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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하면 불지핀다"…'음모론' 자욱한 정치권

이충재 기자 | 2019-02-11 03:00
'한국당 전대일정 음모론'부터 '김경수 보복판결', '손혜원 죽이기'까지
'편향적사고'로 근거 없는 의구심 부추겨…"극단적 성향일수록 믿는다"


<b>"음모론을 통해 자신의 이념과 판단을 인정받기 원하는 사람들이 빠져든다."</b> 얀 빌렘 판 프루이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VU대 사회조직심리학과 교수팀은 "정치적 성향이 극단적인 사람일수록 음모론에 빠지고 맹신하게 된다"고 분석했다.ⓒ게티이미지코리아"음모론을 통해 자신의 이념과 판단을 인정받기 원하는 사람들이 빠져든다." 얀 빌렘 판 프루이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VU대 사회조직심리학과 교수팀은 "정치적 성향이 극단적인 사람일수록 음모론에 빠지고 맹신하게 된다"고 분석했다.ⓒ게티이미지코리아

정치권 곳곳에 음모론이 피어오르고 있다. 굵직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불리한 정파에서 음모론을 들고 나오곤 했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시 다발적으로 음모론을 쏟아낸 최근 상황은 이례적이다. 각종 음모론으로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정가의 풍경이다.

'한국당 전대', '안이박김 살생부', '손혜원 죽이기'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두고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제기한 '전당대회를 겨냥한 날짜 선택'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음모론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한국당 전대가 예정된 27일과 겹치게 잡힌 것이 전대 흥행을 덮기 위한 의도라는 게 골자다. 당권주자인 홍준표 전 대표와 김진태 의원이 나서서 "전대 효과를 감쇄하려는 술책", "전대 초치기 의도가 있다"고 했다.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은 스스로 음모론을 제기했다. 일부 언론과 건설업계 등 기득권 세력이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음모론을 펼친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여당 내에서는 검찰이 검경수사권 조정 등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흘린 것"이라는 얘기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드루킹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구속된 사안에도 괴담과 음모론이 파고들었다. 여당에선 "양승태 적폐사단의 조직적 저항이자 보복"이라고 했다. 여기에 이른바 '안(안희정)·이(이재명)·박(박원순)·김(김경수) 살생부'도 회자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여권 유력 대권주자들이 차례로 정치적 타격을 입는다는 음모론이다.

그들만의 '합리적 의심'으로 조각된 음모론

정치권을 가득 메운 음모론은 팩트 보다는 편향이나 논리적 오류에 기반,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그들만의 '합리적 의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논리적이지 않던 음모론의 아귀가 판결이나 객관적 자료 등을 통해 맞춰지더라도 '배후세력의 음모'라는 말에 이미 구성된 프레임을 깨뜨리기는 쉽지 않다. 최근 불거진 음모론을 들여다보면, 굳이 실체적 진실여부를 따져보지 않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북미가 세기의 핵담판으로 불리는 정상회담 일정을 두고 '한국당 전대를 덮기 위해 날짜를 잡았다'는 주장에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는데, 정말 초선의원 한명을 매장하기 위한 음모가 작동한 것이었을까. 법원이 전직 대법원장 구속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죄 없는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 정치인을 법정구속했다는 '양승태 키즈의 역습' 시나리오는 현실에서 쓰일 수 있을까. '안이박김'의 정치적 숙청이 현재 정치시스템에선 가능할까….

<b>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세종로소공원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시장, 김부겸 의원 과 경선후보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안이박김' 숙청설의 실체는 있는가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세종로소공원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시장, 김부겸 의원 과 경선후보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달에 간적 없다'…지식인도 빠져드는 이유

그렇다면 음모론은 누가 소비하는 것일까. 여전히 인간이 달에 가지 않았다는 음모론을 믿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의심'으로 포장한 추론의 힘이 사실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대중들뿐만 아니라 지식인도 음모론에 빨려든다.

얀 빌렘 판 프루이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VU대 사회조직심리학과 교수팀은 2015년 1월 "정치적 성향이 극단적인 사람일수록 음모론에 빠지고 맹신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사회과학저널 '사회심리학과 인성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에 발표했다.

'빠', '까'같은 극단적 성향일수록 믿는다

프루이옌 교수팀의 분석 결과, 정치적 성향이 한쪽에 치우친 경향이 강한 사람들이 음모론에 쉽게 빠져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으로는 '극우'나 '극좌'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사회‧정치이슈를 음모론과 연결 지어 해석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열혈 지지자인 '빠'와 비판세력인 '까'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복잡한 세상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쉽게 음모론을 통해 자신의 이념과 판단을 인정받기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프루이옌 교수는 "정치적 극단주의자들은 경직된 감정에 빠져있고, 이로 인해 다른 의견이나 소식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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