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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미세먼지 엄습…입도 뻥긋 못하는 北

이배운 기자
입력 2019.01.24 03:00 수정 2019.01.24 05:53

정치·경제적 영향력 꽉 잡혀…중국에 ‘쓴소리’ 불가능

오염물질 자체 배출량도 많은수준…“대기오염 개선의지 의문”

정치·경제적 영향력 꽉 잡혀…중국에 ‘쓴소리’ 불가능
오염물질 자체 배출량도 많은수준…“대기오염 개선의지 의문”

2017년 5월 북한 평양 중심가가 짙은 안게에 덮여있다. ⓒ미국의소리 2017년 5월 북한 평양 중심가가 짙은 안게에 덮여있다. ⓒ미국의소리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는 가운데, 정부는 한중 환경협력공동위원회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중국에 할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추고 있다.

반면에 중국발 미세먼지의 또 다른 피해자인 북한은 제 목소리를 내며 중국에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요원하다는 관측이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2일 서해안 지역에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아울러 지난 19일과 18일에도 서해안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14일 중국발 스모그가 대량 유입돼 한반도 전역이 최악의 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하자 방송은 대기오염 경고와 함께 주민들에게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당부했다. 남한의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효 시점과 대체로 일치하는 모양새다.

공우석 경희대 지리학 교수는 지난 15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평양은 우리보다 중국 쪽에 더 가깝고 동북 3성 지역들이 산업화가 많이 진행되는 지역이다”며 “아마 우리보다 대기오염 상황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중국에 직접적으로 미세먼지 유입 문제 해결을 요구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중국이 경제적·정치적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불만을 제기할 입장이 아니다”며 “양국은 오로지 비핵화 의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개최된 북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수첩에 적고 있다. ⓒ중국 CCTV 화면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개최된 북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수첩에 적고 있다. ⓒ중국 CCTV 화면캡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17년 북한의 대중 무역규모는 약 53억 달러(약 6조원)로 전체 대외무역 비중 중 94.8%를 기록했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무역의존도는 경제 부분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

중국이 대북제재를 회피해 몰래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어주고 원유·전력 등 에너지 공급 줄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도 대북 영향력은 막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북측은 북미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중국의 후원이 절실한 만큼 양국 간 마찰을 빚지 않도록 더더욱 조심스러워야 하는 입장이다.

미세먼지 유입을 따질 명분·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에 항의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미세먼지 저감 노력을 펼치고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경로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내놔야 하지만 현재 북한의 열악한 경제·기술 여건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북한은 대북제재로 원유와 가스 수입이 제한된 탓에 난방용 땔감으로 석탄과 나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배출량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산림은 황폐화돼 자연적인 대기 정화 기능조차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북한의 자체적인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따지고 들면 반박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한편 2017년 영국 의학 전문지 ‘랜싯’이 내놓은 ‘기후와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하는 조기 사망자 숫자는 100만명 당 750명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국 인구 100만명 당 700명, 한국 380명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주재우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 의지가 있으면 진즉에 남북 정상회담 당시 의제로 제시할 수도 있었다”며 “중국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는 처지와 대기오염 개선에 대한 부족한 의지가 서로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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