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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생보업계-하] 자살보험금 이어 즉시연금…금감원 압박에 '흔들'

부광우 기자 | 2019-02-04 06:00
국내 생명보험업계에 드리운 위기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출산 역풍에 사업의 기반인 보험 영업부터 흔들리는 와중 한층 강화돼 가는 외부 규제는 생명보험사들을 더욱 억누르고 있다. 여기에 계속되는 고객 기만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마음마저 차갑게 식으면서 생보사들의 입지는 좁아만 지고 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는 전망 속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생보업계의 현 주소를 짚어 봤다.

"즉시연금 소송 지원" 금감원, 생보사들에 선전포고
자살보험금 사태와 구도 판박이…떠오르는 아픈 기억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즉시연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환산되고 있다. 자살보험금 사태로 겪었던 홍역의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생보사들은 또 다시 금융당국으로부터 불어오는 외풍을 맞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즉시연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환산되고 있다. 자살보험금 사태로 겪었던 홍역의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생보사들은 또 다시 금융당국으로부터 불어오는 외풍을 맞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즉시연금 지급을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환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즉시연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재판에서 금융감독원이 소비자들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상대해야 하는 생명보험업계의 입장은 더욱 곤궁해진 모양새다. 자살보험금 사태로 겪었던 홍역의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생보사들은 또 다시 금융당국으로부터 불어오는 외풍을 맞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으로부터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당한 즉시연금 상품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재판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들의 변호사 선임부터 소송비용은 물론 법원 제출 자료 준비 등을 도울 방침이다.

즉시연금은 고객이 목돈을 한 번에 보험료로 내면 그 운용수익 가운데 일부를 매달 생활연금으로 지급하고,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만기가 돌아왔을 때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는 만기환급형 상품이다. 이를 운용하던 생보사들은 가입자가 낸 원금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 비용을 뺀 금액을 적립해 왔다. 또 만기 때 원금을 돌려주고자 매월 지급하는 연금이자의 일부를 떼어내 만기까지 적립하는 방식을 썼다.

문제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이런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해당 상품에 가입한 한 고객이 상품 가입 시 설명한 최저보장이율에 연금액이 못 미친다는 이유로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생보사가 연금을 과소 지급했다고 판단, 제했던 돈을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계기로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5만5000여건을 포함, 생보사 전체 16만건이 넘는 유사 사례에 대해 일괄 구제를 지시했다. 관련 미지급금 규모가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생보업계 내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이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미지급한 채무가 없다며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한 계약자 5명을 상대로 나란히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 금감원이 해당 계약자들을 돕겠다고 나서면서 삼성·한화생명은 사실상 즉시연금 고객이 아닌 금융당국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처럼 금감원이 민원인 편에 서서 직접 소송 지원에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 만큼 즉시연금 문제를 간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금감원과의 대립 구도는 생보업계로 하여금 자살보험금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2017년 보험업계는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빅3 생보사의 금감원 앞 백기투항에 술렁였다. 삼성·한화·교보생명은 같은 해 5월 금감원이 재해사망특약의 자살보험금을 늦게 혹은 온전하게 지급하지 않았다며 자신들에게 중징계를 의결하자 뒤늦게 이를 내주기로 했다.

자살보험금 논란의 시작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생보사들은 2002년부터 자살을 재해로 인정하는 재해사망특약을 판매했다. 그런데 현재는 KDB생명이 된 금호생명이 당시 이 같은 특약이 담긴 상품을 처음 판매하면서 자살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명기했다. 다른 생보사들도 이 약관을 그대로 베껴 유사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가입자가 적극적으로 약관에 따른 보험금 청구를 요구하지 않는 이상 이를 잘 챙겨주지 않는 분위기였다. 재해로 인정받은 자살보험금은 일반 사망보험금보다 규모가 큰 탓이었다. 적극적인 자살보험금 지급이 생명 경시 풍조를 불러올 수 있다는 명분도 작용했다.

그러다 2007년 9월 한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를 본 금감원은 생보사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잘못된 약관이라도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논리였다. 결국 생보사들이 금감원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백기투항하면서 자살보험금 사태는 일단락 됐다.

생보업계에서는 즉시연금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 이 같은 자살보험금 논란의 재탕이 될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차피 질 싸움에 힘을 빼면서 끝내 생보업계에 대한 여론만 악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즉시연금 논란은 자살보험금 문제와 전혀 다른 사안이지만, 한 사안을 두고 생보업계 전체와 금감원이 정면 대결하는 구도로 흘러가는 모습은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며 "또 다시 생보사들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는 결과만 남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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