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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없는 '전당대회 보이콧' 사태…한국당 '시계 제로'

정도원 기자
입력 2019.02.10 03:00 수정 2019.02.10 04:51

12일 후보등록…'파행의 데드라인' 눈앞에 성큼

홍준표, 보이콧 입장 완강 "당 세 갈래로 분열"

상호간 의심·불신 만연, 10~11일이 중대변곡점

12일 후보등록할 때 인쇄물 36만 부 납본해야
인쇄시간 고려하면 '파행의 데드라인' 눈앞에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당권주자인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과 오세훈 미래비전위원장, 홍준표 전 대표가 보이콧 입장을 이어가고, 김진태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당의 결정을 따르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전당대회 보이콧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안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당권주자인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과 오세훈 미래비전위원장, 홍준표 전 대표가 보이콧 입장을 이어가고, 김진태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당의 결정을 따르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전당대회 보이콧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안

전당대회 집단 보이콧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자유한국당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황교안 전 국무총리, 2·27 전당대회 보이콧을 공동선언한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과 오세훈 미래비전위원장, 홍준표 전 대표 등은 각각 입장의 변화 없이 현 주장을 고수한 채 9일 하루를 보냈다.

전당대회 후보로 등록하려면 오는 12일 후보등록일에 맞춰 소형인쇄물 38만 부를 납본해야 한다. "소형인쇄물을 기한에 맞춰 납본하려면 최소 이틀 전(10일)에는 인쇄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당권주자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당대회 파행의 '데드라인'이 성큼 다가온 셈이다.

비대위, 당권주자 물밑설득 총력…일정은 강행
황교안 "양보할 수도 있지만 당 결정 따라야"


비대위는 당권주자 일부가 전당대회 보이콧 입장을 접고 당권 레이스에 재합류하도록 물밑에서 설득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 컷오프가 4인이기 때문에, 현재 당권경쟁 의사를 유지하고 있는 황 전 총리, 김진태 의원에 1~2명의 당권주자만 입장을 선회해도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연기 주장을 수용하는 것은 선택지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대위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일부 후보들의 보이콧에 밀려 전당대회 일정을 연기하는 선례를 남기게 되면, 앞으로 두고두고 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전 총리도 기본적으로는 비대위와 대동소이한 입장이다. 황 전 총리는 이날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양보할 수도 있지만, 당에서 정한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홍준표, 보이콧 입장 완강 "당 세 갈래로 분열"
현장 일정 마치고 상경 오세훈, 숙고 돌입할 듯


보이콧으로 맞서고 있는 당권주자 중 홍준표 전 대표의 입장은 가장 완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정권의 의도대로 당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니 당의 미래가 암담하다"며 "당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세 갈래로 재분열하는 계기로 만들어 버리는 조치를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 갈래'란 파행된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당대표가 이끄는 한국당을 한 갈래, 당대표로 유력한 황 전 총리를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비난하고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또 한 갈래라고 보면 '한 갈래'가 남는다.

전당대회를 이대로 파행으로 치른다면 분당(分黨)의 씨앗이 잉태될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로 풀이된다. 다른 당권주자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황교안·김진태 둘이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면 당을 깨자는 말", "그렇게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그게 무슨 당이냐. 분당이 될 수도 있다"는 말들이 나왔다.

오세훈 위원장은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출마선언 이후 현장 일정을 계속했던 오 위원장은 이날 제주 일정을 마지막으로 상경해 본격적인 숙고에 돌입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 위원장 주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단 다른 당권주자들과 함께 공동보조를 취하기 시작한 이상, 전당대회 보이콧을 접고 전당대회 참여로 입장을 선회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명분이 필요한데 이게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굳이 들어가서 판을 만들어줘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다른 당권주자 관계자는 "입장을 바꿔 당권경쟁에 다시 들어간다면 1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2위를 하면서 황 전 총리를 위한 '모양새'를 만들어주기 위해 들어가야 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태, 홀로 느긋 "나는 항상 참고 견딘 사람"
상호간 의심·불신 만연, 10~11일이 중대변곡점


다른 당권주자들은 후보자의 대외 일정과 실무적인 후보등록 준비 등을 일체 중단한 가운데, 누군가 기습적으로 당의 입장을 '대승적 수용'하면서 등록하는 후보가 나올 경우에 대비해 정보 수집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태 의원만은 홀로 느긋하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번에 당 지도부가 김 의원에게 큰 빚을 졌다"고 말했다. 김 의원마저 보이콧에 가세했더라면 황 전 총리가 '혼자 뛰는 레이스'는 성립할 수가 없다. 김 의원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화망은 피하지 않았느냐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 보이콧, 그만 징징거리고 들어오라"고 다른 당권주자들을 압박하며 "2년 전 대선후보 경선 때 홍준표 한 사람을 위해 룰을 정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것도 참고 견딘 사람"이라고 자신의 구당(求黨) 행보를 부각했다.

사상 초유의 전당대회 집단 보이콧 사태로 물밑 눈치싸움과 힘겨루기, 서로 간의 의심과 불신이 만연한 가운데, 10~11일이 사태의 중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당권주자 관계자는 "지금은 안개 속에 휩싸인 것처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며 "시계 제로"라고 현 상황을 표현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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