한에 밝은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남북 호혜적 사업"이라며 남북경협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부가 남북경협 의지를 굽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지금 정부는 경제난 등 각종 국내 문제로 궁지에 몰리고있는 상황이다"며 "북한과의 화해분위기를 내세워 일단 부정적인 분위기를 뒤집으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국민들의 인기를 끄는 이른바 '포퓰리즘' 효과가 1년은 갈 것"이라며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등 사계절 내내 금강산 관광이 이뤄지는 모습을 광고하면서 불만 여론을 분산시키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목표로한 남북경협이 아니라 그냥 남북경협 자체를 최종 목표로 둔 듯한 행보를 강행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정부 정책의 모든 포커스를 평양에 맞춰둔 탓에 지금의 변하고 있는 객관적인 상황을 인식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부가 정책적 방향성을 되돌리기 어려운 처지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이미 남북경협에 정치적 자산을 대거 투자한 상황에서 이를 철회하는 것은 자칫 그간의 대북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센터장은 "정부도 당장 남북경협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제 와서 그 방향을 바꿀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정책적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북미간에 상황에 변화가 이뤄지길 기다릴 것"이라며 "경협의 실질적 이행은 국제사회의 룰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무시해가며 막무가내로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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