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우리 북한이 달라졌어요?…거친 막말 사라졌지만...

이배운 기자
입력 2019.02.10 02:00 수정 2019.02.10 04:48

北매체, 한미 겨냥한 수위높은 비방…싱가포르 회담후 자취 감춰

훈련중단·경제협력 요구는 더 거세져…북미 사이에 낀 文정부

北매체, 한미 겨냥한 수위높은 비방…싱가포르 회담후 자취 감춰
훈련중단·경제협력 요구는 더 거세져…북미 사이에 낀 文정부


북한 매체의 대남·대미 비방발언 (2018년 1월~3월) ⓒ데일리안 북한 매체의 대남·대미 비방발언 (2018년 1월~3월) ⓒ데일리안

지난해 초까지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한미 정부를 겨냥한 수위높은 비난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게재했다.

수차례 핵·미사일 실험 끝에 2017년 말 ‘핵무력완성’을 선포한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강하게 비난했고, 비핵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에는 ‘보복의 핵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며 한반도를 긴장상태에 빠트렸다.

지난해 2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인권문제를 지적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해 “구린 입을 마구 놀려대며 우리 공화국을 미친개처럼 헐뜯어댔다”고 비난했고, 미국이 제한적인 대북 군사적 타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조국의 자주권을 0.001mm라도 침해하면 즉시 섬멸적 타격을 가해 미국은 지도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핵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한국을 겨냥해서도 맹비난을 퍼부었다. 신문은 비핵화를 촉구하는 문재인 대통령 등에 대해 “미국의 환심을 사려는 낯 뜨거운 발라맞추기”, “얼빠진 궤변을 내뱉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올림픽 경기에 비핵화 종목이라도 있냐”고 쏘아붙였다.

북한 매체들의 이같은 대남·대미 비방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 극적으로 대화 분위기가 마련되고 미국과 치열한 물밑 핵협상을 벌이는 상황에서 상대국의 여론을 자극하는 것은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매체의 훈련중단·경제협력 요구발언 (2018년 11월~2019년 2월) ⓒ데일리안 북한 매체의 훈련중단·경제협력 요구발언 (2018년 11월~2019년 2월) ⓒ데일리안

그러나 북한 매체를 살피는 우리 정부의 근심은 오히려 깊어가는 모양새다. 정부를 겨냥한 비방성 표현은 대폭 줄었지만, 내용적으로는 승낙하기 어려운 요구들을 점점더 높여가고 있는 탓이다.

북한 매체들은 평양정상회담을 마친 뒤인 지난해 10월부터 우리군의 국방력 강화 사업을 줄기차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한미는 지난해 한반도 대화 분위기를 고려해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훈련’ 등 다수의 연합훈련을 축소 시켰고, 올해 예정된 훈련들도 축소·유예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매체들은 “남북 군사합의를 준수하라”며 연합훈련 중단을 넘어 우리군의 단독훈련 및 신무기 도입 중단으로 요구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을 재개 하자는 압박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매체들은 최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이 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논평을 잇따라 게재하며 대북제재를 이행하겠다는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남북이 철도연결 착공식을 진행하고도 대북제재를 고려해 실제 공사는 착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어디 행성에 이런 착공식이 있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북한과 화해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우리 정부는 북측의 경협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쓴소리를 내기도 곤란한 입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성사되기 전까지 대북 최대압박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재확인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과 국제사회의 상충하는 요구 사이에 끼여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한미가 남북 협력사업을 조율한다는 취지로 설치한 ‘워킹그룹’이 실질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남북 협력사업을 감시·통제하기위해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우리 정부가 북측에 치우친 태도를 잇따라 보이면서 미 행정부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는 “북한은 연일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비핵화 진정성’은 여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섣불리 북측의 요구에 말리는 것은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의 신뢰를 잃고 우리 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정부가 한반도 운전자론, 중재외교를 표방하며 비핵화를 주도하려고 했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불명확하고 요지부동이면 근본적으로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라며 “북한은 일방적으로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미국도 미국대로 요구를 높이면서 우리만 진퇴양난에 처했다”고 꼬집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