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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지 2년째…보수정당의 '품격'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2.15 03:00 수정 2019.02.15 06:04

당의 '얼굴' 비대위원장 향해 야유·고성·욕설

2년 전 후보자대회와 정도의 차이일 뿐 그대로

보수의 자랑 '품격' 되찾도록 당원들 맹성해야

당의 '얼굴' 비대위원장 향해 야유·고성·욕설
이러고서 누구에게 "당 지지해달라" 할 수 있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대전한밭체육관에서 열린 2·27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일부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고성과 야유가 터져나오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대전한밭체육관에서 열린 2·27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에서 인사말을 하던 중, 일부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고성과 야유가 터져나오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집 나간' 보수정당의 품격은 언제쯤 제자리로 돌아올까.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첫 합동연설회가 열린 14일 대전한밭체육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인사말을 위해 연단에 오르자 돌연 야유와 고성이 쏟아졌다. 간간히 욕설도 터져 나왔다.

"존경하는 당원 여러분, 호남·충청의 당원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라고 말문을 연 김병준 위원장은 계속되는 소란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회자가 "여러분" 하며 자제를 촉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비상대책위원장 김병준입니다"라고 인사했으나, 박수 소리는 없이 야유만 이어졌다. 일부 후보 지지자들의 돌발 행동에 다른 후보 지지자들도 당황한 듯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당원 동지 여러분, 정리해달라"는 사회자의 당부에도 소란이 계속되는 동안 마음을 다잡은 김 위원장이 꿋꿋이 인사말을 이어가자 소란이 조금 진정됐다.

이날 비대위원장의 등단에 터져나온 야유는 지난 2017년 3월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던 자유한국당 후보자대회의 한 장면과 오버랩된다.

당시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인사말을 못할 정도의 야유와 고성, 욕설이 터져나왔다. 후보자 홍보 영상에서 인 위원장의 모습이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기다렸다는 듯 괴성을 내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인 위원장이 대회장에서 퇴장할 때는 성난 군중들이 그를 둘러싸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인 위원장은 누군가에 의해 뒷덜미가 잡히고, 귓전에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까지 들었다.

수십 년 몸담았던 당 꼴이 부끄러웠던지, 홍준표 전 대표는 "나는 사람 모으는 일이 없다"며, 그 자리에 자신의 지지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했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자신이 발언할 때 "홍준표"를 연호하자 "하지 말라. 그거 안해도 된다니까, 그거 안해도 돼.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호통을 쳤다. '품격'의 실종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2년 전 후보자대회와 정도의 차이일 뿐 그대로
보수의 자랑 '품격' 되찾도록 당원들 맹성해야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가 열린 14일 대전한밭체육관에서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공명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가 열린 14일 대전한밭체육관에서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공명선거를 다짐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비대위원장은 당이 어려우니 구해달라고 외부에서 모셔온 인사다. 비대위원장으로 위촉한 이상, 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전당대회에서 자기 당의 얼굴을 향해 욕설을 하고 고성을 내지르는 게 당을 위한 행위일 수는 없다. 그 자리에서 추태를 보인 일부 후보 지지자들은 그러고서도 어디 가서 한국당을 지지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

과거 한국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 '승리의 DNA'를 갖고 있는 정당이었을 때에는 달랐다. 전당대회에서 후보와 지지자들은 품격 있게 싸웠다. 그 때의 그 품격은 2년 전 집을 나간 뒤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올 줄을 모른다.

이날 합동연설회에는 5분의 정견발표 시간 내내 할 줄 아는 말은 오로지 "문재인을 탄핵하자" 뿐으로, 심지어 원내(院內)조차 아니면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시켜주면, 당장 문재인을 탄핵해버리겠다"는 무책임한 말로 '태극기 표심'에 호소하는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있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가장 유력한 당대표 후보로 떠오르자 자신의 정견발표 때 말끝마다 "황교안 총리와 함께"를 외쳐 장내를 술렁이게 만들고, 급기야 사회자로부터 "본인의 정견발표 때 다른 후보를 실명 거론하는 일은 자제해달라"는 당부를 받은 최고위원 후보도 보였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하고 이탈한 국민들이 한국당 전당대회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당을 지지해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부끄러운 전당대회는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오는 1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는 비대위원장의 인사말 순서 때, 집 나갔던 '품격'이 2년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는 장이 되도록 일부 후보 지지자들의 맹성(猛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한때 보수의 자랑이었던 '품격'의 귀환을 기대해 본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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