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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국민은행 노조 '총파업 카드' 수긍 어려운 이유

부광우 기자 | 2019-01-07 11:00
"3000만 고객들과 쌓은 위상 허물지 말아야" 경영진 호소
리딩뱅크 칭호 달아준 소비자들은 어디로…위화감만 키운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3000만명의 소중한 고객들과 함께 쌓아 올린 위상을 스스로 허무는 일은 없어야 한다"

KB국민은행 임원들이 2000년 이후 19년 만의 파업 사태를 목전에 두고 며칠 전 직원들에게 전한 호소문 곳곳에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잘잘못을 살피기 이전에 우리 안의 반목과 갈등을 풀어나가지 못해 오늘에 이르게 한 책임은 선배인 저희 경영진에게 있다"며 자책하면서도 "총파업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은 이제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허인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국민은행 경영진들은 지난 일요일에도 전원 출근해 대책 마련에 고심했으나 결국 성과는 없었다. 국민은행 노조는 오히려 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벌이기로 하며 전열을 정비하는 모양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 노조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지금처럼 냉랭하지 않았다. 이른바 회장님들의 갑질 행태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동정론이 크게 일었던 탓이다. 사회적 선망의 대상이 된 대기업 배지를 달고 시내를 오가는 이들도 회사 안에서 남모를 고충에 시름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 모두가 다르지 않다는 현실을 또렷이 확인시켜 줬다.

하지만 이번 국민은행의 파업을 둘러싸고는 사뭇 다른 여론의 흐름이 감지된다. 노조가 주장하는 사안들이 시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오히려 괴리감을 느끼게 내용들이 수두룩해서다. 웬만하면 약자의 편에서 생각하고자 하는 서민들 사이에서도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은행 노조는 통상임금의 300% 이상의 성과급을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사측은 다른 시중은행을 고려해 200% 정도만 가능하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금피크제 진입 연령과 관련해서도 노조는 직급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1년을 늦춰야 한다는 요구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사측은 부장과 팀장·팀원급으로 이원화해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더불어 피복비와 중식시간 휴식 등 합의점을 찾지 못한 지점은 한둘이 아니다.

이처럼 급여와 고용 안정성을 보장해 달라는 국민은행 구성원들의 실제 처우는 경쟁 은행들과 비교해 상위권이다. 현재 나와 있는 가장 최신 사업보고서인 2017년 기준 국민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9100만으로 4대 시중은행 중 두 번째였다. 같은 해 말 기준 평균 근속연수 역시 16년 2개월로 2위를 차지했다.

국민은행보다 연봉이 높거나 근속 기간이 긴 은행 직원들은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국민은행보다 구성원들의 평균 연봉이 높았던 곳은 하나은행으로 9200만원을 기록했다. 대신 하나은행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4년으로 4대 은행 가운데 제일 짧았다. 또 국민은행을 제치고 16년 3개월의 가장 긴 평균 근속연수를 자랑했던 우리은행 직원들은 조사 대상 은행들 중 최소인 8700만원의 연봉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국민은행 노조가 강력하게 파업을 밀어붙일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에는 다름 아닌 고객들이 있다. 파업이 시작되면 결국 불편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되고, 이에 대한 두려움이 경영진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총파업이 실현되면 국민은행 고객들은 자금이체와 결제, 입출금, 신규 대출, 대출 연장 등 금융 업무 상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제 결단을 지어야 하는 쪽은 경영진이다. 끝내 압박을 버티지 못할 경우 소비자를 볼모로 잡는 노조의 행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이는 장기적으로 대(對) 고객 서비스 악화 요인이다. 그들이 직원들에게 보낸 호소문처럼 국민은행을 현재 리딩뱅크의 위치로 끌어올려 준 기반은 고객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이번 사안이 단지 한 은행의 갈등을 넘어 금융권에 대한 위화감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대목으로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 속 모두가 힘들어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국민은행 노조의 요구들은 서민들에게 같은 약자의 호소이기보다 기득권 사수로 비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은행은 그 이름에 담긴 정신처럼 국민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불이익을 무기 삼아 벌이는 그들만의 내전이 계속되면 회사 간판에 담긴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에 대한민국 1등 은행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준 주체는 노조도, 경영진도 아닌 고객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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