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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發 착시' 생보업계 역대 최대 이익의 그늘

부광우 기자
입력 2019.01.22 06:00 수정 2019.01.22 06:05

역대 최고 총 순익 확실하지만…삼성생명 빼면 역성장

업황 악화·新회계 등 악재 겹겹…'부익부빈익빈' 가속

역대 최고 총 순익 확실하지만…삼성생명 빼면 역성장
업황 악화·新회계 등 악재 겹겹…'부익부빈익빈' 가속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상위 10개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상위 10개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업계가 사상 최대 연간 순이익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생명보험업계 선두인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보면 오히려 역성장으로 뒤바뀌는 현실이다. 시장 규모는 전반적으로 쪼그라드는 와중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을 앞두고 재무 부담은 커지면서 생보업계 위기설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2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지난해 1~3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4조385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8093억원) 대비 6.0%(2292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생보업계 당기순이익 규모는 역대 최대 금액을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된다. 이전까지 생보업계가 가장 많은 연간 당기순이익을 거뒀던 것은 2010년으로, 당시 4조90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세 분기 만에 이를 넘어선 만큼, 4분기에 전반적인 적자를 내지 않는 이상 지난해 생보사들 전체 당기순이익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모습만 보면 생보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생보사별로 보면 사정은 사뭇 다르다. 최근 1년 간 흑자를 유지하면서 순이익이 증가한 생보사는 7개사에 불과했다. 지난해 들어 막 적자에서 벗어난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 ABL생명까지 포함한다 해도 당기순이익이 늘었다고 볼 만한 곳은 9개사에 그쳤다.

반면 나머지 생보사들 중 대부분인 12개사의 순이익은 일제히 줄어들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처브라이프생명은 지난해에도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생보사들의 실적이 변변치 못함에도 생보업계 전체의 벌이가 나아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 덕분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을 제외한 23개 생보사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512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124억원) 대비 9.6%(2612억원)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증가율과 증가 금액 모두 생보업계 최대를 나타내며 1.5배 가까이 이상 늘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587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69억원) 대비 44.7%(4904억원)나 증가했다.

삼성생명이 생보업계 순이익에서 차지한 몫은 어느덧 3분의 1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생보업계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삼성생명이 차지하는 비중은 28.8%에서 39.3%로 10.5%포인트 상승했다. 생보사들이 벌어들인 돈이 모두 합해 1만원이라면 삼성생명이 그중 3930원을 홀로 차지하고, 남은 6070원을 23개사가 나눠 가졌다는 얘기다.

생보업계에서는 시장 규모 축소 가시화로 점차 영업 환경이 나빠지면서 이 같은 대형사의 독주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포화 상태에 들어간 국내 생보업계의 실정 상 중·소형 생보사들이 입지를 넓히기 점점 어려워지면서 비교적 생존 여력이 큰 대형사들의 입지는 더 튼튼해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내 생보업계는 사상 첫 3년 연속 역성장이 전망될 정도로 업황이 좋지 못하다. 이에 영업 현장의 분위기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년 대비 국내 생보사들의 수입보험료는 2017년 4.9%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도 4.5%, 올해 역시 3.8%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IFRS17에 대비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도 중·소형사들에게 더욱 악재다. 자본 확대를 요구하는 IFRS17 적용이 다가오면서 상대적으로 재무적 여력이 약한 생보사들의 행보는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2022년부터 보험업계에는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상품을 유사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국내 생보업계의 특성 상 시장이 포화 상태로 들어갈수록 위기를 버틸 능력이 있는 기존의 강자 위주로 판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IFRS17로 경영 환경이 더 나빠지는 상황에서 특화된 상품이나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면 중소형사 생보사들은 남은 자리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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