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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다시 망국적 지역감정 부활시키려는가?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 2019-02-18 08:21
<김우석의 이인삼각> ‘5. 18 폄훼 논란’ 잠복하던 지역감정 다시 살리고 있어
여당, 국가권력의 세축인 행정, 사법, 입법 3부에 대한 '트리플크라운 저격'


ⓒ데일리안 DBⓒ데일리안 DB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2월 국회 시한이 지나가고 있다. 1월 임시국회는 열지도 못했다. 각 당은 상대당을 공격하지만, 알만 한 사람은 ‘적대적 공생’임을 잘 안다. 대치정국을 만들어 국회를 무산시키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자극해 국론분열을 획책하고, 정쟁의 명분을 삼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

‘5. 18 폄훼 논란’이 잠복하던 지역감정을 다시 살리고 있다. ‘5. 18 민주화 항쟁’은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였다. 이미 여러차례 진상조사가 있었고, 국회 청문회도 있었다. 가해자에 대한 형사재판도 있었다. 전직 대통령까지 처벌을 받았다. 그 결과 5. 18은 ‘민주화운동’이란 역사적 평가를 획득했다. 그렇게 일단락된 사안이다. 문제의 발단은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었다. 5.18에 대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됐다”고 했고, 민주화유공자에 대해 ‘괴물집단’이라 했다. 언론이 대서특필하자, 여당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피해당사자들은 분노했다. 여당과 위성(衛星)여당, 유사(類似)야당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당은 국면전환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김태우 전 특감반수사관, 신재민 전 재경부 사무관의 양심고백이 현 정부의 ‘내로남불’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권력기관 내부의 생생한 증언이었다. 이어서 손혜원의원, 서영교의원의 일탈과 불법이 언론에 쏟아져 나왔다. 야당의 국정조사, 특검 요구가 있었고, 여당 지지율은 급락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호재이긴 했지만, 여론을 역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한국당의 지지도는 꾸준히 올랐다. 반사이익도 있었고,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컨벤션효과도 있었다. 대선후보로 한국당 대표경선 후보인 황교안 전총리가 1등에 올랐다.

여당에 축복같이 호재가 등장했다. 한국당 대표경선 후보 김진태의원, 최고위원경선 후보 김순례의원 등의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여당은 이를 최대한 이슈화했다. 성명전을 벌이며, 타당을 규합했다. 한국당의 독주에 불안해하는 미래당을 엮었다. 호남세가 강한 미래당은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평민당과 정의당은 더 앞장섰다. (이미 그들은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국회일정에는 관심이 없었다). 더 원색적인 용어로 한국당을 몰아 붙였다. 한국당 해당의원들 ‘뱃지를 때겠다’며 국회윤리위에 제소했다. 과반에 가까운 의원들이 규탄대회도 갖았다.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인 장외투쟁도 준비했다. 광주에서는 민주당이 5000명 규모의 거리시위를 주도했다. 시민들은 정확한 내용도 모르는 채, ‘한국당이 5. 18을 폄훼했다’는 선동에 울분을 토했다. 단골메뉴인 입법을 통한 압박도 병행했다. 여권에서는 ‘독일의 이른바 반 나치법(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처럼 강력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당 지도부는 처음에는 ‘남의 집안일에 관여치 말라’고 했고, ‘다양성’ 운운하며 애써 확전을 피했다. 그러다가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해당의원들을 당 윤리위에 회부했다. 해당 의원들도 처음과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유족들을 모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유공자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말을 돌렸다. 애초에 그랬어야 했는데, 분위기에 휩쓸려 실책을 하며 모처럼 희망에 찬 당(원)에 큰 상처를 줬다.

사실 논란이 되었던 ‘민주화유공자 명단공개 요구’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도 ‘위훈삭제(僞勳削除)’가 문제가 되어 사화(士禍)로 이어진 경우가 있었다. 혼란 중에 공도 없는 사람이 은근슬쩍 공신첩에 이름을 올리고, 공신전(功臣田) 등 상을 받는 일이 꾀 있었다. 이것이 정치쟁점이 되고 당쟁으로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며 ‘도돌이표 복수혈전’이 됐다. ‘5. 18 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구설도 마찬가지다. 공이 없는 사람이 은근슬쩍 유공자증을 받아 수많은 혜택을 누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혜택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생기는 잡음이다.

유공자혜택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처음 눈에 띄는 것은 ‘학비지원’과 ‘특례입학’이다. 중·고등학교, 대학교의 등록금이 면제되고 장학금까지 받는다. 대학교 특례입학도 적용된다. 자식있는 사람들에게는 최대의 혜택이다. ‘취업지원’도 있다. ‘공무원시험 가산점’이 부여된다. (군대가산점은 수많은 논란끝에 결국 사라졌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다) 지금처럼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시’에 메달리는 상황에서 이런 가산점은 합격에 절대적이다. 1점 차 안에 수많은 수험생이 있고, 그 작은 차이가 운명을 갈라놓는다. 공시가 여의치 않으면, ‘직업교육’과 ‘취업알선’까지 제공된다. ‘의료지원’도 있다. 본인의 100%의료비가 면제되고, 가족, 유족은 60% 감면된다. 이 뿐 아니다. ‘주택구입’, ‘차량구입’에도 지원금이 나온다. 그야말로 생애주기 전체에 대한 결정적인 혜택이다. 공이 있다면 이정도 혜택은 국가가 감당해야 하다. 그러나 공이 없는 사람이 그런 혜택을 받는다면, 국가에 대한 모독이자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거짓유공자에 일부 정치인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여권의 실세들이다. 이를 밝히자는 주장이다. 여권과 보훈처는 ‘사생활 비밀’을 명분으로 비공개를 고집했다. 그러며 유사한 경우로 ‘고엽제 피해자’를 예로 든다. 그런데, 이들은 고엽제 후유증으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 ‘사생활 비밀’이 꼭 필요한 분들이다. 그러나 민주화유공자는 드러내고 현창해, 본보기로 삼아야 할 명예로운 분들이다. 그들에게 무슨 ‘사생활 비밀’의 실익이 있나? 그렇다면 독립유공자들은 왜 명단이 공개되나? 민주화라는 엄청난 공을 세운 분들도 독립유공자들 만큼 존경받고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 분들이 아닌가? 위훈(僞勳)이 아니라면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

다시 ‘5.18 폄훼논란’으로 돌아가자. 한국당의 해당 국회의원들이 잘못 한 것은 분명하다. 그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여권의 주장과 행동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이렇게 까지 확대하는 이유가 뭔가? 영남의 반감은 더 커질 것이 뻔하고, 영호남 지역갈등이 더 커질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엄청난 희생을 댓가로 모처럼 동서화합의 시대를 열었는데, 정권이 위기에서 벋어나기 위해 지역감정의 망령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여권에 의한 지역주의의 정치적 악용은 이뿐이 아니다. 수없이 우려먹은 ‘동남권신공항’을 다시 들추며 TK와 PK민심을 이간질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번 논란에는 ‘지역주의 부활’ 이상의 더 큰 폐해가 있다. 국가시스템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것이다. 국회의원 제적은 국회의원 재적 2/3이상이 찬성할 때 가능하다. 대통령의 탄핵요건과 같다. 대통령 탄핵에 재미붙인 여당이 이제 동료의원까지 제명하려 한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가능한 판사탄핵은 이에 비하면 너무도 수월해 보인다. 국가권력의 세축인 행정, 사법, 입법 3부에 대한 '트리플크라운 저격'이다. 대통령탄핵과 형사재판, 대법원장구속재판과 ‘적폐판사’ 탄핵시도에 이어 벌이는 오만한 국정운영이다. 그 뒷감당을 누가,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우려스럽고, 공포스럽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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