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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조롱 자처한 극단적 실리 축구

김윤일 기자
입력 2019.01.25 05:00 수정 2019.01.25 07:41

베트남에 승리 거뒀음에도 오히려 조롱

수비 강화해 체력 소모하지 않겠다는 의지

일본은 선취골을 넣자 체력 안배를 위해 공을 돌렸다. ⓒ 게티이미지 일본은 선취골을 넣자 체력 안배를 위해 공을 돌렸다. ⓒ 게티이미지

일본 축구가 팬들의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극단적 실리 축구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24일(한국시간)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베트남과의 8강전서 1-0 승리했다.

객관적 전력차가 상당했던 일본과 베트남의 8강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FIFA 랭킹은 50위, 베트남은 한참 처지는 100위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베트남은 대회 내내 유지했던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무한 압박으로 일본의 숨통을 옥죄려 했다. 이에 당황한 일본은 전반 중반까지 주도권을 내주며 실점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일본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일본의 아기자기한 패스플레이로 인해 베트남 선수들은 하프라인을 넘기 힘겨워했고 어렵게 볼을 잡으면 곧바로 빼앗겨 주도권을 가져오는데 실패했다.

결국 일본은 후반 12분, 도안 리츠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졌고, VAR 판정 끝에 PK를 얻어냈다. 도안은 자신이 얻어낸 PK를 침착하게 성공시켰고, 이 골은 이날 경기의 유일한 득점이 됐다.

축구의 재미는 여기까지였다. 일본은 골을 넣자마자 라인을 깊숙이 내린 뒤 수비 위주로 태세 전환에 나섰다. 베트남의 공격 라인이 전진했을 때에만 간간히 역습을 시도했을 뿐 일본 선수들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돌리며 사실상 시간 죽이기에 돌입했다.

일본 대표팀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 게티이미지 일본 대표팀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 게티이미지

이른바 ‘실리 축구’의 가동이었다. 일본은 조별리그서 엔트리 전원을 기용하며 한껏 여유를 보였다. 물론 일본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대회전부터 선수들 체력 안배를 중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토너먼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은 이번 베트남전에 이어 사우디와의 16강전에서도 전반 20분 선취골을 넣은 뒤 공격 의지를 그대로 접어버린 바 있다. 중동 국가들이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시간을 끄는 ‘침대축구’를 한다면, 일본은 패스 플레이로 방법만 다를 뿐이었다.

실속은 상당하다. 선수들이 무리하게 뛰지 않다 보니 16강부터 결승까지 빡빡한 일정 속에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수월할 수 있다.

얻은 만큼 잃는 부분도 있다. 바로 팬들의 따가운 눈총이다. 일본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서 볼을 돌린 바 있다. 폴란드가 골을 넣어 0-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16강행만을 노리고 무리한 운영을 펼치지 않았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지만 일본의 전술은 그 때는 물론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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