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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두렵다는 자영업자들 “최저임금에 주휴수당까지...가게 접는 게 낫다”

최승근 기자
입력 2019.01.02 15:35 수정 2019.01.02 15:53

주휴수당 감안하면 실질 인상폭 20~30% 달해…시급 1만원 넘는 셈

인건비 인상 여파에 기존 직원 줄이고, 신규 채용 계획도 취소

주휴수당 감안하면 실질 인상폭 20~30% 달해…시급 1만원 넘는 셈
인건비 인상 여파에 기존 직원 줄이고, 신규 채용 계획도 취소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연합뉴스

“새해가 이렇게 두렵기는 처음입니다. 내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니 남들은 사장님이라고 부르지만 밑에 직원 둘 여유도 없고, 언제 접어야 하나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기해년 새해가 시작됐지만 자영업자들의 고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된 데다 주휴수당까지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정부 발표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서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은 8350원으로 지난해 대비 10.9% 인상됐다. 주 40시간 기준 월급 기준으로는 174만5150원으로, 1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인건비 비중이 큰 편의점, 음식점, PC방 등 자영업자들은 당장 인건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주휴수당까지 최저임금 범위에 포함되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대부분 심야 운영을 하는 편의점의 경우 단기 아르바이트를 여럿 고용하는 식으로 주휴수당을 피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한 주에 15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주휴수당으로 하루 일당을 더 줘야 하기 때문에 15시간에 미치지 않게 근무시간을 조정해 비용을 아끼려는 것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못할 경우에는 추가 수당이 붙는 야간과 공휴일에는 점주 본인과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근무를 하고 평일 오전, 오후 시간에만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양모씨는 “최저임금만 따지면 10%지만 주휴수당까지 다 포함할 경우 작년에 비해 20~30%까지 인건비가 오르게 된다”며 “보험료까지 하면 올해 실질적인 시급이 1만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휴일은 물론 명절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한 달에 300만원 남짓 가져가는데 차라리 가게를 접고 다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가족들 사이에서 죄인 취급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주말이나 야간 시간에 가족들까지 동원돼 매장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폐점을 할 경우 사업실패자라는 낙인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역 인근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장모씨는 “주휴수당 때문에 지난주부터 2명을 더 채용했다. 시급이 센 새벽시간이나 주말에는 부인과 번갈아가며 매장을 관리한다”며 “올해부터는 무인선불기 도입도 생각하고 있다. 대당 500만원이 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인건비 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근무로 인해 단기 아르바이트 고용은 늘지만, 정규직 직원 고용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 없이 점주 혼자 일하는 나홀로 매장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콜'이 2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 회원 240명 중 절반가량(47.3%)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해 기존 직원의 숫자를 줄이거나 신규 채용 계획을 취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가족 경영 및 가족 근무시간 증가'와 '본인(점주) 근무시간' 증가라는 답변이 각각 16.1%와 15.5%를 차지해 직원 수를 줄이면서 가족 구성원을 활용하겠다는 자영업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김지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사무국장,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장,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31일 헌법재판소에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접수했다.ⓒ소상공인연합회 (왼쪽부터) 김지운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사무국장, 권순종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장,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31일 헌법재판소에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접수했다.ⓒ소상공인연합회

한편 지난달 31일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자영업자 단체들은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를 접수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이 이미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서 인상폭에 비례해 오르게 되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2019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에 달하게 된다”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이번 개정안 통과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범법자가 되든지, 아니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비판했다.

치솟는 인건비에 가맹점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 가맹본사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일부 편의점 점주의 경우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의 절반을 본사에서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하는가 하면 폐점 문의도 늘고 있다. 최근 GS리테일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희망폐업을 도입했지만 앞서 수천억 규모의 상생안을 발표한 바 있어 희망폐업을 비롯해 추가 지원이 쉽지 않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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