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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유체이탈 어디까지 참아야 하나?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9.01.14 09:00 수정 2019.01.14 14:10

<김우석의 이인삼각> “윗분이 바뀌지 않으면 백날 개편해도 소용없지”

대통령의 메시지, 공허하고 졸가리가 없어…여권 행보, 5년 무시히 넘길까?

<김우석의 이인삼각> “윗분이 바뀌지 않으면 백날 개편해도 소용없지”
대통령의 메시지, 공허하고 졸가리가 없어…여권 행보, 5년 무시히 넘길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지난 주 화요일(8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있었다. 신임 비서실장에 노영민 전 주중대사가 임명됐다. 노 실장과 같은 3선의원 출신 강기정 정무수석과 방송사 기자출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임명됐다. 다양한 논란이 있었던 인물들이다. 국회에서의 자서전 강매로 중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천도 못 받은 전력, 국회내 폭행사태로 피투성이 얼굴로 언론을 장식했던 인물, 친정인 친여매체에서 조차 ‘권언유착’이라며 비판받은 언론인 등 참 화려했다. 그 외에도 비서관급 여러 명이 새로 임명됐다.

임명 당일, 청와대에 아주 밝은 여권인사를 만났다. 신임 비서실장과 비서진 임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물었다. 대답은 의외였다. “윗분이 바뀌지 않으면 백날 개편해도 소용없지”였다. 너무 솔직한 발언에 필자는 당황했다. 동시에 답답함을 느꼈다. 여권출신 인사가 이렇게 이야기할 정도면 현 정부는 정말 미래가 없는 것인가?

비서실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인사를 평가함에 있어, 새로 임명된 비서진을 평하기보다 임명권자의 인재활용 행태를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천하의 재사인 제갈공명이나 위징을 거느려도 군주가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반면 문제가 많은 인사를 등용해도 잘만 활용하면 성군의 소리를 듣는다. 세종대왕이 그랬다. 황희 정승은 독직사건으로 수차례 탄핵을 받을 정도로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사를 잘 활용해 만세에 남을 태평성대를 이루고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동시에 황희 정승은 조선조의 대표적인 명재상이 되었다. 결국 인재(人才) 유무가 아니라, 적재적소(適材適所) 배치가 중요한 것이고 그것이 명군의 자질이다.

적재적소 배치는 다르게 말하는 ‘역할의 배분’이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실질적인 국정의 헤드쿼터(headquarter)다. 대통령이 연기자라면 비서실장은 연출자다. 모든 것을 알고 꿰뚫어야 하며 책임감도 대통령 못지않아야 한다. 대통령을 돋보이게 해야 하며 자신은 뒤로 숨어야 한다.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얼굴마담이라면, 비서실장은 계산대를 지키는 충직한 반려자여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는 그런 비서실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전임 임종석 실장은 스스로 대통령 흉내를 내려했다. 대통령 부재시 장관들의 시위를 받으며 군부대를 시찰했다. 군통수권자이자 행정부의 수장을 위태롭게 한 하극상이다. 또 총리를 제치고 스스로 얼굴마담을 자처했다. 자리를 가리지 못했고, 말을 분별치 못했다. 그래서 대통령을 궁지로 몰고 총리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최악의 비서실장인 것이다. 그런 비서실장이 후임 비서실장을 국민들 앞에 소개하고 그 자리에서 포옹하며 업무를 인수인계했다. 그러니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체통이 서겠는가? 마지막까지 자기정치를 위해 임명권자를 욕보인 것이다. 이 또한 결국 임명권자의 리더십과 자질이다.

신임 비서실장이 임명장을 받으러 귀국했던 시기는 김정은의 방중시기였다. ‘2차 미·북정상회담’을 대비하기 위해 김정은이 네 번째로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홀대했던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성대한 생일상을 대접할 때다. 이 중요한 때에 우리 중국대사관은 비어있었다. 국익엔 관심이 없고 퍼포먼스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을 들을 만 한 행태다.

그렇게 취임한 신임 비서실장의 첫 역할은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 배석이었다. 청와대 2기 개편 이틀 만에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국정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비서실장과 신임 비서진의 역할은 별반 없었다. 기자회견엔 격식도 없었고, 내용도 부실했다. 연설문의 독해를 제대로 했는지, 비서실장이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개진했는지 의심스럽다. 병풍처럼 자리를 지키는 것이 비서실장의 역할이라면 그렇게 서둘러 데려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다시 ‘청와대에 아주 밝은 여권인사’의 말로 돌아가자. “노무현 전대통령은 자기이야기만 했지만 최종 결정은 주위의 말에 따랐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이라크 파병, 한미FTA가 그랬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지만, 결국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고 관철시킨다.” 기자회견을 보면 공감을 했다.

기자회견 당일 오전, 지인들과 문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봤다. 2019년은 우리 국민에게 워낙 힘든 한해가 될 것 같고, 정부의 역할이 어느 해보다 중요하겠다 싶어 기대감을 되살리며 끝까지 경청했다. 회견문을 낭독할 때 주변에서 불안한 웅성거림이 시작됐다. ‘달라진 것이 뭐냐’, ‘제대로 된 보고를 받고는 있는거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일부는 일문일답 때 어느 정도 불안이 해소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가졌다. 일문일답이 시작되고 난 이후, 모두 말이 없었다. '아~~' 하는 탄식만 들렸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화룡점정이 있었다. 한 여기자가 물었다. “(경제에 대한)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냐?” 대통령은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어떤 이는 통쾌해 했고, 어떤 이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회견을 보고 절실히 느꼈다. 기본인식과 팩트(사실)가 공유되지 않고는 구체적인 반론은 무의미하다. 대통령의 메시지엔 ‘좋은’ 이야기는 많은데 공허하고 졸가리가 없었다. 자화자찬(自畵自讚)과 곡학아세(曲學阿世)로 일관했다. 각론만 나열하고 국가비젼과 국가운영전략은 보이지 않았다. 상황인식과 해법에 일관성도 없었다.

청와대에 대한 실망은 여당으로 이어졌다. 총선을 앞둔 민주당은 한 술 더 떴다. 13일(일), 이해찬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청와대에 실망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메시지는 없었다. 실언과 막말 전력이 많은 이대표는 이번에도 새로운 기록을 하나를 더 쌓았다. 김태우 전수사관, 신재민 전사무관을 ‘조직 부적응자’로 폄하한 것이다. 그가 말한 ‘조직’이 국가기관인가 조폭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또 야당에게도 경고했다. ‘특검을 추진하면 야당 스스로 더 큰 곤경에 빠질 것’이란다. 언제부터 야당을 그렇게 걱정했나 싶었다.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한 적이 있기는 했는가? 이대표는 야당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조속히 특검논의에 임하길 바란다. 그렇게 변죽을 울리며 아웃복싱을 하는 것은 약점이 있기 때문이란 ‘합리적 의심’이 든다.

지난 주 여권의 행보를 보며, 그 여권인사의 심정을 이해했다. ‘20년 집권’은 고사하고 이번 임기 5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다른 측면에서 걱정이 됐다. 정권이 힘들어 지는 것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치자. 하지만, 그 결과 국민들이 고통받는 것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폐족이 되어도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현 정부의 교훈은 ‘정치적 책임’을 무력화시켰다. 결국 국민들만 골병이 드는 것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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