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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핵협상 실패 걱정하면 '분쟁의 시대' 바라는 세력?

이배운 기자
입력 2019.02.12 15:00 수정 2019.02.12 15:35

조건 점차 완화되는 핵협상…ICBM만 폐기하는 ‘코리아패싱’ 위험 여전

전문가 “북한 30년간 불신 쌓아와…타당한 우려 부정하는건 정세인식 문제”

조건 점차 완화되는 핵협상…ICBM만 폐기하는 ‘코리아패싱’ 위험 여전
전문가 “북한 30년간 불신 쌓아와…타당한 우려 부정하는건 정세인식 문제”


문재인 대통령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아직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가 과연 잘될까’라는 의구심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심지어 적대와 분쟁의 시대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듯한 세력도 적지 않다"고 발언했다.

현 비핵화 국면에 대한 각계의 우려섞인 비판을 ‘남북갈등을 원하는 세력’으로 치부하는 태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타자 국내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연내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북한의 침묵·지연 및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빈손 방북’이 반복되자 트럼프 행정부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한층 완화된 조건을 내걸었고, 올해 들어서는 북미가 한국의 입장을 무시하고 대륙간도미사일(ICBM) 폐기에 그치는 ‘스몰딜’을 체결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잇따르는 상황이다.

지난 9일 평양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비건 대표는 우리 정부에 김혁철 북한 대미특사와의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다. 협상이 아니라 입장 타진이었다"고 말했다. 2차정상회담 일정은 확정됐지만 비핵화와 상응조치 관련해서는 여전히 양측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으며, 실제 협상결과는 북미 정상의 담판에 달려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완전한 비핵화를 성사시키겠다고 수차례 호언장담했지만 기대 이하의 결과물을 내밀면서 국제사회를 실망에 빠트린 바 있다. 최근에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저조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북측의 무리한 요구도 덥석 승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 태도에 비춰,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를 인정받는 ‘코리아패싱’ 사태가 벌어져도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되돌리기 위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요원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졸속합의를 ‘최대 성과’로 포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남한을 겨냥한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남겨놓고 ‘한반도 평화시대 개막’을 외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는 일단 북한에 믿음을 보여주고 잘해주기만 하면 된다는 일념 하에 정책을 펼쳐왔다”며 “바람직한 협상이란 상대가 좋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것도 제때 번갈아 내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핵협상이 실패에 그치면 우리도 북한에 대해 단호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인식을 줘야 그들도 협상에 진지하게 응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그간의 대북 기조가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올바른 방향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는 “국민들이 북한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북한과의 적대를 바라서가 아니라 지난 30년간 핵협상을 일방적으로 뒤집으면서 자초해온 불신 때문”이라며 “이처럼 타당한 걱정도 불순한 세력이 배후에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정세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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