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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국민연금 경영 참여에 긴장감...현실성 낮아

이홍석 기자 | 2019-02-01 16:34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한진칼 지분 구조상 경영진 협조 없이 '정관 변경’ 어려워
오너 해임 리스크-부정적 여론 악화 딜레마서 고민 빠질듯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가 1일 한진칼에 대해 경영참여를 위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의결하면서 한진그룹의 긴장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관변경이라는 가장 강도가 약한 방법을 선택했고 현실화 가능성도 낮은 편이지만 안심할 순 없다는 분위기다.

기금위가 이날 오전 한진칼에 대해 정관변경을 제안하는 최소한의 범주에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한진그룹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기금위가 상대적으로 약한 강도의 경영참여 형태인 ‘정관변경’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그룹의 지주회사가 첫 번째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이 됐다는 점에서 분위기는 가라 앉았다.

정관 변경의 주요 내용은 횡령·배임으로 모회사나 자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영진(등기이사)이 생기면 자동으로 결원처리 한다는 것이다.

다만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기금위가 그룹과 재계 반발 등을 고려해 상징적 수준에서 행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 중 한 곳에만, 그것도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나선 상황에서 기업들의 반발이 커지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국민연금의 요구하는 정관변경은 현실화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정관변경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발행주식의 과반수 출석 및 출석 정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한진칼에서 조양호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8.95%나 되는 반면 정관개정을 요구한 국민연금이 이의 4분의 1수준인 7.34%다. 2대주주인 KCGI 지분(10.71%)을 합쳐도 18.05%로 약 45%에 달하는 소액주주 등 기타주주 지분을 모두 모아도 3분의 2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국민연금과 KCGI가 각자 독자행보를 천명하고 있어 현 시점에서는 협력 가능성도 낮은데다 주총 출석률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조 회장측이 우호지분을 조금만 확보해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한진그룹으로서는 국민연금이 제한적 경영참여라는 방법을 택해 당장 직접적인 위협은 없지만 향후에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이번에 요구한 정관변경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관 변경 후 횡령 혐의로 기소된 조양호 회장이 향후 재판에서 금고 이사의 형을 받게 되면 바로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진그룹으로서는 향후 이사회와 주주총회 과정에서 딜레마에 빠질 밖에 없는 점이 고민이다. 국민연금의 정관 변경 요구를 수용하자니 오너의 해임 리스크가 커지고 받아들이지 않자니 가뜩이나 악화돼 있는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 부담이다.

한진그룹이 이번 기금위의 정관변경 요구에 대해 “국민연금에서 정관변경을 요구해 올 경우 법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라는 짧은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러한 고민이 잘 묻어난다는 분석이다.

한편 기금위가 양사에 대한 엇갈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10% 룰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0%룰은 회사 지분을 10% 이상 가진 투자자가 보유 목적을 밝히는 규정으로 6개월 이내의 단기 매매차익을 해당 회사에 반환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10% 미만의 지분을 보유한 한진칼과 달리 10% 이상을 보유한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보유한 2대주주인 반면 한진칼에서는 지분 7.34%를 보유한 3대주주다.

국민연금의 기본 목적이 수익률 극대화에 있고 스튜어드십코드 운영의 근본적 목적도 기금의 수익성에 있다는 점에서 수익을 포기하고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게 재계와 금융권의 분석이다.[데일리안 = 이홍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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