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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공학도, ‘탈원전’ 말하다-상] 이념이 에너지 정책을 망친다

조재학 기자 | 2019-01-16 06:00
소통하는 대통령‧소통하는 정부, 하향식의 일방적인 의사전달이 아닌 '소통'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원자력업계가 울리는 경고음을 묵살한 채 탈원전 정책을 고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례로 백지화된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서도 일방통행만 한다는 지적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예정지인 경북 울진군의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는 지난해 9월 청와대 앞 광장에서 상경투쟁을 벌였다. 이후 청와대와 울진군 간 소통채널이 마련됐으나, 정부는 ‘소통’하는 시늉만 할뿐 울진군 주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불통으로 급기야 원자력공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전국대학생원자력연합’이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해 거리 서명운동에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본지는 지난 11일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전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와 원자력 관련 학부생(정구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AAA동아리 회원, 곽승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부학생회장, 신정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부학생회장)들의 좌담회를 통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정구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AAA동아리 회원, 곽승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부학생회장, 신정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부학생회장 등이 11일 본지가 마련한 탈원전 관련 좌담회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정구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AAA동아리 회원, 곽승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부학생회장, 신정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부학생회장 등이 11일 본지가 마련한 탈원전 관련 좌담회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상) 이념이 에너지 정책을 망친다
(중) 정부 탈원전 정책은 급진적이다
(하) ‘전문가’도 ‘정책’도 실종됐다

탈원전은 과학분야의 현대판 분서갱유
원자력은 에너지공급‧기후변화 해결책


문재인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탈원전을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수립했다. ‘원자력은 위험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에너지 정책은 탈원전에 방점을 찍었다.

탈원전이 금과옥조가 됨에 따라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급격한 원자력 산업 붕괴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부작용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원자력공학과 학생들은 원자력에 대해 정확히 알면 안전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도 아니며, 원자력은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사람 이념이나 정치색으로 정책이 정해진다면 비단 원자력뿐만 아니라 다른 이공계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걱정과 함께 경각심이 생겼다.”(곽승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부학생회장)

-원자력공학과에 진학한 이유나 계기가 있는가.
=정구현 경희대 4학년(이하 정) : 에너지 관련 전공을 배우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원자력공학과를 선택했다.

=곽승민 서울대 2학년(이하 곽) : 나라에 도움이 되거나 직접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앞으로 인구는 늘어나고, 산업규모는 확대되는 데에 반해 에너지는 한정돼 있으므로 에너지 관련 분야를 다루고 싶었다. 우리나라에는 원자력이라는 경제적이면서 친환경적인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원자핵공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신정엽 한양대 2학년(이하 신) :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2018년도에 원자력공학과에 입학했다. 주변 사람들이 원자력 산업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원자력은 앞으로도 꼭 필요한 에너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진학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이하 정 교수) : 사실 학력고사 시절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지원했고, 하나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원자력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자원의존적이지도 않다.

또 환경피해도 없다. 국내가 아닌 나이지리아 등 개발도상국에 원전을 건설해도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나 인류의 자원안보에 기여하는 것이다. 원자력 분야는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상으로 인류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곽승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부학생회장(왼쪽)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곽승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부학생회장(왼쪽)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진학 전후로 원자력에 대한 인식변화가 있는가.
=정 : 입학 전에는 위험한 에너지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학 후 전공과목을 치열하게 공부하고, 방사선폐기물 안전관리‧원전 안전 설계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됐다.

=곽 : 처음부터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한 의구심은 없었다. 단지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이 뛰어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진학 후에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세계적 수준까지 도달했는지 알고 나서 원자력을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신 : 한울원전이 있는 경상북도 울진군과 고리원전이 위치한 부산시에서 약 20년 살았지만 원전의 위험성을 느끼지 못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경각심이 생겼고, 원전으로 인해 방사선 피해를 입진 않았는지 걱정도 됐다. 진학 후 일본 원전과 우리나라 원전은 노형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고, 원전 주변 방사선이 자연방사선 수준이라는 점과 엑스레이(X-Ray)나 비행기 탑승 시 노출되는 우주방사선에 비해서도 작은 수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원자력은 안전하게만 관리하면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정 교수 : 일반인과 학문을 하는 사람들 간에 안전에 대한 인식차가 존재한다. 일반인은 감으로 인식한다. 원전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런지 물어보면,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밖에 제시하지 못하고, 왜 위험한지 근거를 대지 못한다. 반대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무슨 근거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근거가 없는 경우가 있다.

원자력공학과 3학년이 되면 안전을 위해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지, 또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 품질확인제도를 어떻게 만들지 등 안전에 대한 일련의 작업들을 ‘안전공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배운다. 전공자들은 과학과 합리, 수치를 통해 안전여부를 판단하고, 일반인들은 안전에 대해 감으로 얘기하게 된다.

-그 괴리 좁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 교수 : 우리 국민들이 문제는 매우 잘 풀지만 과학적으로 사고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사자는 위험하다. 하지만 동물원의 위험여부는 철창이 얼마나 두꺼운지, 철창이 몇 겹인지 등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위험 자체만 보고 위험여부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탈원전은 국민들의 과학적 사고 결여와 정부 신뢰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원자력만의 문제로 생각하진 않는다. 국민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 생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희대 AAA 동아리를 소개하자면.
=정 : ‘원자력을 위한 천사의 옹호자(Angels’ Advocator for Atom)’라는 뜻으로, 환경단체, 탈원전단체 등의 주장을 과학적 근거와 수치로 팩트체크(Fact Check)해 국민에게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나아가 ‘트루스 체크’(진실 확인, Truth Check)를 하고 있다. 사실은 맞지만 진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독일이 태양광 발전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 좋은 사례로 소개되지만, 대부분 나라는 그렇지 않다. 예외를 사례로 제시해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정 교수 : 원자력공학과 1‧2학년의 경우 전공과목을 많이 수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부족하다. 국민들의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희대에서 먼저 시작했고, 다른 원자력공학과를 찾아 유사한 동아리를 만들 수 있게 지원할 예정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왼쪽)는 탈원전을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비판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왼쪽)는 탈원전을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비판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현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에 드라이브가 걸렸다.
=정 : 탈원전은 날벼락 같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원자력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합리적이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졸업 후 원전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나 원자력 관련 공공기관에 취직한다거나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구 활동을 하는 등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데, 얼토당토 않는 탈원전 정책으로 길이 막혀버린 것 같다. 주변 지인들도 걱정하고 있다.

=곽 :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정책을 수립했는지 의구심이 먼저 들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대립구도로 몰아가는 것도 의문이다. 한 사람의 이념이나 정치색으로 정책이 정해진다면 비단 원자력뿐만 아니라 다른 이공계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걱정과 함께 경각심이 생겼다.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은 경쟁력이 있고, 정권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응원을 많이 해주고 있다.

=신 : 우선 세계 최고 수준이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이 붕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다른 동기들이 갈피를 확고히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아쉽다.

=정 교수 : 하나의 과학에 대한 분서갱유다. 이념적 접근으로 원자력 발전뿐만 아니라 원자력 연구개발까지 적대시하는 상황이다. 21세기 문명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상황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는지 개탄스럽다. 특히 한림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과학 분야에서 학문하고 있는 사람들은 최소한 이에 대해 반발을 했어야 한다. 정부 지원받는 단체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고 무관심한 것은 사회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열린 ‘정부의 탈원전 정책 좌담회’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곽승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부학생회장, 신정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부학생회장,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구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AAA동아리 회원)ⓒ데일리안 류영주 기자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열린 ‘정부의 탈원전 정책 좌담회’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곽승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부학생회장, 신정엽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부학생회장,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구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AAA동아리 회원)ⓒ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정부는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 원자력은 꼭 필요한가.
=정 :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는 것은 환경단체의 주장일 뿐이며, 추세라는 표현 자체부터 잘못됐다. 추세는 따라야 할 대상이 있고, 따르지 못할 대상이 있다. 패션은 따라가도 되지만, 국가 에너지정책은 추세라도 거스를 수 있다. ‘추세’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국가 여건에 맞는 에너지정책이 필요하다.

=곽 : 절대적인 것은 없지만 환경성‧경제성을 따졌을 때 현재 원자력만한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재생에너지, 핵융합 에너지 등은 상용화까지 기술발전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 원자력은 꼭 필요한 에너지이다.

=신 :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다. 원전 운영 31개국 중 26개국가 유지 또는 확대하고 있고, 5개국만 축소 또는 폐지하고 있다. 이 중에서 대만은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 정책이 폐기됐고, 벨기에는 국토면적이 우리나라 경상도정도로 작은 나라이다. 지난해 말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원자력만이 에너지 공급원 중단에 대한 염려 없이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출 해결책이라고 말한 만큼 원자력의 잠재력은 크다.

=정 교수 : 만약 원자력 위험하지 않다면 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경제적이며,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다. 위험 여부를 따져보면 5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쓰리마일 원전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방사선으로 인한 사망자가 없고,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는 43명이 사망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재평가해 보면 쓰나미로 2만7000명이 사망했지만, 방사선으로 인한 사망자는 아직 없다. 물론 방사선 오염 지역을 제염하는 문제가 남았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종합해보자면 우리가 원전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걱정하고 사는 건 아닌지 생각된다. 영향실조에 걸린 사람이 수입산 소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버티는 꼴 아닌가.[데일리안 = 조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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