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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하겠다” 벤투 감독, 충격패 덮어줄 격려는 어렵다

김태훈 기자
입력 2019.01.27 00:09 수정 2019.01.27 13:02

[아시안컵]전술 유연성 부재 속 8강 탈락 성적표 받아들어

실망과 허탈함 속에 지켜본 팬들에게 "스타일 유지" 못 박아

한국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이 카타르전 패배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이 카타르전 패배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분명히 말하겠다. 지금의 스타일을 계속 유지한다.”

아시안컵 8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패배 후 뱉은 말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피파랭킹 93위)에 0-1로 졌다.

59년 만의 탈환은커녕 4강 진출도 이루지 못했다. 아시안컵 4강에 진출한 이란-일본과 함께 아시아 축구 정상권에서 군림하던 한국 축구의 자존심은 완전히 구겨졌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결과와 득점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는 의견은 동의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지금의 스타일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 주도권을 잡고, 골키퍼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으로 공격 기회를 만들어가겠다는 자신의 축구 철학을 재차 밝혔다. 은퇴하는 구자철과 수비수 김영권 등도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선수들이 공감하고 잘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의 스타일은 결과를 가져와야 할 메이저대회 아시안컵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참 아래인 상대들의 밀집수비 앞에서 결과적으로 점유율 축구는 승리의 전략이 되지 못했다. 유기적인 패스로 공격을 전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빌드업도 벤투 감독이 기대했던 기능을 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A매치 11경기를 치르면서 어떤 상대를 만나든 거의 같은 전술과 전략을 구사했다. 무패행진으로 무언가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시각에서 날카로운 비판이 덜했지만,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메이저대회에서도 같은 전술과 전략이라면 우려를 품고 지켜보는 사람들의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시안컵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지금의 색깔을 고수한다면, 아시아팀들을 상대로 펼쳐야 하는 월드컵 예선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 카타르]손흥민에게 지시하는 벤투 감독.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한국 카타르]손흥민에게 지시하는 벤투 감독. ⓒ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물론 실망스러운 이번 결과가 벤투 감독만의 잘못은 아니다. 의무팀 논란 속에 기성용-이재성 등 부상 선수도 많았고, 에이스 손흥민의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최상의 전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패배의 원인 중 전술의 유연성 부재도 빠지지 않고 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 필리핀전부터 마지막 경기였던 8강 카타르전까지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선수 구성도 거의 같았다. 카타르전에서 변화가 있었지만 황희찬 부상 때문에 이루어진 수정이었다.

마지막 카타르전을 제외하고 모두 이기긴 했지만, FIFA랭킹에서도 한참 뒤지는 팀들을 상대로 보여준 결과와 내용은 칭찬을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토너먼트 상대로서는 전략을 수립할 때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때로는 변칙도 필요하다.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 ‘패장’ 벤투 감독은 승자 카타르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책임이 따르는 감독이 실망과 허탈함 속에 지켜본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지금의 스타일을 고수하겠다”는 말만 했다. 벤투 감독이 충격패를 감싸줄 만큼의 따뜻한 격려를 받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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