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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트럼프 '박왕자씨 피살 사건' 묻어 버리나

이배운 기자
입력 2019.02.21 03:00 수정 2019.02.21 05:54

北 초기 비핵화 상응조치에 ‘금강산 관광 재개’ 카드 거론

진상규명·공식사죄 이대로 묻히나…文정부, 과거사 문제 이중적 태도

北 초기 비핵화 상응조치에 ‘금강산 관광 재개’ 카드 거론
진상규명·공식사죄 이대로 묻히나…文정부, 과거사 문제 이중적 태도


금강산 인근 마식령스키장 전경 ⓒ조선의오늘 금강산 인근 마식령스키장 전경 ⓒ조선의오늘

북한의 초기 비핵화에 상응하는 카드로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박왕자 씨 사건’ 진상규명이 요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협상 테이블에서 남북경협 허용 카드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전면적인 제재완화보다 낮은 수준의 보상을 먼저 제공함으로써 향후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견인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같은 구상에 힘을 실어주려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사이의 경제협력을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경협 사업으로는 제재면제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금강산관광 재개가 유력해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18일 진행된 종교지도자 오찬 간담회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이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금강산 관광이다”고 밝히며 사업 재개 기대감을 띄운 바 있다.

그러나 각계는 금강산관광 재개에 앞서 ‘박왕자 씨 피살 사건’에 대한 북측의 진정성 있는 사죄가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 국민인 박왕자 씨는 2008년 금강산 관광 중에 호텔 밖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조선인민군 육군 초병이 등 뒤에서 쏜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청와대,  조선중앙통신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청와대, 조선중앙통신

이 사건으로 금강산관광 사업은 잠정 중단됐지만 북측은 11년째 사건의 책임을 부정하며 진상규명·재발방지·공식사죄 조치를 거부하고 있다. 탈북자 증언에 따르면 박왕자 씨를 쏜 북한 군인은 노동당 지시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포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난해 개최된 국정감사에서 “북한은 지금도 박왕자 씨를 마치 우리가 죽여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눈치만 보지 말고 직을 걸고서라도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실제로 북미가 초기 비핵화 조치와 금강산관광 재개 카드를 주고받을 경우 박왕자 씨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사죄는 더이상 요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이 먼저 금강산관광 카드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뒤늦게 남북미 관계급랭, 사업논의 좌초 위험을 무릅쓰고 이들 문제를 공론화 할 수 없는 탓이다.

특히 공화당인 트럼프 행정부는 도덕적 이념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면한 북핵 외교 성과도출이 시급한 상황에서 남북 과거사 문제 청산에 대해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5.18 민주화운동 비하 논란,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배상 등 과거사 문제들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반면에 남북 과거사 문제는 ‘쉬쉬’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학계 한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 실익을 달성하기 위해 남북 역사문제 제기를 후순위로 미루자는 현실적인 접근 취지는 일부 동의 할 수 있다”면서도 “이같은 실용주의적 취지대로라면 현 정세에서 무엇보다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할 일본에 대해서는 왜 정반대의 외교를 펼치고 있냐”고 꼬집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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